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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물

소년의 눈물 (이 글은 내 인생 최초의 공개 고백록이다. 며칠 동안 고민했다. 이런 글을 페북에 올려도 되는 지에 대하여...) 창밖에 가을바람이 소슬하다.지난 주 ‘내가 페북에 빠진 이유에 대하여’를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뜨겁게 공감해 주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나는 그 글에서 수다는 여자들의 전매특허가 아니라고 했다. 남자도 가끔은 수다를 떨어야 한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누군가에게 내어놓고 살지 않으면 병이 된다.이제 밤이 되니, 어쩐지 마음이 감상에 젖는다. 진짜 수다—아니 이것은 진지한 고백이다--를 떨고 싶다. 비록 우리가 허공에서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더라도 좋다. 나는 지금 마음 속 깊이 오랜 세월 자리 잡고 있는 이야기 한 보따리를 풀어 놓지 않으면 안 된다.많은 분들이 나보고 인..

Best Essays 2015.09.27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국적 민주주의’를 읽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국적 민주주의’를 읽다 88올림픽도로를 타고 여의도를 지나다 보면 우람하게 서 있는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이 보입니다. 여러분은 그 건물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저는 그럴 때마다 한 마디를 합니다. “저 국적 없는 의사당 건물을 보라.” 국회의사당이 준공된 것은 1975년. 당시 몇 몇 건축가들이 이 의사당 건축에 참여하여 설계안을 제출했습니다. 결국 최종안은 몇 작품이 절충되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 어떤 응모작품에도 돔 설계는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돔이 들어간 것은 건축가들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권력자들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당시 건축에 참여했던 건축가들은 원 설계가 평지붕인데 어떻게 거기에 돔을 올리냐면서 극력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권력자들의 귀에 ..

페이스 북 십계명

페북 10계명나는 아직 페북 초년병이다. 지난 몇 달간 페북에 빠졌을 뿐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경험만으로도 페북 문화에 대해서 한 마디 할 수 있을 것 같다. 페북은 엄청난 문화현상이다. 이것은 우리 세대에게 축복이자 재앙이다. 제대로 사용한다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폐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요 며칠 만나는 사람마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페북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 보았다. 그렇게 해서 서로 공감 할 수 있는 페북 10계명--혹시 50대 쉰세대의 페북 10계명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을 만들었다. 그것을 오늘 공개한다!!이 계명이 부디 페북 공간에서 페친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즐겁게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든데 일조하..

Best Essays 2015.09.27

밤 하늘 빛나는 별이 되어

소설 아닌 소설(5)밤하늘 빛나는 별이 되어 1. “박변호사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이도 기뻐할 거예요. 생전에 제일 좋아하는 선배님이셨잖아요.” “당연히 제가 와서 술 한 잔 올려야지요. 그 친구 살아 있을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만나지 못했어요. 그게 아쉽네요. 제수씨, 꿋꿋하게 살아야 합니다.” 내 사랑하는 후배 김성동이 간지 1년이 되었다. 평상시라면 혼자서 술을 마시는 내가 아니지만 오늘은 예외다. 나는 소주 한 병을 시켜 놓고 한 잔 또 한 잔을 비운다. 김성동!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향기가 나는 사람이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할 줄 모르는 의지의 사나이였다. 낭만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고통 속에서도 사랑의 연가를 불렀고, 도망가는 여인을 붙잡아 기어코 그녀의 손가락에 언약의 ..

SNS 소설 2015.09.27

야곱의 씨름

소설 아닌 소설(2) 야곱의 씨름 #1 나는 그 해가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출발은 좋았지만 그것은 뒤이어 발생한 사건에서 내가 받을 고통을 배가시키려는 짓궂은 신의 장난이었다. 그 해를 피할 수만 있었다면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리 했을 텐데... 하지만 그 운명은 유유히 내 인생 한 가운데로 걸어왔고, 나는 그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야곱이 하느님과 벌렸던 한 여름 밤의 씨름판이었다. #2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이 밝았다. 2월 초 어느 날 사무장 권충석이 화급히 노크를 하며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변호사님, 이겼습니다. 재판부가 원고 청구 대부분을 인용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변호사 생활 10년 만에 드디어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한 해 전..

