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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하는 자세

학문하는 자세 중앙대 사태를 보면서 대학의 현실을 알았을 겁니다. 한국의 대학은 자본과 권력에 종속되었습니다. 여기에서 학문이란 기업과 권력을 위한 지식생산, 인간생산에 다름 아닙니다.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야기합니다. 대학에는 학문하는 사람, 학자가 있어야 한다고요. 그것이 우리의 희망이라고요. 도대체 학자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이 학자일까요. 학자를 이루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저는 오늘 학문하는 자세, 학문하는 이의 열정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없이는 어떤 학문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과 같은 현실에서 이렇게 말하는 게 참 어쭙잖은 일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상을 버릴 수 없습니다. 그것이 한심한 현재를 이길 수 있는 힘이..

행정법규 국회 수정요구 논쟁

국회 수정요구권의 성격에 관하여 어제에 이어 재미없는 말을 한 번 더 해야겠다. 사실 나는 요즘 이런 데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이런 것보다 내 본업인 인권법을 비롯하여 역사, 문학, 예술, 여행... 그런 데에 필이 꽂혀 있다. 그런 분야의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시간이 없다. 하지만 이 문제는 내가 사는 이 대한민국 전체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법률전문가로서 내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하기에 한 번 더 자판을 두드린다. 국회가 행정부의 시행령 등 행정법규가 모법인 법률에 위반될 때 수정을 요구하는 국회법(제98조의 2)을 개정하자 그 성격에 관해 논란이 있다. 야당은 이 수정요구가 강제성이 있는 것이라고 하고, 이에 대해 여당은 강제성은 없다고 한다. ..

스승은 항상 경모의 대상인가

스승은 항상 경모의 대상인가 승효상 선생은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가이다. 그의 인문적 정신은 기능주의에 함몰된 다른 건축가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문필가로서의 능력도 탁월하다. 그의 글들은 마치 예술적인 건축물을 보는 듯 탄탄하면서도 아름답다. 하지만 나로서는 유감스런 점도 많다. 특히 그의 스승에 대한 경모는 내 맘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의 스승은 한국 최고의 건축가라 불린 김수근.그가 남긴 건축물은 척박한 대한민국 현대건축사 속에서도, 하나의 자존심이라고 했다지만, 나는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오늘 승효상 선생은 경향 칼럼을 통해 자신의 스승에 대해 최고의 헌사를 썼다. 스승은 암울한 시대의 거장이었으며 선각자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스승을 알아주지 않는 이 시대를 원망했다. 스승이 설계한 라..

인문명화산책(9)죽어가는 왕비도, 황제의 대관식도 그린 변절자 루이 다비드

인문명화산책(9)[죽어가는 왕비도, 황제의 대관식도 그린 변절자 루이 다비드] 학기 중이라 시간이 걸리는 글을 쓰지 못했다. 일요일 잠시 시간을 내 연재하던 명화 이야기를 이어가 본다.-----젊은 시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다짐을 한다. 양심적인 사람, 도덕적인 사람, 진보적인 사람이 되어서 사회, 국가, 세상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맹세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생각은 퇴색하고, 대부분 사람들은 급기야 전혀 딴판의 인간이 되고 만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의 인생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조 있는 인물을 구한다. 나는 비록 배신자가 된다고 해도 우리를 이끄는 바로 그 사람만은 신념을 갖고 살길 바란다. 그 사람이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경우 우리는 혹독하게 그를 변절자라고 ..

‘시오노 나나미’를 읽느니, 차라리 ‘박찬운의 로마’를 읽어라

아래 글은 소설가 김갑수 선생님이 저의 책 을 읽으시고 페이스북에 쓴 서평입니다. ‘시오노 나나미’를 읽느니, 차라리 ‘박찬운의 로마’를 읽어라 오래 전 나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가 도중에 책을 던져 버린 일이 있다. 그리고 나는 15권이나 되는 책 중에서 일단 1~3권만 구입한 나의 신중함을 기특하게 여겼다. 한국인으로서 로마를 알기 위해 15권이나 되는 책을 다 읽을 필요가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친서구적이며 용(容) 제국주의적인 책이다. 도처에 남성 중심, 승자 중심의 사고방식도 노출된다. 일본 여인으로서 로마제국과 카이사르에 대해 지나친 경도를 보이는 것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잘라 말해서 그녀는 일본 판 ‘된장녀’라고도 할 수 있으..

