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대한민국엔 보수가 없다

박찬운 교수 2016. 3. 8. 15:22


대한민국엔 보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보수는 노예다-





진보와 보수를 서구식으로 이해하는 한 대한민국엔 보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구의 보수, 곧 우파는 개인의 자유를, 진보, 즉 좌파는 인민의 경제적 평등을 각각의 정치이념의 핵심가치로 자리매김해왔다. 이 둘은 때론 경쟁하고, 때론 협력하여 오늘의 서구를 만들어냈다. 보수가 말하는 개인의 자유란 권력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이며, 개인의 의지에 의한 선택을 의미한다. 보수는 이런 자유를 방해하는 그 어떤 제도나 권력도 거부해 왔다.


따라서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보수가 있다면 그들이야 말로 개인의 자유를 방해하거나 방해할 우려가 있는 법률이 제정될 때 그것을 극구 반대해야 한다. 조·중·동이 진짜 보수를 대변한다면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그것을 반대하는 진영의 주장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이 시행되면 국정원에 의한 남용가능성과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우려가 있다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링이 세계의 뉴스를 장식하고 있었음에도 이들 언론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개인의 자유란 도통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 대한민국의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가. 그 답은 오늘 게시한 사진 한 장에 다 나와 있다. 이 현수막은 내가 오늘 점심을 먹고 돌아오면서 뚝섬역 근처에서 촬영한 것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니 전국적으로 홍보전이 시작된 모양인데, 새누리당은 오늘 이런 카피를 내걸었다.


“광우병 천안함 이젠 테러방지법도 왜곡 ‘그들이 또’ 국민을 속이고 있습니다”


광우병? 우리의 보수가 되려면 무조건 친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보수는 과거 한미 FTA 파동 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이명박 정권의 조치를 무조건 찬성했어야 했다. 그것을 반대한 사람들은 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 불온한 좌파니, 보수가 그렇게 살면 안 된다.


천안함? 우리의 보수가 되려면 무조건 반북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천안함 침몰에 어떤 의혹도 제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무조건 북한의 소행이며 설혹 의혹이 있다 해도 의당 정부발표를 신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테러방지법? 우리의 보수가 되려면 테러방지법 만들면 테러가 방지된다고 믿어야 한다. 보수는 이법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걱정해선 안 된다. 보수는 이 법이 IS나 알 케에다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하는 법이라는 것을 한 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국회 표결에 참여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찬성한 거룩한 법이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우리나라 보수의 실체다. 이들은 말한다. 

“도대체 무엇을 무서워하는 겁니까. 테러방지법을 만든다고 해서 왜 인권이 침해된다는 겁니까?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정부가 하지 말라는 것은 안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 것 안 하면 겁날 것 하나 없어요.”


그렇다. 국정원과 청와대가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고 조용히 살면 테러방지법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정부에, 청와대에 대들지 말고 시키는 대로 살면 만사가 편하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나라의 보수의 실체다. 이게 바로 대혁명 이전 절대왕권이 요구한 신민으로서의 국민이다.


대한민국 보수의 실체는 정권의 노예다. 우리는 지금 언필칭 보수정권 하에서 노예의 삶을 강요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요구에 아무 생각 없이 동조한다. 자신이 점점 노예가 되어가는 줄을 모른다. 사진 상의 저런 카피가 먹히는 게 증거다.


이 나라에 제대로 보수를 살려내 진보와 경쟁하고 협력하는 걸 보기 위해선 방법이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보수를 길러내지 않으면 안 된다. 자칭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의 무지를 깨야 한다. 결국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2016.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