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탄핵소추 이후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것들

박찬운 교수 2016. 12. 10. 05:23

탄핵소추 이후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것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해외에 있지만 실시간으로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절대 다수국민의 여망이 반영된 결론이었다. 이번 탄핵소추는 발의부터 통과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주도했다. 누가 뭐라 해도 그 힘은 촛불에서 비롯되었다. 국회의원들이 한 일이란 그저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다. 

우선 오늘은 축배를 들어도 좋다. 촛불혁명의 첫 번째 성과는 우리를 감격시키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 축배는 오늘로서 족하다. 그것이 내일로 이어질 수 없다, 촛불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대통령의 직무를 회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는 식물 대통령으로 있다가 탄핵재판에서 파면을 당하든지, (조금이라도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면) 적당한 시점에서 사임을 하든지 할 것이다.

이제 그의 관심사는 대통령직을 회복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서라도 감옥에 안 가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선 탄핵심판의 기간이 길어지는 게 좋다. 여당을 재편하고 자신을 사면해줄 대통령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촛불혁명의 목표를 공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촛불혁명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을 그 직에서 박탈시켜 엄정한 사법절차에 넘기는 것이다. 이것은 군주의 목을 쳤던 서구 혁명의 한국판이다.

다른 하나는 이번 기회를 우리 사회의 구조 악을 개선하는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치질서를 바꿔야 하고 재벌의 포로가 된 우리 경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 사항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헌재의 탄핵심판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 절차가 길어질수록 촛불의 힘이 약해질 수 있다. 탄핵의 요건인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의 판단은 일반재판을 통해 확정된 사실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 헌재가 의지만 갖고 집중심리를 한다면 한두 달 내에서 결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특검활동이 종료되기 전에 형사소추까지 가능하다.

둘째, 황교안 총리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중립내각을 만들지 못하고 탄핵절차에 들어간 만큼 그가 정권교체 때까지 대통령권한대행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의 과거 행적에 비추어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부적절한 권한행사(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거나 대법관 및 헌재재판관 인사에서 편향된 인사를 하는 경우)가 있을 때는 언제라도 그의 퇴진을 요구할 수 있도록 국민적 감시를 해야 한다. 

셋째, 탄핵절차와 향후 주요 정치일정에서 야 3당이 분열하지 않고 공조할 수 있도록 국민적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분열해서 정권을 교체하지 못하면 촛불혁명은 결국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넷째, 개헌논의는 정권교체 후 새로운 정권 하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야 한다. 탄핵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논의를 하면 초점이 흐려지기 쉽다. 또한 탄핵결정 후 짧은 선거 기간 내에 개헌논의를 하는 것도 성급한 개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개헌논의는 정권교체 후 정치권만이 아니라 촛불민심(혁명의 2차적 목표)을 대변한 시민대표도 참여하는 절차로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명예혁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과연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국민을 배반한 지도자를 끌어내 사법처리하고, 정권을 교체한 다음 주권자의 음성을 제도화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지난 한 달 간 보여주었듯 백만, 이백만의 시민들이 언제든지 결연한 의지를 갖고 촛불을 켤 수 있다면 못 이룰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