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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명화산책1아이들의 놀이

인문명화산책1[피테르 브뤼헬의 ] 일요일 밤이다. 글쓰기 좋은 시간이다. 잠시 읽던 책을 덮고 페친들과 그림 하나를 감상하고자 한다.-----피테르 브뤼헬(1525-1569). 네덜란드 화가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명 중 하나다(다른 한 명은 요하네스 베르메르). 미술사에 문외한이었던 내가 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엔나 예술사미술관(비엔나 쿤스트)에 가서 브뤼헬의 방에 들어갔을 때였다. 거기서 13-4점의 그림을 보았는데, 내겐 큰 충격이었다. 16세기 작품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주제였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나는 브뤼헬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유럽의 미술관을 방문할 때마다 내겐 그 어떤 작품보다 브뤼헬 작품을 보는 게 최우선이었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

인문명화산책2김상환 판사, 한 장의 그림 그리고 코소보 역사

인문명화산책2[김상환 판사, 한 장의 그림 그리고 코소보 역사] 김상환,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 부장판사. 이 사람을 오래 동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늘 그가 원세훈을 법정구속했다. 사필귀정의 판결이지만 쉽게 나올 수 있는 판결이 아니다. 원세훈에 대해서 1심을 맡았던 이범균 판사는 국정원법에 의한 정치 관여는 인정했지만 공직선거법상의 선거개입은 인정하지 않았다. 국사범임이 분명했지만 원세훈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범균 판사의 이 판결에 대해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나도 그 대열에 섰다. 선거철에 국정원이 인터넷 상에서 댓글을 달면서 정치에 관여했는데 그것을 선거개입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 무슨 해괴한 판결이란 말인가. 누구는 이 판결이 다가올 법원 인사와 관계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아닌 것도 ..

인문명화산책3생명의 가치를 그린 예술가들

인문명화산책3[생명의 가치를 그린 예술가들] 요 며칠 사이 뭔가 자꾸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림 한 점을 보면 그냥 예사롭게 넘기질 못한다. 비탄에 빠진 인간을 그린 작품을 볼 때는 마음이 더욱 심란하다. 그 마음이 이 글쓰기를 재촉한다.----모든 인간은 존엄하며, 그 생명은 신성하다. 이 믿음이 바로 인권사상의 주춧돌이다. 다른 모든 인권은 여기에서 파생하는 권리다. 그런 이유로 세계인권선언은 인간의 존엄성(제1조)과 생명권(제3조)을 최우선 권리로 선언하고 있다(우리 헌법은 제10조에 인간 존엄성을 선언하고 있지만 생명권은 명문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생명권이 인간 존엄성에서 파생하는 기본권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예술사에서 인간 생명의 고귀함을 창조적 예술로 승화한 예는 근대 이..

인문명화산책4(피테르 브뤼헬의 네덜란드 속담)

인문명화산책4[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그러나 매우 유쾌한 그림] 며칠 전 피테르 브뤼헬의 를 소개하면서 17세기 네덜란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았다. 덧붙여 아동의 인권도 이야기했다. 오늘은 브뤼헬의 다른 그림 하나를 보면서 재미있는 속담을 말해 보자. 요즘 학생들의 말과 글을 유심히 살피면 옛날 사람(?)들과 비교해 다른 게 많다. 그 중 하나는 순수 한글 세대여서 그런지 한자에서 온 사자성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한글세대라면 정작 알아야 할 우리말 속담도 잘 모른다. 말과 글에서 구수한 우리 속담이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단순히 세대차에서 기인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래가지고서야 우리글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쓸데없는 우려인가? 그렇다면 나야말로 걱..

눈카마스

소설 아닌 소설(4)눈카마스 1. 6월 4일 저녁이 다가온다. 나는 천주교 신자가 아님에도 매년 이날 저녁 7시가 되면 성당을 찾는다. 저녁 미사를 보면서 추모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내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었다. 그를 추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그 약속을, 나는 오늘도 지켜야 한다. 성당의 종소리가 들린다. 나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2. 1995년 6월 7일 아침이었다. 나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 그 순간을 똑똑히 기억한다.“어, 이게 뭐야. 김수상? 어디서 들어 본 사람인데...” “여보, 누구? 김수상이 뭐하는 사람이야”“아ㅡ ” 내 입에서 장탄식이 터졌다.그날 조간 맨 뒷면 사회면에는 이런 기사가 1단으로 나와 있었다. “김수상, 27세, 대전..