SNS 소설 2015.09.26

인문명화산책(5)아버지를 넘지 못한 아들…피테르 브뤼헬 부자 이야기

인문명화산책 5[아버지를 넘지 못한 아들…피테르 브뤼헬 부자 이야기] 요즘 그림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그것들을 보면 뭔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래서 한 점 한 점 설명을 붙이기 시작했다. 지난 번 처럼 열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단지,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내가 선정한 명화를 둘러싼 이야기를 해볼 참이다. 명화를 감상하면서 인권, 평화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해 보고 싶다.------------피테르 브뤼헬(Peter Brueghel the Elder, 1525-1569)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아들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브뤼헬은 두 아들을 낳고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다. 그가 죽을 때 큰 아들 피테르(Peter Brueghel the Younger, 1565-163..

<자발적 복종>을 읽고 ...그리고 복종의 심리학

을 읽고 ...그리고 복종의 심리학 어제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에티엔 드 라 보에시의 (심영길, 목수정 옮김)을 읽었다. 16세기 라 보에시라는 18세의 프랑스 소년이 쓴 책이다. 절대왕권으로 들어가는 시기 그는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왜 사람들은 저런 독재자에게 복종하는가? 왕이라 할지라도 한 인간이고, 그가 혼자서 열 사람, 백 사람을 이길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수 천, 수 만의 민중은 어찌하여 저런 독재자에게 복종하는가?이 질문은 오늘 우리의 질문이기도 하다. 그의 말이 나의 가슴을 친다."독재자의 권력이란 그 권력에 종속된 다른 모든 이들이 그에게 건네준 힘일 뿐이다. 다른 모든 이들이 독재자를 참고 견디는 한, 그의 권력이 부리는 횡포는 계속될 것이다. 사람들이 독재자에게 저항하지 ..

시민적 덕성에 대하여

시민적 덕성에 대하여ㅡ사회적 연대로서의 시민의식ㅡ 2013년 스웨덴 룬드 시내의 한 공원에 열린 발보리 축제 현장이다. 인산인해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주변을 잘 보면 쓰레기 천국이다. 발보리 축제가 끝나고 난 뒤의 공원, 온갖 쓰레기가 춤을 춘다. 질서의식이 그렇게도 좋다던 스웨덴인들도 저런 날이 있다. 스웨덴과 남포동에서 본 시민정신게시한 사진 두 장을 보길 바란다. 여기가 어딜 것이라 생각하는가? 잘 보면 한국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외국인들만 그득하니 한국은 아닌 듯싶다. 그렇다. 이곳은 한국이 아닌 저 북구의 나라, 스웨덴이다. 아름답지 않은 사진 두 장이다. 한 장은 사람들이 구름같이 운집했는데, 주변을 자세히 보니 온갖 쓰레기가 난무한다. 또 한 장을 보면 이제 군중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

인문명화산책(6)피테르 브뢰헬, 16세기 네덜란드 결혼식을 그리다

인문명화산책(6)[피테르 브뢰헬, 16세기 네덜란드 결혼식을 그리다] 얼마 전 어느 결혼식장에 갔을 때의 일이다. 피로연장이 있는 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림 한 점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피테르 브뢰헬의 (1567)! 예식장 주인의 그림 안목이 여간 아니었다. 어쩜 피로연장에 저렇게 꼭 맞는 명화를 선택해 거기에 걸어두었을까. 오늘은 이 그림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해 보기로 한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을 두서없이 정리한 것이다. 브뢰헬은 16세기 플랑드르 지방의 농촌풍경이나 농부들의 삶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 그래서 그는 농부의 화가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다. 그러니 이 그림이야말로 브뢰헬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도록 하자.우선 이 피로연이..

인문명화산책(7)피테르 브뢰헬, 쾌락과 절제의 싸움을 그리다

인문명화산책(7)[피테르 브뢰헬, 쾌락과 절제의 싸움을 그리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브라질에 갈 것이다. 거기에 가서 리우 카니발에 참가하고 싶다. ...거리를 꽉 매운 인파 속에 들어가 격렬하게 엉덩이를 놀리는 삼바 춤의 무희들과 한 바탕을 춤을 춘다. 그리고 먹고 마시면서 며칠을 딴 세상에서 살아본다. ... 한 순간의 쾌락이지만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 그것이 나의 꿈틀거리는 육체적 본능이다. 피테르 브뤼헬, ‘사육제와 사순절 사이의 싸움’, 1559 내가 이런 꿈을 꾸는 것은 우리의 삶이 너무 팍팍하기 때문이다. 1년 열 두 달 뭐 하나 즐거운 때가 없다. 개인적으로야 간간히 그런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사회 전체가 즐기는 문화행사가 없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떠나 모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