자신감이 괴물이 되는 특권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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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유난히 자신감 넘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험난한 인생살이에서 그보다 좋은 자질은 없습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성공적인 인생을 살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부모는 이것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 자질이 교육으로 키워질 수 있는 것이라면, 영어, 수학 가르치는 것보다 이것을 키워주는 게, 현명한 부모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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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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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신감 많은 친구가 일류대학, 특히 서울대, 그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간다는 학과(예컨대 법대나 의대)에 들어가면, 자신감은 이상한 방향으로 증폭되기 쉽습니다. 그 때부턴 세상 만물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생각하니, 가히 그는 천동설적 인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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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법대)를 나온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젊은 시절 소년 급제하듯 검사까지 되었다면, 무소불위 안하무인의 인간이 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만일 이런 사람이 안 된다면 그 사람은 무조건 존경스런 사람입니다). 영화 1987에서 박처원이 자신의 부하가 잡혀가자 경찰 간부의 멱살을 잡고 이렇게 뇌까립니다. “경찰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경찰인 줄 알아!” 이 젊은 검사의 심리구조는 박처원의 그것보다 훨씬 더 셀 수 있습니다. 분명 그는 이 말을 달고 다닐 겁니다. “야, 이 XX야, 검사라고 다 같은 검사인 줄 알아!” 누가 이 사람을 제어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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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관련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저는 그 가해자에겐 남성중심의 왜곡된 성의식 외에도 이런 독특한 특권적 심리구조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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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특권적 학벌과 특권적 권력을 만나면 괴물을 탄생시킵니다. 그렇다고 자신감이 죄일까요? 아닙니다. 문제는 이 특권입니다. 이것을 깨부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2018.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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