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에 분노한다면 채상병 사건에서는 더 분노해야
김호중이 구속됐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분노한다. 그 분노가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채상병 사건에선 더 분노해야 한다.
두 사건은 다른 사건이지만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김호중이 음주사고를 낸 것은 큰 과오였다. 그렇더라도 그가 사고 즉시 자수했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번지진 않았을 것이다. 큰 인사 사고도 아니었으니 아마 동정론도 일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그와 소속사는 사고 이후 운전자를 바꿔치기 해 은폐를 시도했다. 이것이 2차 범죄이고 시민들은 이것에 분노했다.
채상병 사건이 지금 이렇게 국민적 관심사가 된 것도 2차 범죄행위 때문이다. 채상병이 지휘관의 무리한 수색명령에 따르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것은 분명 국가가 책임질 일이다. 그러니 사고에 대해 적절히 수사하고 관련 책임자를 사법처리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번지진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다. 이제까지 의혹을 모아보면 이렇다.
<대통령이 수사대상에 사단장이 포함된 것에 격노했다. 이에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사령부가 나서 해병대수사단에 압력을 가했다. 수사외압이 문제가 되자 그것을 은폐하는 데 국가권력이 총 동원되었다.>
이것이 채상병 사건의 2차 범죄 의혹이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1차 범죄보다 훨씬 큰 범죄가 발생한 것이다. 이제 채상병 사건의 본질은 사망사건 그것이 아니다. 2차 범죄 의혹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이 사건은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릴만하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원래 민주당 선거본부에 공화당 관련자가 야간에 침입한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사건이 급기야 닉슨 사퇴로 이어진 것은 닉슨이 거짓말을 했고,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김호중 사건에 분노하는가? 그렇다면 채상병 사건에선 더 분노해야 한다. 2차 범죄 가담자의 지위와 범죄혐의 정도를 비교해 보라. 어느 쪽이 중한가?
우리 모두는 공평과 정의의 저울을 갖고 태어났다. 김호중 사건에서 분노하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채상병 사건에선 더 분노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몸 속에 자리 잡은 공평과 정의의 저울이 고장 난 것이다. (2024.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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