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우울증을 앓고 있는 우리들
요즘 잘 지내고 계십니까? 저는 잘 지내지 못합니다. 우울증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잠을 자다가도 중간에 잘 깨고, 깨면 잠을 잇질 못합니다. 생전 꿈을 안 꾸는 사람이 무슨 일인지 꿈을 자주 꿉니다. 머리가 복잡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화가 납니다. 욕이 나옵니다. 혈압이 올라갑니다. 사람 보기가 싫습니다. 만사가 귀찮습니다. 이런데도 어디에 하소연 할 데가 없습니다. 이 담벼락에 그저 이렇게 끄적끄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새벽 4시....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나이가 들어가면 이렇게 되는 것일까요? 홀몬의 불균형? 혹시 남성 홀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진 것은 아닐까요?
그것보단 이 증상의 직접적이고도 결정적인 원인은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사태입니다. 미시적으로 보면 이 사태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좌절감입니다. 나와 똑같은 말을 하고 나와 똑같은 공간에서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극단적인 실망입니다. 어찌 저런 사람들과 이 땅에서 함께 살아왔다는 말인가?
헌재 재판관 출신의 인권위원장이 국회에 나와 의원들로부터 비상계엄에 대해 질문을 받습니다. 명색이 인권위원장이란 사람이 그 말도 안 되는 비상계엄에 대해 명확히 헌법 위반이며 인권침해라는 말도 못합니다. 그 판단은 헌법재판소에서 할 거라나요. 이런 사람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인권위원장이 되었단 말입니까.
더욱 가관은 그 옆에 있는 멘탈 갑의 상임위원입니다. 최근 인권위에서 윤석열 방어권 보장을 위한 권고 안건을 발의한 사람입니다. 그의 기상천외한 작태를 꼬집는 의원들의 질문에 그는 조금도 물러섬이 없습니다. 마치 온갖 박해를 받으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 광야의 초인 같습니다. 그의 놀라운 기개(?)에 의원들도 두 손을 듭니다. 그가 바로 제 후임자입니다.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페북에 글 하나 올리면 바로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 주는 소위 셀럽입니다. 그도 법률가인데, 그는 무슨 근자감인지 대다수의 법학자가 12. 3 사태를 내란죄로 보지 않는다고 공언합니다. 윤석열을 풍부한 인간성, 타인에 대한 배려, 뛰어난 공감능력의 소유자라고 칭송합니다. 윤이 파면된다고 해도 정치적으론 불사의 존재로 남을 것이라는 놀라운 예언까지 합니다. 이 사람 말을 듣다 보면 제 멘탈까지 붕괴됩니다.
거기에다 요즘엔 윤석열에 대한 지지도가 껑충 뛰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국힘이 드디어 민주당을 넘어섰다는 기사까지 보았습니다. 보수 과표집이라고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겁니다. 티브이를 통해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에 난입하는 것을 생생하게 보고서도, 사람들이 이런 응답을 했을까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민주공화국이 내란 세력에 의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젠 그것마저 여야 정치싸움 정도로 가볍게 보는 게 민심이라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습니다.
이런 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곯아 갑니다. 심장이 벌렁벌렁합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가히 집단 우울증이라 불러도 무방합니다. 이것에서 도대체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마음에 화를 너무 오래 담으면 큰 병이 됩니다. 잠시라도 해방되는 게 필요합니다. 오늘 차를 몰고 깊은 산으로 갈까 합니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라도 욕 한번 쎄게 할까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나의 우울증, 우리들의 우울증에서 진정 벗어나기 위해서는 근본적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정치적 상황을 바꿔야 합니다. 조속한 시간 내에 감옥으로 보낼 사람은 보내고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상식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2025.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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