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39

제러미 리프킨의 <한계비용 제로사회>를 읽고

제러미 리프킨의 를 읽고 주말을 이용해 책 한 권을 읽었다. 제러미 리프킨의 최근작 . 나는 얼마 전 리프킨의 초기작 를 소개하면서 그 책은 내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썼다. 한 권의 책이 한 지식인에게 그렇게 영향을 끼치긴 어려울 텐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놀라운 일이다.리프킨은 그간 를 비롯해서 한국에서 10권의 책을 번역·출판했다. . , , , , , , , 가 바로 그 북 리스트다. 엔트로피가 이들 책 중 서장에 해당하는 책이라면 는 종장에 해당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리프킨은 이제 더 이상 책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가 할 이야기는 다 했다. 만일 더 한다면 그것은 보족일 뿐이다. 그런데... 그가 서장인 에서 내다 본 세계와 종장인 에서 내다 본 세계가 근본적으로 ..

<그리스인 조르바> 어록집

어록집 크레타 섬의 카잔차키스 묘지, 사진 김원일 제공 올해가 얼마 안남았다. 잠시 한 해를 회상해 보니 한 권의 책이 가슴 속에 큰 여운으로 남아 있다. (카잔차키스, 이윤기 옮김). 몇 년 전 손에 잡았다가 웬지 내가 읽을 책이 아니라는 생각에, 책장에 그냥 꽂아버렸는데, 올해 무슨 바람이 불었는 지 그 책을 다시 들었다. 심란한 마음이 가득했던 때였다. 그런데, 이 책이 듣던대로 보통 소설이 아니었다. 명불허전! 책장을 덮을 때 마음이 애잔해졌다. 조르바! 그 사람이 웬지 남이라 여겨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책을 펴고 내게 특별한 감상을 주었던 부분을 찾아 메모를 했다. 잊지 않기 위해... 오늘 다시 그것을 펴 이곳에 옮긴다. 에서 작가인 카잔차키스와 소설의 주인공인 조르바가 한 이야기를 들어보..

내가 본 대한민국(격정시대를 산 우리들)

내가 본 대한민국 격정시대를 산 우리들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가 살아온 시대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은 격동의 시대, 격정의 시대, 혹은 낭만의 시대를 살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과는 시대가 달랐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말을 들을 때 조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아니, 신뢰해야 한다. 우리도 늙을 것이고 분명히 그런 말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나의 부모님세대는 어린 시절에는 식민지를, 청년기에는 전쟁을, 3-40대는 4. 19 학생혁명과 5. 16. 군사 쿠데타를 경험하고 살았다. 그분들은 절대적인 빈곤을 경험한 세대였다. 밥이 없어 밤마다 배불리 먹는 꿈을 꾸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해마다 보릿고개를 넘지 않으면 안 되..

내가 본 대한민국 (불평등 시대,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할까)

내가 본 대한민국 불평등의 시대,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할까 내가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려고 했던 10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내 머리를 지배한 것은 가난이라는 문제였다. 예수도, 부처도 이 삶의 모순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그 해결을 위해 고민하지 않았던가.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가난이라는 인간사의 모순을 보았고, 그것을 불평등의 기원으로 이해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나는 뒤 늦게 루소의 을 읽고 동지를 만난 듯 기뻤다. 1973년 10월 충청도 촌놈이 서울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이 거처를 정한 곳은 청계천 판자촌 변. 방 한 칸에 여섯 식구가 뒹굴었다. 밤에 모로 누웠다가 돌아누우면 내 자리는 이미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잠버릇만큼은 기가 막히게 좋다. 자는 동안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학교에 가니 친..

내가 본 대한민국 (훌륭한 삶에 대하여)

