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39

검찰개혁, 청렴국가에서 배우자

[시론]검찰개혁, 청렴국가에서 배우자여야 대선 후보들의 검찰개혁 방안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상설특검제이든,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공직비리수사처 설치든 방점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변화를 주어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해야겠다는 데에 찍혀 있다. 그런데 예상대로 검찰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검찰수뇌부는 대선 후보들의 검찰개혁안을 “검찰을 무력화·형해화하려는 시도”라고 하면서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먼 이국 땅 스웨덴에서 듣고 있는 나로서는 착잡하기 그지없다. 검찰수뇌부의 조직보호에 대한 집착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중수부장을 지낸 분까지 이제 좀 고쳐보자는데도 그들은 요지부동이다. 검찰 말대로 99.9%의 사건에서 정의를 실현하면 무엇하랴. 0.1%의 사건에서 온갖 비..

비그포르스의 나라 스웨덴에서 깨달은 앎

[정동에세이]비그포르스의 나라 스웨덴에서 깨달은 앎 얼마 전 잠시 한국을 다녀오면서 비행기 내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홍기빈의 를 읽었다. 비그포르스는 20세기 스웨덴 복지국가의 설계자로 불리는 사람이다. 나는 이 책에서 비그포르스가 세상에 대해 분노했고, 그로 인해 꾸게 된 꿈을 발견하였다. 인간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평등한 인간적 연대를 가로막는 사회적 위계와 권력의 문제, 그것이 그의 분노의 뿌리였다. 사람과 사람이 평등하게 연대하고 사랑하면서 서로의 인간적 발전을 일구어내는 공동체의 꿈, 그것이 그가 꿈꾼 세상이었다. 감히 말하건대, 비그포르스의 분노와 꿈, 그것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든 이의 분노이자 꿈이다. 나는 현재 스웨덴의 한 인권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비그포르스의 나라..

법의 의미와 우리의 선택

[경향논단]법의 의미와 우리의 선택법을 공부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법의 진정한 의미를 최근에서야 깨닫기 시작한다. 고시공부를 할 때는 법은 주어진 것이라 생각해 법의 철학적 의미는 관심 밖이었다. 그저 학설과 판례를 외워 주어진 법을 해석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 가면서, 더욱 학교에서 미래의 법률가들에게 법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다보니, 법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법을 어설피 알 때는 빈곤은 무능하고 게으른 자의 죄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그는 배를 곯으면서도 가게에 산더미처럼 쌓인 빵을 가져가지 않을까. 배가 고프면 손을 뻗어 그것을 먹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는 포기한다. 왜? 법 때문이다. 그가 가게에서 돈을 내지 ..

무죄의 조건

[경향논단] 무죄의 조건지난 10월27일 한 노인이 대법원 1호 법정 피고인석에 섰다. 무거운 정적이 흐른 뒤 재판장으로부터 짧은 한 마디가 들렸다. “검찰의 상고를 기각한다.” 피고인에게 무죄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그 주인공은 올해 78세의 정원섭씨다. 실로 얼마만인가. 1972년, 그의 나이 39세에 일어난 사건이니 꼬박 39년 만이다. 법률가인 내가 아무리 자료를 뒤져봐도 이런 사건은 처음이다. 간간이 정치적 사건에서는 30여년이 지난 다음에도 재심이 이루어져 무죄가 선고된 적이 있지만 일반 형사사건에서 40여년이 지난 다음 재심에서 무죄가 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러니 이 사건을 한 개인의 감격으로만 대하기에는 너무도 아깝다. 조금 살펴보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기록보존기간이 넘어..

신 서유견문(3) (내가 미국을 알아간 방법에 대하여)

신 서유견문(3) 내가 미국을 알아간 방법에 대하여 나는 가끔 상상한다. 1883년 조선인으로선 미국을 처음 간 유길준이 샌프란시스코 항에 도착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 몇 년 전 완공된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뉴욕에 도착해 맨해튼의 반짝이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았을 땐 어떤 기분이었을까? 워싱턴 디시의 캐피탈 홀(국회의사당)과 백악관을 보았을 때는....아마도 유길준이나 그 일행들의 문화적 충격은 대단했을 것이다. 얼마나 충격이 컸고 당황했으면 사절단장 민영익은 뉴욕 호텔에서 만난 아서 대통령에게 조선식 큰 절을 올렸을까? 짧은 미국 체류기간 중 유길준은 서양세력의 발전상에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는 그곳에 남고자 했다. 도대체 미국이란 곳이 어떤 나라인지, 서양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자멸 원하는가

