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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법 제3개정판

나의 전공서인 인권법 제3개정판이 출판되었다. 여기에 서문을 게시한다. ------ 인권법 제3개정판 서문 대한민국 인권법 30년 역사를 회고하며 인권법 제2개정판을 낸 지 8년이 지났다. 교과서란 성격을 갖고 출판했으니 이미 한참 전에 제3개정판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독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변명을 하자면 개정판을 낼 짬을 내지 못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특별히 지난 3년(2020년 1월~2023년 2월)간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으로 일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공무 외에 연구를 한다거나 글을 쓴다는 것이 사치스러울 정도였다. 이제 학교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으니 비로소 내 본업으로 귀환했음을 느낀다. 마음을 가다듬고 연구자로서 할 일을 해야 할 때..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잠시 삶과 죽음을 생각해 본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책 한 권을 읽었다. 200쪽이 안 되는 소책자이지만 내게 주는 울림이 크다. (신아연 지음). 어제 저녁 서가의 책을 정리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낯선 책이다. 내가 이런 책을 샀는가? 약간의 호기심에 겉표지를 넘기니 명함 한 장이 나왔다. 신아연. 모르는 이름이다. 생각을 더듬으니 작년 어느 토론회에 가서 받은 책과 명함이다. 나는 그날 조력사망에 관한 세미나 좌장으로 나갔다가 토론회가 끝난 뒤 청중 한 사람으로부터 인사를 받았다. 바로 그분이 이 책의 저자였다. 그날 나는 건성으로 인사를 받고 책을 받아 집으로 가지고 와 1년 동안 모셔 두다가 어제서야 우연히 읽게 된 것이다. 저자에게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조력 자..

의대 정원 논의 총선 이후로

정부가 내년부터 의대 연간 정원을 현 3000명 수준에서 5000명 수준으로 늘린다고 한다. 단번에 65프로를 증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론은 대체로 환영하지만 의료계는 완강히 반대한다. 과연 이런 의사 증원이 우리가 안고 있는 의료문제를 개선하는 만능키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지난 문재인 정권 시절부터 이 문제에 대해 몇 번 이곳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 글은 그 이야기들을 현재의 시점에 맞춰 다시 쓴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의사들이 특정 지역을 선호하고, 특정 분야(필수의료)에선 아예 일하지 않으려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 건강권이 결정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서울의 큰 병원으로 와야 한다는 일종의 강..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가