추억의 사진

정확히 10년 전 소록도를 들어가기 위해 녹동항에서 찍은 것이다. 지금 보니 10년 전의 내가 지금보다는 역시 젊구나! ㅠㅠ. 이 사진은 나로서는 역사적인 사진이다. 당시 나는 일본 변호사들로부터 일본에서 소록도 보상소송을 하자는 제의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부담감으로 차일피일 승락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4년 5월 5일 후쿠오카 방송국에서 소록도를 취재하는 데 동행해달라는 일본인 친구 모토무라씨의 부탁을 받고 호기심차 따라 나서게 되었다. 이 사진은 바로 그날 찍은 것이다. 이 소록도 방문 이후 나는 일본 변호사와 함께 소록도 소송을 하기로 결심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대한변협에 보고서를 썼다(나는 당시 대한변협 인권위 부위원장이었다). 대한변..

25년의 역사가 저 한 단의 서가 속에...

25년의 역사가 저 한 단의 서가 속에... 어제 출판사에서 책 한 박스가 도착했습니다. 새책을 낼 때마다 저자에게 보내오는 증정본입니다. 며칠 전 포스팅한 (제2개정판) 책이 드디어 도착한 겁니다. 책을 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책이 오는 날은, 연인이 먼 길에서 돌아오는 것과 같이, 설레는 날입니다. 저는 새 책을 서가에 꽂았습니다. 그리고 그간 출간한 책들도 정리한 다음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 포스팅하는 사진이 바로 그것입니다. 20권이 넘는책들이 나란히 보이는군요. 지난 25년 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출판된 책들입니다. 대부분은 제 단독저서이지만 일부는 공저도 있습니다. 일본의 시사 월간지 도 보이는군요. 앞으로 또 10년 열심히 읽고, 연구하고, 쓰겠습니다. 글이 모아지면 책으로 내겠습니..

로댕보다 10배나 뛰어나고 100배나 훌륭한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

오늘은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해 보자.구스타프 비겔란, 노르웨이가 낳은 천재 조각가 이야기다.이러저러한 이유로 여행을 자주한다. 그럴 때마다 이름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들르게 되는데, 최근 몇 년 이내로 박물관도 아니고 미술관도 아닌 데에서 큰 감명을 받은 곳은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비겔란 조각공원이었다.이곳은 비겔란이라는 조각가가 30여년에 걸쳐 만든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원이다.비겔란, 그는 젊어서 프랑스 유학을 통해 로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내가 보는 바로는, 그는 한마디로 청출어람, 로댕을 압도하는 조각가다. 10배나 뛰어나고, 100배나 훌륭한 예술가이다.로댕은 예술성에서는 천재적이었지만 작품의 사회성에서는 크게 내세울게 없는 예술가이다. 그러나 비겔란은 예술성에서도 천재적..

학문하는 자세, 샹폴리옹 그리고 나

학문하는 자세, 샹폴리옹 그리고 나 방학 중이지만 학교에 나오는 일은 학기 중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도 일찌감치 연구실로 나왔습니다. 오는 도중 전철 안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도대체 나는 무슨 자세로 학문이란 것을 하는 것인가. 지난 번 이곳에 포스팅한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았습니다. 막스 베버의 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일단 눈가리개를 하고서, 어느 고대 필사본의 한 구절을 옳게 판독해 내는 것에 자기 영혼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생각에 침잠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예 학문을 단념하십시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우리가 학문의 체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결코 자기 내면에서 경험하지 못할 것입니다. 학문에 문외한인 모든 사람들로부터는 조롱을 당하는 저 기이한 도취, 저 열정, ”네가 태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에 대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에 대하여> 나의 주 관심사 중 하나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다(맑스 말하길 세상의 철학은 세상을 해석만 했지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다 했는데 내가 그 꼴인 것 같다만...).나는 오래동안 인권의 발전이 어떤 계기를 통해 이루어졌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해 왔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발견한 매우 중요한 하나를 나누고자 한다.(다 들으면 싱겁다 할 것이지만)복잡한 설명을 쉽게 하는 방법은 예를 드는 것이다. 다음 상황을 잘 읽어 보기 바란다. 이것은 실제 있었던 상황이다.상황(1990년 초) 변호사 갑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A를 변호하고 있다. 갑은 구치소에 구속되어 있는 A를 만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접견을 신청했다. 그런데 변호인 접견실에 가보니 교도관 을이 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