[시론]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자멸 원하는가 국정원 댓글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은 전대미문의 국가범죄이다. 제대로 된 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정권이 몇 번은 무너졌을 법한 사건이다. 사태가 이쯤 되었으면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정원장을 해임함과 동시에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대통령이 이런 배짱을 부릴 수 있는 힘은 말할 것도 없이 이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여전히 자신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확신에서 연유한다. 그러니 이 정권의 오만함을 깨우쳐 주는 길은 결국 국민의 의사가 무엇인지를 실제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민주공화국에서 그 방법은 선거라는 이름의 이벤트로 실현된다. 그런 ..

민중의 공분

민중의 공분 방금 전에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수사발표가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수사는 가다가 그치고 말았습니다. 누가 보아도 상급자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건임에도 결국 실무자 몇 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는 끝나고 말았습니다. 맥 빠지는 수사지요. 저는 이 순간 왜 우리는 이런 중대한 국가범죄에서도 이렇게 밖에는 단죄할 수 없을까 하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문제의 출발은 국정원이지만 그러한 범죄를 가능케 한 것은 권력입니다. 권력이 용인하지 않는 한 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왜 권력은 항상 그 모양일까요. 그것은 국민이 무섭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건이 일어나도 국민이 엄하게 권력을 꾸짖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

권력의 달콜함에서 벗어나자

권력의 달콤함에서 벗어나자 나도 나이가 50이 넘으니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진다. 조금은 포용하면서 살고 싶다. 흠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하면서 가급적 이해해 보고자 노력한다.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돈과 권력에 대한 생각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내가 이해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오늘은 이중에서 권력 이야기 좀 해보자.선거가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도지사가 되었고, 군수, 시장이 되었다. 그리고 지방의원이 되었다. 그들은 왜 그 자리를 가고자 그토록 욕망했을까. 자기가 꼭 가야 할 무슨 이유라도 있었을까.나의 이해심 많은(?) 눈으로 보아도 많은 이들이 도저히 갈 자리가 아닌 곳에 간 것 같다. 그들이 그곳에 간 것은 단순히 권력에 대한 욕망이 컸기 때문이다. 권력의 달콤함이 그 무엇..

무덤 앞에서

작년 이맘 때 나는 스웨덴 룬드라는 작은 도시를 배회하였다. 이국 땅에서 혼자 지내는 것은 생각보단 쉽지 않았다. 나의 일과 중 즐거움은 도시 산책---그것은 지금도 그렇지만---.산책 길에서 꼭 들렀던 곳은 공원 묘지였다. 200여 년이 넘은 공원묘지는 내게 안식을 주었다. 나는 그곳 벤치에 앉아 책도 읽고 일기도 썼다. 그리운 사람 하나하나를 기억해 내기도 했다. 묘소마다 사연이 있을 것이다. 나는 거기에 쓰여진 조그만 비석 하나하나를 보면서 그 사연을 알아보고자 했다. 그 중에는 이런 묘소도 있었다. 아주 작은 비문이 있고, 꽃이 놓여져 있고, 그리고 벤치 하나가 놓여져 있는 것이다. 저 벤치는 무엇일까?생각할 것도 없이 그것은 가족이 묘소를 둘러보면서 죽은 이를 회상할 때 잠시 앉는 곳이리라. 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에 대하여

나의 주 관심사 중 하나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다(맑스 말하길 세상의 철학은 세상을 해석만 했지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다 했는데 내가 그 꼴인 것 같다만...). 나는 오래동안 인권의 발전이 어떤 계기를 통해 이루어졌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해 왔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발견한 매우 중요한 하나를 나누고자 한다.(다 들으면 싱겁다 할 것이지만) 복잡한 설명을 쉽게 하는 방법은 예를 드는 것이다. 다음 상황을 잘 읽어 보기 바란다. 이것은 실제 있었던 상황이다. 상황(1990년 초) 변호사 갑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A를 변호하고 있다. 갑은 구치소에 구속되어 있는 A를 만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접견을 신청했다. 그런데 변호인 접견실에 가보니 교도관 을이 입회하여 갑과 A의 대화를 듣고..

Best Essays 201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