우연히 한 페친이 올린 글을 읽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그가 최근 책을 냈다는 것이다. 그의 담벼락을 찾아가 보니 바로 내가 아는 그 사람이다. 세월은 흘렀지만 바로 알아 볼 수 있었다. 얼굴은 예전의 그가 아니지만 중후하게 늙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잘 살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인이자 수필가, 걸어 다니는 인문학자가 되어 있었다. 내가 그를 안 것이 조금 있으면 40년이 된다. 젊은 시절 강원도 어느 부대에서 그를 만났다. 제대한 뒤 한두 번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어쩌다 보니 차 한잔 같이 마시질 못했다. 그저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었을 뿐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페친의 담벼락에서 그의 소식을 들으니 내 무심함에 미안함을 느낀다. 30년 이상의 시간이 이렇..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9)-50일간의 남미 여행, 그것은 어떤 의미가 있었는가-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9 최종회)-50일간의 남미 여행, 그것은 어떤 의미가 있었는가- 남미 여행이 끝났다. 긴 여행이었다. 30일간 걸어서 여행을 했고, 20일간 앉아서 여행을 했다. 총 50일간의 여행이다. 걷는 여행도 힘이 들었지만 앉아서 하는 여행도 만만치 않았다. 한 달간의 여행을 17구간으로 나누어 한 회에 한 구간씩 써 내려갔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다시 한 번 여행을 했다. 단순히 여행을 복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각도에서 또 한번의 여행을 했다. 현지에서 그냥 스쳐 지나간 것도 여행기를 쓰다 보니 달리 보인 게 많았다. 수업 시간에 대충 이해했던 것이 복습을 통해 진짜 내 것이 되듯 여행도 그렇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20일간의 여행기는 총 9단계의 과정을 거쳐 ..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8)-브라질에 대한 짧은 생각, 리우 데 자네이루-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8) -브라질에 대한 짧은 생각, 리우 데 자네이루-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리우데자네이루(약칭 리우 혹은 히우)의 코바카바나 해변의 호텔에서 아침을 맞이하였다. 서울을 떠난 지 한 달이 되었다. 이제 여행을 마무리하고 긴 귀국 길에 들어서야 한다. 그래도 서울로 떠나는 비행기가 저녁 시간이라니 잠시 리우의 명소 몇 곳은 둘러볼 시간이 있다. 겨울철이라고 하지만 이곳 날씨는 30도가 넘는다. 일행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버스에 탑승했다.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리우에서 브라질의 참맛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이날 보고 들은 것을 기초로 여행기를 쓰기도 어렵다. 다만 짧은 시간이라도 평소 브라질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있었으니 이 기회에 그것을 ..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7)-무신론자를 유신론자로 만드는 경이로운 이구아수-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7)-무신론자를 유신론자로 만드는 경이로운 이구아수- 이제 남미여행의 사실상 마지막 여정이 시작되었다. 몸은 지칠대로 지치고 아무리 절경을 본다한들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는 경지에 왔다. 한국으로 돌아갈 일을 생각하면 까마득하기만 하다. 온 길보다 더 먼 길을 간다니, 비행기 타는 시간만 꼬박 24시간 이상이라니, 새파란 나이도 아닌 내가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마지막 하이라이트니 절대 이것을 놓쳐서는 안된다며 서로를 다독인다. 그래, 언제 또 여길 온다는 말이냐. 정신 차리고 세계 7대 절경 중 하나라는 이구아수 폭포를 즐겨보자. 이구아수 폭포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다. 이곳은 세 나라 곧 아르헨티나와 브라..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6)-매력적인 너무나 매력적인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6)-매력적인 너무나 매력적인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 2014년 1월 5일 우수아이아를 뒤로 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시간 3시간 반. 육로로 가면 3천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다. 오는 도중 하늘에서 보니 평야가 끝없이 펼쳐졌다. 정오 무렵 비행기 착륙등이 켜져서 창밖을 내려다보니 황토색 물감을 탄 듯 뿌연 거대한 물줄기가 바다로 들어간다. 라 플라타강이다. 드디어 생전 처음 상 파울로와 더불어 남미 최대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했다. 착륙하기도 전에 하늘에서 본 것이 팜파스와 라 플라타강이다. 이 둘이 아르헨티나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지리적 팩트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대해 말하기 전에 이 두 가지를 간단하게라도 말하는 게 좋겠다. 적어도 ..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5)-세상의 땅끝마을, 우수아이아-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5)-세상의 땅끝마을, 우수아이아- 2024년 1월 3일 오전 엘 칼라파테 국제공항에서 우수아이아(Ushuaia) 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시간은 한 시간 정도. 드디어 우리 일행은 세상의 땅끝마을(Fin del Mundo) 우수아이아의 땅을 밟았다. 특별히 위치를 알고 싶어 지도를 꺼내 보았다. 남위 54도 48분, 서경 68도 18분. 사람들은 여기를 땅끝마을(지구의 가장 남단에 있는 마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확한 말이 아니다. 우선 땅끝마을은 대륙의 일부이어야 하지 섬이 될 수 없다고 하면, 남미의 땅끝마을 곧 세계의 땅끝마을은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다. 이 도시는 마젤란 해협 상에 있는 도시로서 이 지역 파타고니아의 거점 도시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나 페리토 모..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4)-침묵할 수밖에 없는 절경, 페리토 모레노 빙하-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4)-침묵할 수밖에 없는 절경, 페리토 모레노 빙하- 새해 첫날 피츠로이 새벽 트레킹을 마치고 오후에 엘 찰텐을 떠나 두 시간 거리인 엘 칼라파테로 이동했다. 이틀간 그곳에서 머물며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볼 예정이다. 과연 이곳은 우리에게 어떤 감동을 줄 것인가. 반복적인 학습은 우리의 뇌신경을 무디게 만든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라도 매일 보면 감동은 처음 볼 때의 몇 분의 일로 줄어든다. 파타고니아에서 일주일 정도 있어 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토레스 델 파이네를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피츠로이의 신묘한 붉은 고구마를 보고 나니 앞으로 어떤 절경을 보아도 감탄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이제부터 보는 절경은 그저 덤이지 꼭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분명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