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열광하는 이유
한강에 대한 인기가 실로 뜨겁다. 12월 노벨상 시상식이 있으니 적어도 그 때까지 이 열기는 계속되리라 생각한다. 한강이 받는 찬사는 노벨상의 위력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만일 한국의 또 다른 작가가 노벨 문학상의 수상자가 되었다 해도 이 정도의 독자의 반응과 찬사를 받을 수 있을까?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다. 한강은 왜 이다지도 많은 이의 찬사의 대상이 되는가? 당장 세 가지를 들고 싶다.
하나는 그의 공감의 언어가 독자를 일깨우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어루만진 현대사의 희생자들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역사의 방조자였다. 한강은 그런 우리에게 조용하게 다가와 말한다. 잠시라도 희생자가 되어 그들이 느낀 아픔을 맛보라고. 더욱 한강은 수상자로 결정되었음에도 전쟁 상황에서 그것을 즐길 수 없다며 조용히 생각의 시간을 갖겠다고 한다. 책으로만 공감을 전하던 작가가 삶의 철학으로도 그것을 보여주니 독자들은 그저 감동할 수밖에 없다.
둘은 희생자들의 아픔에 공감을 하기는커녕 비극적 역사 앞에서 무례함을 보이는 자들에 대한 반감의 정서다. 당장 그들을 단죄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서 한강에 찬사를 보냄으로써 독자들은 분명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한강이 수상자로 발표되자 대통령은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 영혼 없는 낯간지러운 문장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분개했을까. 한강의 책을 읽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머릿속에서 공감 제로의 대통령과 공감 백배의 한강을 분명하게 떠 올리지 않았을까.
마지막은 새로운 영웅을 만나는 감격이다. 사람들은 지난 몇 십 년 대한민국을 끌고 가는 사람들에 식상하고 실망해 있다. 정치인, 기업인은 물론 언필칭 지식인이라고 하는 교수들마저(나도 포함됨 ㅜㅜ) 도대체 본받을만한 사람이 없다. 이럴 때 사람들은 작가 한강을 보면서, 지식인다운 지식인,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통할 수 있는 지식인을 발견한다. 한강은 사람들이 그려왔던 새로운 영웅이다. 그러니 얼마나 감격스럽지 않겠는가. 어쩜 이것이 한강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일지 모른다.
(2024.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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