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법원(서울중앙법원 형사 25부)은 윤석열에 대한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을 했다. 뜻밖의 일이다. 이 결정이 있게 되자 SNS는 구속취소를 비판하는 글로 도배되었다. 나는 법원 결정을 간단히 분석하는 글을 썼다.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는 게 내 주장의 핵심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포기하고 3월 8일 윤석열을 석방했다. 나는 이에 대해서도 간단히 내 의견을 FB에 올렸다. 여기에 두 개의 글을 모아 올린다.
3월 7일
법원 구속취소 결정의 설명자료를 분석해 보니, 법원의 의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1. 구속취소의 1차적 이유는 구속기간 만료 이후 기소라고 했으나, 이것은 표면적으론 결정적이지만 재판부의 큰 관심사는 아닌듯 하다. 또한 이 부분 판단은 검찰 입장에선 충분히 다툴만 하다. 법원의 해석은 기간 계산 관행에도 맞지 않고 법조문 해석도 문제가 있다. 따라서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면 상급심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이 크다.
2. 구속취소를 한 더 큰 이유는 2차적 이유로 기재되어 있는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에 대한 의문 때문으로 보인다. 법원은 이에 대해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함"이라고 했다. 구속취소가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는 방법인지에 대해선 의문이나, 재판부는 현재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구속재판을 하는 것은 문제가 크니, 일단 구속을 취소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
3. 문제는 수사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아무런 말을 하고 있지 않지만, 검찰이 즉시항고를 해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이 문제의 유권해석을 받아주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절차적인 문제가 해결되니, 본안재판에서는 내란죄의 실체판단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4. 이런 의도이니 검찰은 즉시항고를 함으로써 위 구속기간 만료 문제와 더불어 수사의 적법성 판단을 대법원으로부터 조기에 받아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5. 만일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피고인에 대해 석방을 지휘한다면, 수사 적법성 판단은 현재의 재판부(오늘 구속취소를 결정한 재판부)가 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경우 재판부가 취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판단은 수사 적법성을 부인하는 결정, 곧 공소기각 판결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오늘 재판부가 구속취소 결정을 하면서 이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 데서 쉽게 추정할 수 있다.
6. 애당초 공수처가 이 사건에 끼어들면서 결국 이런 문제까지 생긴 것이 통탄할 일이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 이것을 수습할 수밖에 없다.
7. 바라는 바는, 상급심(대법원)에서 수사 적법성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확인해 주고(나는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본안재판에서 내란죄 인정여부에 집중하는 것이다.
8. 만일 대법원이 수사 적법성에 대해 부정적 판단을 한다면,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이나 검찰의 공소취소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윤석열에 대한 면죄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불가피하게 다시 수사와 기소가 진행될 뿐이다. 윤석열이 내란죄의 우두머리로서 중형이 선고될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9. 오늘 구속취소 결정이 임박한 탄핵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3월 8일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검찰은 즉시항고를 해야 마땅했다. 재판부가 구속취소의 사유로 들었던 두 가지 문제는 검찰이 그냥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다.
구속기간 기산 문제는 이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원의 결정은 이제껏 관행에도 반하고, 법조문에도 명백히 반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검찰이 그냥 지나친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다른 사건에서도 이렇게 할 것인가, 과거에 이렇게 기산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당사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감당할 수 있는가?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 문제는 이 사건 재판의 정상적 진행을 위해서반드시 정리가 되어야 한다. 지금 법원은 이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상태다.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문제는 오롯이 재판부의 몫이다. 그렇다면 판단은 이미 상당히 기울어진 것 아닌가? 재판부가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는데도,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것은 공소기각을 감수하겠다는 의사표시인가?
솔직히 구속취소 결정을 한 재판부도 검찰이 이렇게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피고인을 풀어줄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절차적 문제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해 상급심에서 조속히 (즉시항고를 통해) 정리해 주길 바랬는데, 검찰은 그 의도마저 무시한 채, 석방지휘를 했으니 말이다. 이제 재판이 진행된다면 재판부는 공수처의 수사 적법성 판단을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공소기각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나는 검찰이 구속취소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앞으로 공소유지를 어떻게 할지 대책은 서 있는지 알고 싶다. 그저 불구속 상태로 적당히 공판 대응하다가, 헌재가 파면결정이라도 하면 그 때서야 새로운 범죄사실로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것인가? (2025.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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