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이태리기행

토스카나를 가다(2)

박찬운 교수 2022. 8. 26. 05:03

피렌체

피렌체! 지난 해(2011) 초 처음으로 간 이래 일년만에 두번째 방문이다. 두번째 방문이라 산타노벨라 역에서 내려 시내까지 가는 데 거침이 없었다. 두오모는 역시 위엄스런 자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관광시즌이 되어서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성당 주변에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이번에는 쿠폴라에 오르자 하는 마음으로 매표소를 갔지만 사람이 너무 많다. 줄 선 이들이 모두 올라가려면 이곳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포기. 좀 아쉽다. 점심은 작년 이곳에 와서 몇 번 가본 단테의 집 근처 식당에서 하기로 하고 그곳을 찾았다. 찾기가 쉽지 않았으나 나의 끈기로 찾아냈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1년 전 이곳에서의 식사를 생각했다. 

<피티궁>

 

피티궁을 향했다. 피티궁은 1458년 메디체가의 경쟁자 은행가 피티에 의해 건립되었다가 16세기 메디체 가문으로 매입돼 대대로 피렌체를 다스리는 토스카나 대공의 관저로 사용되던 곳이다. 오늘 내가 이곳에서  꼭 보고 싶은 곳은 피티궁 뒷 뜰 보불리 정원. 지난 번 여행에선 아쉽게도 이곳을 보지 못했다. 

 

<보불리 정원에서 보는 피렌체 시내>

 

입장료를 내고 정원에 들어가 걷기 시작했다. 보불리 언덕 전체가 피티궁의 정원이었다. 16세기 중엽 이후 유럽 정원의 본보기라고 불리는 보불리 정원. 메디치가의 사람들이 이곳을 거닐었던 것을 생각하면서 이곳저곳을 돌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곳에서 멀리 시내의 두오모와 종탑, 시뇨리아 광장의 우피치가 보인다.

<보불리 정원의 이곳저곳>

 

정원에서 내려오다 보니 이곳에 이집트 신왕국 시절 만들어진 오벨리스크 하나를 보았다. 3천년 전 나일강가에서 만들어진 오벨리스크가 여기까지 와 있다니 참으로 묘한 느낌이다. 역사를 찾아보니 이 오벨리스크는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2세 시절 만들어졌고, 1세기 도미티아누스 황제 때 로마로 옮겨져 1700여 년을 지내다가, 18세기 말 이곳으로 왔다는 것이다.

 

<보불리 정원에 있는 오벨리스크>

 

시에나

시에나! 이곳은 한 때 메디치 가문이 다스리는 피렌체의 라이벌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을 가지고 있었던 상업의 중심이었다. 시에나 대학(1240년 설립)은 지금도 존재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다. 한 마디로 이곳은 유럽의 중심 역할을 했던 곳이다. 그러나 시에나는 1555년 피렌체와의 전쟁에서 지는 바람에 그 영화를 피렌체로 넘긴다. 그럼에도 과거의 영화를 지금도 시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저녁 무렵 도착한 시에나의 전경>

 

저녁에 시에나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갔다. 와우! 이런 곳이라니. 시에나는 산정상에 만들어진 일종의 성채도시다. 산도미니코 성당 근처에서 바라다보는 시에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런 때는 언어의 한계를 느낀다. 적절히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다음 날 도시를 자세히 볼 마음으로 첫날은 대충 보고 오랜만에 중국집에 가서 포만감 있게 밥을 먹었다. 역시 동양사람은 밥을 먹어야 하는 모양이다.

 

<중앙에 있는 성당이 성도미니코>

<시에나 두오모>

<시에나 성 내에 있는 메디치 요새>

 

7일 금요일 하루 전체를 도시를 돌아 볼 생각으로 천천히 성내에 자리잡고 있는 메디치가의 요새를 찾았다. 이 요새는 16세기 피렌체가 시에나를 접수한 이래 메디치가 만들었다는 요새다. 아직도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성 중의 성이다. 다음은 성도미니코 성당, 이 성당은 고딕양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데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 힘들다. 오히려 로마네스크 양식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특징은 성당 내로 들어가면 통상 있어야 할 소위 nave가 없다. 그저 내부가 아무런 기둥도 없이 시원하다. 천정은 나무로 되어 있다.

 

<캄포 광장, 이 사진은 인터넷을 찾아 올린 것임>

<아마추어 여행자가 캄포 광장의 전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는 어렵다. 실제 볼 때는 신비하고 장엄했지만 사진으로 보면 그 느낌이 확실히 반감된다. 광장은 시청사를 향해 바닥이 약간 내리막이다. 사람들은 광장 이곳저곳에 누워 주변 건물과 파란 하늘을 본다.>

 

이어서 캄포광장,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이 광장. 이 광장을 못 보고서야 어찌 서양의 광장을 논할 수 있을까. 광장의 규모는 서구의 어떤 도시 광장보다 크다. 바닥은 시청을 향해 경사졌고, 바닥의 벽돌은 모두 손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 두오모. 이태리 어느 역사도시를 가도 시내 한 가운데에 두오모는 있다. 시에나의 두오모는 원래 세계 최대의 성당을 지으려고 하다가 미완에 그친 것이라 한다. 그 때문에 통상 성당의 방향인 동서구조가 남북구조로 되어 있다. 들어가 보니 전형적인 고딕식 성당이다. 바닥돌에는 곱게 그림이 그려져 있고 천정도 대단히 화려하다. 수 많은 관광객이 밖의 따가운 햇살을 피해 성당 내로 피신을 온듯하다. 나갈 줄을 모른다. 시에나의 거리는 곳곳이 박물관이다. 수백년을 족히 넘은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도시전체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산지미냐노

이 도시는 이번 여행 전에는 들어 본 적이 없는 도시다. 이곳은 시에나 지역에 있는 언덕 정상에 위치한 조그만 중세 성곽도시다. 시에나에서 묵은 숙소의 주인 발렌티나가 시에나에 왔으면 여길 꼭 가야 한다고 해서 피사로 돌아 오는 중 일부러 시간을 내 이곳을 들렸다. 시에나에서 버스로 한시간 반 거리. 토스카나의 전형적인 포도산지 한 가운데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었다.

 

<산지미냐노는 토스카나 지역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성채 도시다.>

<도시에는 저렇게 높은 타워가 이곳저곳에 있다.>

<산지미냐노의 중앙 광장>

 

십 수개를 넘는 높은 타워가 도시의 매력을 더했다. 1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그 어느곳과도 비교하기 힘든 아름다운 중세도시다. 성곽은 아직도 여전하고 도시 중간의 두오모와 광장 그리고 골목길은 시간을 거꾸로 돌린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발렌티나 덕분에 예상하지 않은 추억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