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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명화산책(7)피테르 브뢰헬, 쾌락과 절제의 싸움을 그리다

인문명화산책(7)[피테르 브뢰헬, 쾌락과 절제의 싸움을 그리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브라질에 갈 것이다. 거기에 가서 리우 카니발에 참가하고 싶다. ...거리를 꽉 매운 인파 속에 들어가 격렬하게 엉덩이를 놀리는 삼바 춤의 무희들과 한 바탕을 춤을 춘다. 그리고 먹고 마시면서 며칠을 딴 세상에서 살아본다. ... 한 순간의 쾌락이지만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 그것이 나의 꿈틀거리는 육체적 본능이다. 피테르 브뤼헬, ‘사육제와 사순절 사이의 싸움’, 1559 내가 이런 꿈을 꾸는 것은 우리의 삶이 너무 팍팍하기 때문이다. 1년 열 두 달 뭐 하나 즐거운 때가 없다. 개인적으로야 간간히 그런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사회 전체가 즐기는 문화행사가 없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떠나 모든 사..

이디스에게

[나의 이디스에게] 사랑의 열병으로 밤을 지새운 분들에게 이글을 드립니다. ....내가 버트런드 러셀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지극히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가 사랑의 열정이 자신을 지배한 첫 번째 열정이었다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만일 러셀의 생애가 그 뛰어난 지성만을 보여주었더라면 나는 그를 존경하기는 했겠지만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러셀은 젊은 시절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는 영국의 귀족 집안에서 자랐다. 당시 영국 사회의 도덕률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인간의 본능은 중시되지 않았고 이성의 통제 대상으로만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허위의식에 가득 찬 도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그는 본능에 기초한 남녀의 사랑을 강조했다. 자유연애를 지지했고 사랑하..

Best Essays 2015.09.26

대법원 구성 너무 심각하다, 이대로 둘 수 없다

[대법원 구성 너무 심각하다, 이대로 둘 수 없다!] 나는 요즘 대법원이 우리 사회에 도대체 왜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최고사법기관의 최소한의 기능은 국민의 인권옹호가 아닌가. 또한 대법원은 사회분쟁과 갈등의 최종적 해결기관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 대법원의 그런 기능은 파탄상태에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사건에서 대법원은 수많은 노동자의 아픔을 외면했다. 한 사업장에서 노사갈등이 발생하여 무려 25명이나 되는 무고한 노동자들을 자살로 몰고 간 사건에서 대법원은 결국 자본의 편을 들었다. 이번에 선고된 KTX 승무원 사건도 마찬가지다. 거의 10년이나 끌어온 노동사건에서 원심 판결마저 뒤집고 끝내 노동자들을 외면했다. 이제 그들 노동자는 1인당 1억 원 이상의 빚을 지고 거리로 내몰릴 상황이다. 대법원이 ..

[무상급식 논쟁, 부자의 항변, ‘부자는 봉이 아니다

[무상급식 논쟁, 부자의 항변, ‘부자는 봉이 아니다’] 지금 무상급식이 위기다. 소위 보편적 복지에 대해 평소 다른 생각을 갖던 홍준표 지사는 마침내 무상급식 예산 중단을 선언했다. 그의 이야기는 간단히 이런 것이다. ‘재정 사정도 좋지 못한데, 왜 돈 있는 집 아이들까지 밥을 공짜로 먹이는가. 무상급식을 한다면 돈 없는 집 아이들을 골라 해야 하는 것이다. 돈 있는 집 아이들까지 무상급식을 하는 보편적 복지는 나라 거덜 내는 지름길이다.’ 홍지사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중에는 그를 역시 딱 부러지는 사람이라고 평가할 지도 모른다. 얼마나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생각인가. 돈 많은 집 자식한테까지는 복지혜택 줄 수 없고, 오로지 돈 없는 집 아이들에게만 돈을 쓰겠다니 말이다. 참 알뜰한 지사다. 그런데 오..

