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총선 투표장에 나가는 분들에게 부친다-더 이상 자존심 상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

박찬운 교수 2024. 4. 10. 20:33

총선 투표장에 나가는 분들에게 부친다

-더 이상 자존심 상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

 
 
누구나 자존심이 있다. 개인을 넘어 공동체도 자존심이 있다. 그런 면에서 오늘은 국민 개개인 그리고 국가적 자존심을 되찾는 날이다. 나에게 주어지는 두 장의 투표 용지에 어떻게 기표하느냐에 따라 우리들 모두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살려낼 수 있다.
지난 2년간 윤석렬 정권이 어떻게 우리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었는지 똑똑히 기억하자. 그 기억을 가지고 투표장으로 가자.
 
첫째, 영부인 김건희 씨의 행동이 참으로 이상하다.
영부인이 몰래 사전 투표를 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다.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투표소에 나와 공개적으로 투표를 하는 것은 민주국가라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우리도 그랬고 권위주의적 정부 시절마저 예외는 없었다. 그런데 몰래 투표를 했다니 무엇이 두려웠는가.
영부인이 100일 넘게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나 아무런 설명이 없다. 영부인은 국가기관은 아니지만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국가 원수로서의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든다. 영부인 리스크로 끄덕하면 사라지는 사태가 계속되면서 대통령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런 영부인을 일상으로 보는 것이 정말 짜증 나고 자존심이 상한다.
 
둘째, 전 국방장관 이종섭을 호주대사로 임명했고 그는 임명된 지 한 달도 안 돼 사임했다.
수사를 받고 출국금지된 피의자를 대사로, 그것도 주요 부처의 장관을 지낸 이를 A급지도 아닌 나라의 대사로 임명하는 대통령의 거침없는 권한 행사에 국민들은 경악했다. 국가도 체면이라는 게 있다. 상대국인 호주 정부에 면이 서지 않는다. 부임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피해 공항을 빠져나가는 이종섭의 모습은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에 불을 질렀다.
 
셋째, 너무나 어설프고 설익은 정책이 난무한다.
과학계의 카르텔로 인해 세금이 새어나간다며 R&D 예산 수 조원을 갑자기 삭감해 과학자들을 멘붕에 빠트렸다. 총선 직전에 의대 정원을 내년부터 67% 증원한다는 정책을 발표해 의료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진짜 어느 날 일어나 보니 후진국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정책의 타당성 여부를 불문하고 대통령 1인이 이런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나라에 산다는 게 국민들로서는 대단히 자존심 상한다.
 
넷째,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 되어버렸다.
용산에 행정부에 주요 국가기관 곳곳에 전직 검사들이 임명되었다.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면 군인들이 정권의 실세가 되는 법인데, 대한민국에 검찰 쿠데타라도 일어난 것인가. 모든 것은 검사로 통하는 시대, 검찰공화국의 시대가 열렸다. 교육을 숭상하는 국민들과 각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는 인재들의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를 준 지난 2년이었다.
 
다섯째, 통치만 하지 정치를 하지 않는 대통령이 탄생했다.
윤대통령은 지난 2년간 야당대표를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들리는 말로는 야당 대표가 수사를 받는 피의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사정이야 어떻든 야당대표도 우리 국민이 선택한 것이다. 죄가 있어 감옥에 가면 야당대표에서 물러날 텐데 왜 그것을 문제 삼아 정치를 하지 않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과 협조를 하지 않고 대통령의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 전쟁을 하는 중에도 한쪽에서는 평화협상을 하는 법이다. 정치를 않는 대통령을 보는 우리 국민들 마음은 속이 타들어가고 자존심이 상한다. 세상에 이런 대통령은 없다.
 
여섯째, 국가기관이 제 기능을 상실했다.
윤대통령은 국가기관의 기능을 비정상으로 만들었다. 정부조직법을 바꾸지 않고도 여성가족부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몇 달 동안 장관을 임명하지 않고 차관 대행 체제로 가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을 받고도 임명을 하지 않는다. 여야 추천의 위원을 임명해 5인 합의제로 운영해야 하는 방통위를 여측 위원 2인만으로 운영하는 사실상 독임제 국가기관으로 만들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위원으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위원들의 임명으로 고사 직전의 상태가 되었다. 이런 일이 어떻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온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존심에 심각한 손상을 주었다.
 
일곱째, 내로남불의 정도가 너무나 심각하다.
오늘의 조국혁신당을 이렇게 키워준 것은 사실 윤대통령이다. 조국과 그 가족에 대한 수사는 상식인의 생각으로도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 법률적으로 말하면 명백히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사태가 이럼에도 윤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범죄에 대해선 지나치게 관대하다. 그의 처와 처가의 범죄혐의는 점점 깊어져만 가는데도 도대체 지난 2년간 제대로 수사가 된 게 없다. 조국 수사의 딱 절반만 아니 절반의 절반만이라도 하는 게 형평에 맞지 않는가. 이 정부는 상식에 입각해 살고자 하는 국민들의 자존심을 산산이 깨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자존심 상하는 환경에서 우리는 지난 2년을 살아왔다. 오늘 우리는 이 상황이 얼마나 문제가 있었는지 주권자로서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 각자가 투표함에 넣는 두 장의 투표지는 총알보다 더 치명적으로 이 정권을 심판할 것이다. 더 이상 이렇게 자존심 상하는 나라에서 살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포효가 거기에 실려야 한다.
(이 글은 2024. 4. 10. 새벽에 써서 투표가 시작되는 시점인 아침 6시에 페북에 포스팅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