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삶의 이야기

나의 SNS 친구들

박찬운 교수 2024. 3. 16. 21:20

 
생각해 보니 제가 이 SNS를 시작한 지 십수 년이 되어 갑니다. 꽤 시간이 흐른 오늘 이곳에서의 친구 관계를 잠간 생각해 봅니다. 과연 이곳에서의 친구 관계란 무엇일까요. 이곳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할 만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요.

제겐 이 공간에 5천 명 가까운 친구가 있습니다. 저와 친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1천 명이 항상 대기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1만 5천여 명의 팔로워가 있으니 거의 2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저와 이 공간에서 접촉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이지만 평상시 글을 올렸을 때 반응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정확히 계산은 안 해 보았지만 제 글에 반응하는 친구와 팔로워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전체 수로 보면 2프로 정도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댓글을 달아 글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친구 수를 기준으로 0.5%에 불과합니다. 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어떤 때는 그저 허공에 대고 소리치는 기분입니다. 그럴 때마다 허탈하고 이제 이곳을 졸업할 때가 왔다고 생각도 하지만, 정작 떠나지 못하는 것은 이곳에서 만나는 적잖은 사람들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 매력적인 분들을 몇 그룹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첫째 그룹. 적은 수이지만 저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주는 친구들입니다. 10년이 넘게 제가 글을 쓰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로 꾸준히 응원하는 분들입니다. 저도 성실한 과에 속하지만 이분들의 성실성은 알아주어야 합니다. 이런 분들은 분명 오프라인에서 만난다 해도 길게 인연을 이어갈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두 번째 그룹. 저처럼 글을 써서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친구 중에 존경할 만한 분들이 꽤 있습니다. 이분들 중 일부는 제가 평소 오프라인에서도 알고 지내기도 하지만, 더 많은 분들은 이 공간에서 친구가 된 분들입니다. 저는 이분들을 통해 전문가들의 일상을 봅니다. 연구자로서의 성실한 자세에서 큰 자극을 받습니다. 이런 자리가 아니라면 이분들의 일상을 알지 못하고 그저 먼발치로만 알고 지냈을 텐데, 이 공간을 통해 가까워졌습니다. 이 공간이 준 선물입니다.

세 번째 그룹. 어떤 상황에서도 유모어를 잃지 않는 친구들입니다. 저는 이분들이 있어 이 공간이 즐겁습니다. 우리 시대는 해학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방 어디를 보아도 삭막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중에 이 공간에서 촌철살인의 웃음을 주는 친구들을 만나니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저도 저런 위트를 갖고 싶지만 이생에선 그저 꿈일 뿐입니다.

네 번째 그룹. 사실 저하고는 생각이 많이 달라 친구 관계를 계속하기가 쉽지 않지만, 묘한 인간적 매력으로 저를 잡아끄는 친구들입니다. 그분들은 솔직하고 본능에 충실합니다. 말을 돌려 하지 않고 직선적으로 말합니다. 저 역시 저런 본성을 갖고 있지만 남 눈치 보느라 이야기하지 못할 뿐이니, 저에겐 이분들이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생각의 차이는 어쩔 수 없지만 서로를 존중한다면 얼마든지 오랫동안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이곳에서 아주 잘난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톡톡 튀는 생각에 글도 잘 쓰는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 중에서 10년이 지난 오늘 제 앞에 남아 있는 친구는 많지 않습니다. 그분이 나를 잘랐는지 아니면 언젠가부터 이곳에서 아예 손을 끊었는지 제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곳에서의 인연이란 것이 비록 전기가 끊어지면 그 즉시 사라질 운명이지만, 제법 긴 인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없으면 안 됩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왔던 과거의 친구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 중에서 과연 몇 명이 여러분의 인생과 함께 한다 생각하십니까? 이곳에서 만나 10년 이상을 좋은 인연을 맺어 왔다면 그 인연을 어찌 함부로 할 수 있겠습니까.

돌아오는 토요일 모처럼 오프라인에서 북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이 공간의 친구들을 만납니다. 그날 이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제 인생에서 만난 어떤 친구들보다 인연 깊은 친구들이라고요. 그러니 앞으로도 길게 인연을 이어가자고요.(2024.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