내가 본 대한민국훌륭한 삶에 대하여 ㅡ종교에 관한 나의 고백ㅡ 대한민국의 제 영역에서 해방 이후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진 영역은 어디일까. 두 말 할 것도 없이 종교다. 그 중에서 기독교(개신교 및 천주교)의 성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 한밤 중 남산에 올라 하얀 십자가를 세어보라. 마치 한 집 건너 하나씩 십자가가 나타날 것이다. 한국은 이미 동방의 예루살렘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그런 기독교도 이제 점점 쇠퇴일로에 있다. 교회에 관한 모든 통계가 그것을 말해주는 데, 70-80년대의 고도성장을 끝내고, 이미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회는 더 이상 과거의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향후 기독교의 성장에 대해서 비관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교인에 대한 사회..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변호사회와 법조인분들께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변호사회와 법조인분들께 이 글이 꽤나 파문을 일으킬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 특히 법조인 여러분들께 저의 충심이 전달되길 바랄뿐이다. [1] 사시존치와 로스쿨 문제에 대해서 나는 몇 차례 이곳에 의견을 올린 적이 있다. 간단하게 내 의견을 정리하면 이런 것이었다. 1. 로스쿨이 도입되었지만 수다한 문제가 있다. 로스쿨에서 유능한 법률가를 양성하는 것은 지금 상황으론 어렵다. 로스쿨의 교육수준을 높이기 위해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로스쿨은 개혁되어야 희망이 있다.2. 그 중에서도 수업연한이 짧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폐지된 법학부의 부활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3. 사시존치론자의 주장도 경청해야 하지만..

최고의 변호사, 그는 누구인가

최고의 변호사, 그는 누구인가 법조계 들어온 지 30년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 변호사 일을 안 해도 지인들로부터 종종 좋은 변호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난감하다. 좋은 변호사라? 그게 어떤 변호사인가?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 양심을 걸고 이런 변호사야말로 제대로 된 변호사니 당당히 추천할 수 있는 변호사, 그가 누구인가?생각해 보니 몇 부류의 좋은 변호사가 떠오른다. 그 기준은 변호사가 가져야 할 품성 혹은 덕성이었다. 몇몇 변호사 중에는 아래에서 제시하는 여러 품성을 동시에 갖기도 했지만 어떤 변호사도 그 전부를 갖진 못했다.만일 그 전부를 가졌다면 당사자로서는 생애 최고의 변호사를 만나는 것이겠지만 그 변호사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멋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세상사에서 완..

아름답고 따뜻하고 용감한 벗, 내툰나잉, 우리 곁을 떠나다

아름답고 따뜻하고 용감한 벗, 내툰나잉, 우리 곁을 떠나다 오늘 저녁 부천 석왕사에서는 한 외국인의 추모행사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 내툰나잉. 난민이자 버마의 민주투사입니다. 그는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NLD 한국 지부를 이끌었습니다. 2000년대 초 그는 NLD 친구들과 함께 난민신청을 했습니다. 당시 한국엔 난민으로 인정받은 외국인이 10명도 채 안 되었을 때입니다. 저는 당시 민변에서 난민지원활동을 하면서 그와 그의 친구들을 도왔습니다. 이들은 민변의 지원 아래 난민으로 인정받음으로써 불법체류자의 지위를 벗어났습니다. 그와 그의 친구들은 지난 십 수년간 한국에서 조국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아시아 각국의 민주운동가들과 연대하며, 싸웠습니다. 이제 버마가 민주화되어 가면서 곧 귀국을 앞두고 있..

내가 페북에 빠진 이유에 대하여

내가 페북에 빠진 이유에 대하여 고독한 사나이 빈센트 반 고흐, 2016년 가을 생레미 요양소에서 (이 글에 나의 마음을 담았다. 나는 이런 글을 공개적으로 써 본 일이 없다. 어쩜 창피하다. 그럼에도 동병상련의 친구들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을 갖고 여기에 이 글을 남긴다. 창밖을 스치는 바람이 완연히 가을이다.) 대학원에 다니는 딸의 한마디가 폐부를 찌른다. “아빠, 페북 그만 좀 하세요. 무슨 대학교수가 그렇게 매일같이 페북에 글을 올려요?” 걔 말에 나는 이렇게 응수하고 싶었다. “애야, 나도 외롭단다. 나도 하고 싶은 말 좀 하고 살면 안 되겠니.” (딸아, 미안하다.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해서... 너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란다. 아빠 맘도 이해해 주렴...ㅜㅜ) 그렇다. 내가 요즘 페북에 탐닉한다..

Best Essays 2015.09.27

파탄주의 도입을 위한 두 방향

파탄주의 도입을 위한 두 방향 며칠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혼사건에서 파탄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로부터 파탄이 판명되면 이혼을 허용하는 파탄주의로의 판례변경을 기대했지만 이번에도 종래 판례를 유지한 판결이 선고되었다. 앞으로도 당분간 파탄된 부부라도, 유책배우자가 이혼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하는 수없이 형식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오늘 내 관심사는 파탄주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의 주요 논리를 분석해 보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향후 방향이야 파탄주의로 가는 게 맞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게다. 우리 법제는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하면, 유책배우자의 행복을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