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윤석열의 난

거시적 측면에서 오늘의 상황을 본다

박찬운 교수 2025. 1. 21. 15:21

거시적 측면에서 오늘의 상황을 본다

 

 

1.

12. 3. 불법 계엄 선포 이후 어느새 50여 일이 되었다. 국민 모두가 티브이 생중계를 통해 친위 쿠데타를 목도하였기 때문에 사태가 신속하게 수습될 줄 알았다. 국민의힘인들 이 상황에서 윤석열을 감싸고 돌 수는 없을 거라고 보았고, 언론도 윤석열의 축출을 기정사실화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상황은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광장에 모이는 윤의 지지자의 수는 점점 많아지고 이에 맞춰 윤과 국힘의 지지도가 급등하고 있다. 여론 조사의 방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지만 몇 주간의 추이를 보면 지지도 상승은 분명해 보인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갈팡질팡한다. 참담하다고 한다. 우울하다고 한다. 이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한다. 나도 지난 며칠간 그랬다. 이제 냉정해 질 필요가 있다. 이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2.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윤의 전략이 먹힌 데에 연유한다. 윤의 전략? 그것은 범죄를 정치적 문제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불법 비상계엄이자 내란 행위를 법률적으로 변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떤 법률가가 나선다고 해도 흑을 백으로 바꿀 수는 없다. 방법은 사건을 정치화해 법적 절차를 최대한 무력화하거나 최소한 무디게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을 대통령의 불가피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믿어주는 국민의 수가 늘어간다면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며칠 전 정진석 실장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비상계엄이)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문란을 멈춰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지는 결국은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 말은 내란죄와 탄핵을 판단하는 법원과 헌재의 결론이 최종 결론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그 결과를 불복할 수 있다는 섬찟한 경고다.

 

3.

윤은 형사절차를 농락하고 있다.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처를 동원해 거부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의 수사는 불법이라고 시종일관 주장한다. 헌재 탄핵 심판절차에서도 변호인들은 법률적 변론을 하기보다 기상천외한 주장으로 일관한다. 도저히 법률가들의 변론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이제까지 윤의 이런 전략은 법률적으론 무가치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그것은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다. 윤과 변호인들은 지금 법적 쟁점에 대해 법적 공방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법정을 정치의 장으로 만들어 지지자들의 수를 늘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그것이 생존의 유일한 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

윤의 이 전략에 폭발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극우세력이다. 전광훈을 필두로 아스팔트로 모여드는 노장년층 태극기 부대, 여기에 최근 20-30대 젊은 남성들이 합류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기존 언론보다는 극우 유튜브를 맹종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수가 점점 늘고 그것이 지지도 조사로 나타나자 국힘은 정권연장 차원에서 이들과 정치적 연대를 강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이 지점의 분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극우세력의 흐름에 진짜 변화가 있는가? 이 세력에 젊은 남성들이 합류하는 흐름이 분명한가? 분명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에게 윤석열은 일종의 메시아인가? 그렇다면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여러 분석들이 나오지만 나로서는 어떤 것이 맞는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5.

윤과 극우세력이 연대하는 원인은 잘 모르지만 결과는 예측할 수 있다. 이들이 힘을 발휘하면 우리 사회는 폭망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마치 히틀러가 독일 군중의 지지를 받아 권력을 쟁취해 패망의 길을 걸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의 연대는 우리 헌정질서를 유린할 것이다. 서부지법의 침탈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폭동은 헌재로 이어질 수 있고, 국회로 번질 수도 있다. 그때는 진짜 비상계엄이 선포돼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져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국가의 존망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윤석열은 이것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아니 이것을 진짜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것이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는 길이지만 자신에겐 살 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6.

폭망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윤의 탄핵 절차를 신속하게 끝내야 한다. 그러면 그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 것이다. 극우 세력과 그 동조 세력이 국가 기능에 도전하는 것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일벌백계함으로써 이들에게 국가기능이 무엇인지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한편으론 극우 물결에 흡수되고 있는 젊은 층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은 차기 대선의 화두인데 민주당의 역할이 크다. 왜 젊은 층 그중에서도 남성들이 민주당에서 빠져나가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신속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자유와 평등을 넘어 사회적 연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그것이 국가 존망의 문제라는 것을 알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 공간부터 자조와 한탄만 하지 말고 그런 일을 당장 하지 않으면 안된다. (2025.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