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행사가 다음엔 사우나 행사가 될 수도
이번 대통령 주최 출입기자단 초청 김치찌개 파티는 우리나라 언론 수준을 세계만방에 보여준 일대 사건이다. 대통령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기자들이 대통령이 직접 요리해 나누어 주는 고기와 계란말이에 감읍하면서 줄 서 있는 장면을 보자니 우리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람이란 먹는 것에 약하다. 같이 먹으면서 밥 사는 사람에게 매정하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껄끄러운 관계의 사람을 만났을 때도 ‘조만간 밥이나 한번 먹읍시다’라고 한다. 밥 한 번 찐하게 먹으면 관계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밥만 먹겠나, 술도 먹지, Y당도 하지, 호형호제하지. 그렇게 되면 상대를 비판할 순 없는 거다. 만일 그런 관계에서도 비판을 한다면 그 사람이 이상한 놈 되는 거다. 인정머리란 눈곱만치도 없는 놈. 머리만 차가운 줄 알았더니 심장도 차가운 놈.
뭐 그렇게 빡빡하게 사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미국 사람도 그렇지 않다고. 백악관에서도 기자와 대통령이 연례적으로 만찬을 하는 것 모르느냐고. 그러나 그런 말 미국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그랬다가는 당장 권위와 전통의 백악관 기자 만찬 행사를 모욕했다고 한마디 들을 거다.
원어로 말하면 White House Correspondents Dinner라고 한다. 이것이 기자들과 대통령이 연례적으로 하는 만찬인데, 중요한 것은 주최자가 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만든 백악관기자협회(White House Correspondents Association)가 1921년부터 매년 4월 마지막 토요일에 하는 행사다. 이 행사에 대통령을 초청하는 거다. 그 행사의 목적도 아름답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함이다. 장래 촉망되는 기자를 뽑아 장학금을 주는 행사이기도 하다. 그 재원은 주로 기자들 소속 언론사가 부담한다. 100 년이 넘은 전통의 행사이지만 여러 대통령이 이 만찬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 행사가 여성 기자들에게 문호를 열지 않았다고 해서 불참했고, 트럼프는 백악관 기자단과 사이가 나빠 임기 내내 불참했다.
기자는 취재 대상과 껄끄러움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에 아마 아무 생각 없이 그곳에 간 기자들이 대부분일 텐데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런 행사 좋아하다간 다음엔 더한 제의를 받을 수도 있다. 용산 출입 기자단과 사우나 목욕 행사!
내가 북유럽에서 1년을 살아보니 그 사람들도 좋은 인간관계 맺는 방법이 있더라. 웬만한 집에는 사우나 시설이 있는데 집에서 파티를 하면서 함께 벌거벗고 사우나를 하는 거다. 거긴 속옷도 입지 않고 남녀가 함께 사우나에 들어간다. 술 마시고 사우나 한번 같이 해보라. 차갑던 인간관계도 눈 녹듯 풀어진다. 그러니 기자들이 대통령과 사우나를 같이 하면 그날로 밀월의 시대가 시작된다. 임기 내내 대통령에 거슬리는 기사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만일 비판성 기사를 쓴다면 그는 강심장의 소유자 정도가 아니라 소시오패스적인 사람임이 분명하다. (2024.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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