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윤석열의 난

변호의 원칙

박찬운 교수 2025. 1. 14. 21:25

변호의 원칙

 


윤석열의 변호인들을 보면서 느낀 게 없습니까. 비난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쓰는 겁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은 동의할 겁니다. 변호사가 고된 직업이라는 것. 자유롭게 살면서 돈잘 버는 직업이 변호사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잘못 이해한 겁니다. 변호사는 사실 극한 직업입니다.

윤의 변호인을 보십시오. 그분들이 과거 검사장을 했습니다, 검찰총장, 헌재 재판관을 했던 분도 합류했다고 합니다. 나름 자존심도 강할 겁니다. 변호사 중에서는 일류라고 자부심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이 기자들 앞에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합니다. 보통의 변호사들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할 기상천외한 주장을 합니다. 안드로메다에서 오신 분들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갖게 합니다.

이분들이 아마 큰돈 받고 지금 이 같은 변호를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나름 대단한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하기 힘든 행동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깜깜한 새벽 관저 앞에 수천 명의 경찰관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이런 영장 집행은 불법이다!”라고 외치는 게 쉽겠습니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 노력과 용기는 알아주어야 할 겁니다.

저는 이분들을 생각하면서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제가 로스쿨에서 법조윤리라는 과목을 가르치니 더욱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법조윤리 내용의 90% 변호사의 직무규범(code of professional conducts)입니다. 변호사로서 직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를 변호사법에 기초해 배우는 것이지요.

로스쿨 시작하면서 이 과목을 담당했으니 벌써 15년이 넘었습니다. 오랜 세월 법조윤리를 강의하면서 제 나름대로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에 대해 정리한 내용이 있습니다. 일종의 바람직한 변호의 원칙이라는 것이지요. 저로선 오랜 기간 생각해 온 것이라 원칙마다 할 이야기가 많으나 이곳에선 지면상 짧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비단 윤석열 변호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공간에 계신 많은 변호사님들도 함께 생각해 볼만한 내용일 겁니다. 물론 변호사가 아닌 분들도 혹시 변호사와 어떤 일로 인연을 맺는다면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내용이 아닐까요.

 

변호사의 공공성

1. 변호사는 사법의 필수 구성원이다. 사법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므로 변호사는 그에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 결코 위법과 불의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

 

변호사의 독립성

2. 변호사는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 의뢰인에게서 돈을 받았다고 해서 그의 부하 노릇을 하거나 총잡이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변호사의 책임

3. 변호사는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함부로 지꺼리면 안된다. 변호사라는 전문가 타이틀을 이용해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것은 용서되지 않는다.

 

변호사의 전문성

4. 공부하라. 보통 수준의 변호사라면 누구나 알 정도의 지식도 갖추지 못한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했다면 의뢰인은 사기꾼을 만난 것이다.

 

변호인의 기본태도(신중함)

5, 법정에선 사자처럼 용맹하되 법정 밖에선 여우처럼 처신하라.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마음으로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 말이 많으면 화를 면치 못한다.

 

변호인의 기본태도(금기)

6. 범죄인을 변호한다고 범죄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변호인인지 범죄인인지 구별이 안 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변호인 기본태도(승패의 본질)

7. 사건에서 이겨도 의뢰인이 이긴 것이지 변호사가 이긴 것이 아니다. 사건에서 져도 의뢰인이 진 것이지 변호사가 진 것이 아니다. 변호사와 의뢰인은 한 몸이 아니다.

(2025.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