SNS 소설 2015.09.27

군인범죄를 일반법원에서 재판하자

윤일병 사건과 관련하여 한 마디!요즘 윤일병 사건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군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이 군내부에서 일어나는 가혹행위를 근절시키는 묘안은 아니지만 차제에 관심 갖고 개혁의 움직임이 있길 바란다.몇 차례에 걸쳐 군사법개혁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본질은 고쳐지질 않았는데 군사법개혁을 하면서 항상 하는 말이 지금의 군사법체제는 독립성이 없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었다.군사법기관에는 법률전문가인 군법무관이 있지만 그들도 명령과 지휘에 움직이는 군인일 뿐이다. 군사법원에서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져도 지휘관인 관할관은 확인 과정에서 그것을 바꿀 수도 있는 게 현재의 군사재판이다.군 내부의 폭력사건은 근절되어야 하지만 하루 아침에 여론과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군검..

대충주의, 결코 한국인의 DNA가 아니다

상가에서 귀한 분을 만났다. 이성낙 선생. 이 분은 독일에서 공부하여 의학박사가 되었고, 이후 귀국하여 한국의 유명 의과대학의 교수로 일하다가 가천의대 총장으로 은퇴하신 우리나라 최고의 피부과 의사 중 한 분이다.그런데 내겐 피부과 의사로서가 아니라 우리 고미술과 관련하여 각인된 분이다. 나는 이분을 오주석이 쓴 를 읽다가 알게 되었다.오주석이 조선 후기 초상화 과 이 사실 두 사람이 아닌 한 사람 이채를 그린 초상화라고 말할 때, 그것을 피부과적으로 감정한 분이 바로 이성낙 선생이다.백문이불여일견! 초상화 「전 이재초상」과 「이채초상」을 보자. 둘 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 이재초상」은 조선 숙종 때의 학자인 이재의 초상화로 알려진 작품이다.그렇지만 그림 어디에도 이재의 초상..

광화문 차벽 설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광화문 차벽 설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1. 민주사회에서 시민이 자유롭게 도시를 활보하는 것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를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라 하였다.2. 지금, 광화문에서는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단식 투쟁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주변을 경찰 차량으로 둘러싸고 있다. 이로 인해 단식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은 물론 일반시민들이 통행의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차량의 공회전으로 말미암아 주변에서 일하는 상인들의 불편함도 크다.무엇보다도 이것은 참을 수 없는 국격 손상이다. 대한민국이 지난 30년간 피와 땀으로 만들어 낸 민주주의, 그것은 우리에겐 자존심이요, 최고의 국격이다.이 차벽으로 말마암아 우리의 국격은 땅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3. 경찰청장은..

우리는 아직 야생에 산다

우리는 아직 야생에 산다진화론을 철저하게 믿는 사람들은 시간이 가면 인간이 진화하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인간이 진화하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인간이 가진 감정, 특히 예술적 감정도 몇 천 년 시간이 가면 진화적 관점에서 상당히 달라질까?과연 그럴까?몇 년 전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에 갔을 때의 일이다.거기 제1관의 문을 열자마자 나타난 4천여 년 전의 조각품. 우리가 크레타 문명이라고 말하는 에게해 섬에서 발견된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었다.그 조각품들을 보는 순간 나는 경악을 했다.내가 4천년 전의 조각품 전시실에 간 것이 아니라, 혹시 20세기 추상조각 전시실에 들어온 것은 아닌가?세부적인 표사를 생략한 채 사람들의 모습을 조각한 작품들, 그것은 그 당시 사람들의 미적감각이 이미 추상적 수준..

소통 그리고 의식의 르네상스에 대하여

소통 그리고 의식의 르네상스에 대하여 르네상스 시기 독일 화가 뒤러는 자의식이 강한 자화상을 그렸다. 나는 이 그림을 통해 르네상스가 개인을 발견한 시대라는 것을 실감나게 느낀다. 1. 이 사회의 소통부재의 철학적 기초를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이 아침 나의 페친들에게 감히 드리는 도전적 질문이다. 누군가가 나를 외국인으로 착각하고 그것을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한국 사람은 아직도 중세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권위라는 신이 명령하는 세계에서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한 인간이라는 사실, 자기 자신이 한 개인으로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어야 한다는 의식입니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당신도, 그런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한국 사람에겐 그런 의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