아메리칸 드림 v. 유로피언 드림

[아메리칸 드림 v. 유로피언 드림] 인간의 사고는 자신의 경험을 넘지 못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논쟁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경험에 기초하여 결론을 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복지논쟁을 하면서 저는 이런 현상을 자주 목격합니다. 우리 정부에서 주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 온 박사들입니다. 특히 경제정책은 그 정도가 심합니다. 이들은 미국에서의 경험에 익숙하기 때문에 중요 사안의 결정을 미국식으로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복지논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복지정책도 미국식으로 바라보고 거기에서의 방식으로 한국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행스럽게도 그 경험이 좀 다릅니다. 저는 젊은 시절 짧지만 미국을 경험했고, 나이 들어 유럽에 관심..

인간의 자존감에 대하여 그리고 의무급식에 대하여

[인간의 자존감에 대하여 그리고 의무급식에 대하여]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길 원한다. 행복을 위한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자존감이다. 나 자신을 하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한 그에게서 진정한 행복은 찾을 수 없다. 자존감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나’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 땅에 태어난 이상, 나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행복의 최소한의 조건이라 믿는다. 그런데 이런 자존감은 사회적 영향을 받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고도의 자기 수양을 통해 이것을 스스로 획득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통해 그것을 획득한다. 따라서 사회가 어떤 사람의 자존감 인정하고 ..

인문명화산책(8) 16년간의 기다림, 그녀를 만나다

인문명화산책(8)[16년간의 기다림, 그녀를 만나다] 내가 그녀를 알 게 된 것은 2000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그때서야 그녀를 알게 된 것이 나로선 여간 서운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집 앞을 몇 달간이나 매일같이 지나쳤음에도 나는 그녀의 존재를 알지 못했었다. 이 그림이야 워낙 유명하니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감상? 그저 조용히 계속 보고 있으면 된다. 눈을 보라, 입술을 보라 그리고 반짝이는 귀고리를 보라... 바로 이 소녀가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1675)의 대표작 의 주인공이다. 지금 그 소녀는 헤이그 마우리츠후이스(Maurishuis) 미술관에 거하면서 수많은 팬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그 미술관은 대형미술관은 아니지만 이 한 점의 보물—거기엔 또 다른 베르메르의 역작..

'전문성 없는' 현 위원장님, 더는 추합니다

'전문성 없는' 현 위원장님, 더는 추합니다[동료 교수가 보내는 공개서한] 이제 인권위원장 사퇴하십시오일시 10.11.08 12:34l최종 업데이트 10.11.08 12:38박찬운(news) 기자맨위로페이스북2트위터0댓글0카카오톡스크랩더보기더보기댓글0확대축소축소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자료사진). ⓒ 남소연현병철 위원장님, 아니 현 교수님, 공개적으로 이런 말씀드리려 하니 참으로 곤혹스럽습니다.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지만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군요. 한 지붕 밑에서 함께 지냈던 동료 교수이자, 학창 시절 이후 이런저런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이 이런 매몰찬 고언을 한다는 것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저는 사적인 인연을 접고 오로지 대의를 쫓기로 했습니다. 어렵게 만들어 오늘에 ..

세월호 특별법의 문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이 해수부에 의해 입법예고 되었다. 이것을 두고 세월호특위와 유족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내가 오늘 급히 시간을 내 특별법, 시행령(안)을 검토해 보았다. 그 검토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내가 발견한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다.1.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정부가 특위를 사실상 좌지우지한다는 문제에 대하여(1) 시행령(안)을 보면 사무처의 핵심보직으로 기획조정실장이란 보직이 있다. 이 보직이 하는 일은 위원회의 업무를 종합하고 조정하며 진상규명에 관한 종합기획 및 조정을 하는 등의 업무를 담담하기 때문에 사무처의 핵심 직위라고 할 수 있다. 이 시행령(안)이 확정된다면, 이 공무원이 어떤 역량을 보이느냐에 따라 특위 ..

법률가는 글을 못 쓴다?

[법률가는 글을 못 쓴다?] 법률가는 글을 못 쓴다? 이런 말씀을 종종 듣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대체로 그렇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곰곰이 생각하면, 그것은 법률가들의 독선적 성격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에게 있어 잘쓴 글은 미문이 아닙니다. 무슨 현란한 수식어를 붙이고, 말끝마다 고사성어를 사용하고, 여기저기에 세계적인 명사들의 어록을 들먹이면서 쓴 글이 아닙니다. 잘 쓴 글은 쉬운 글입니다.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알 수 있는) 글입니다.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타자의 입장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쓴 글이, 그 글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대로 이해가 될까? 이것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