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이제 방향을 바꿔라
나는 윤석열 내란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한다고 할 때 의문을 표했다.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두 가지 우려 때문이었다. 하나는 수사권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였고(그렇다고 내가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입장은 분명히 공수처가 수사권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법률의 모호성 때문에 반론 가능성이 있어 우려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경험 부족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수처는 칼을 뺐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고, 집행을 방해하는 경호처의 저항을 물리치고 어렵게 집행을 성공시켰으며, 이어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나는 이 과정에서 공수처의 수사의 적절성(실효성)을 떠나 법치주의의 위기라는 생각에 영장 집행이 꼭 성공되길 바랐다. 적법한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것은 국가 기능이 무너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공수처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했다. 수고했다.
공수처 수사는 영장 집행에 성공한 것 외에는 어느 것도 소득이 없어 보인다. 예상한 대로 윤석열은 조사과정에서 묵비권으로 일관하고 있고, 조사 자체마저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거부하고 있다. 어제는 헌재에 출석한 뒤 구치소로 곧장 복귀하지 않고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갔다. 문제는 공수처가 이것도 모르고 검사와 수사관을 구치소로 보낸 모양이다. 이것은 경호처와 법무부가 공수처 몰래 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마디로 공수처를 가지고 논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이 수사하는 구속 피의자가 법정에 출석한 다음, 응급상황이 아님에도, 검찰 승인 없이 병원에 갔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만일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검찰은 당장 교정당국을 상대로 수사에 들어갔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공수처가 이 사건 수사를 물고 늘어진다고 해서 특별히 더 얻을 것은 없어 보인다. 묵비권 행사를 하는 피의자를 강제로 인치한들 조사가 원활할 순 없다. 괜히 인권침해 논쟁만 불러 일으킬 뿐이다. 공수처는 이제 사건 수사에 과욕을 부리지 말고 빨리 방향을 바꿔야 한다. 공수처 다운 수사를 해야 한다. 하여 나는 다음 사항을 제안한다.
1. 신속하게 사건을 검찰로 보내라. 이 사건 수사에서 검찰과 공수처의 경쟁은 국민으로선 관심이 없다. 수사의 공정성과 적정성만이 관심이다. 검찰이 어떻게 수사를 마무리해 기소하는 지 그것을 보고 싶다.
2. 어제 윤석열이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간 것에 대해 그냥 넘기지 말라. 응급상황이 아님에도 공수처의 승인 없이 병원을 간 것은 공수처의 수사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와 경호처에 경위 소명을 요구하라. 처장은 법무부와 경호처에 강력히 항의하고, 국회 법사위에도 출석해 문제점을 소상히 이야기하라.
3. 경호처 차장과 본부장에 대한 수사를 즉시 개시하라. 이들은 공수처법상 수사대상 고위공직자이며,영장 집행 과정에서 이들이 경호관으로 하여금 공무집행을 방해토록 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하고 그것은 공수처법상 수사대상 범죄다. 보도에 의하면 이들은 경호처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고, 영장집행에 협조하지 않은 경호관들에게 여러 가지 불이익을 준다고 한다. 이들에 대해 검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사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런 것이야말로 공수처가 개입해 수사해야 한다. 그것이 공수처의 본령이다.
4. 향후 수사는 경찰과 검찰 수사의 틈새(문제점)를 노려라. 내란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과 검찰이 무슨 이유에서라도 직무를 유기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 그 때가 공수처가 나설 때다. 그것이 작은 조직으로서 공수처가 할 수 있는 일이다.
(2025.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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