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12.3. 내란 사태

믿음이 논리를 압도하는 변호, 그것은 법률가의 길이 아니다

박찬운 교수 2025. 2. 22. 19:54

믿음이 논리를 압도하는 변호, 그것은 법률가의 길이 아니다

 

 

법률해석은 단순히 법조문을 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것은 엄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쟁점이 되는 법률문제가 있을 때는 우선 법전을 찾아 해당 조문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주석서, 교과서를 읽어야 하고 판례를 찾아봐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법률가는 법전을 끼고 살아야 하고 그 적정한 해석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

내가 지난 두 달 이상 윤석열의 변호인과 윤석열을 옹호하는 법률가들(이하 윤의 법률가들)의 주장을 대하면서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냉철하게 이야기하면, 윤의 법률가들은 법전을 제대로 읽지 않으며, 읽어도 편견에 사로잡힌 해석에 도취되어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 윤의 법률가들은 극구 윤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수반된 행위는 내란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최고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은 내란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이것은 내란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87 이하의 규정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 나오는 오해다. 윤의 행위가 국헌문란의 폭동이 될 수 없다고 강변하는 것은 형법 제91(이번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동법 제2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를 제대로 읽지 않고 하는 말이다. 그들 머릿속에 있는 내란죄는 형법전이 규정한 범죄가 아니라 국어사전이 풀어놓은 범죄다. 의뢰인을 제대로 변호하기 위해서는 법전을 읽어야지 국어사전만 읽어서는 안 된다.

 

둘째, 그들은 공수처가 서부지방법원에 윤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공수처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공수처법 제31를 제대로 보지 못한 주장이다. 동 조항은 수사처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고위공직자범죄등 사건의 제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관할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잘 보라, ‘수사처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고위공직자범죄등...“ 이 부분을. 공수처가 윤을 수사한 것은 수사하되 공소제기할 수 없는 범죄였으니(그래서 결국 이 사건을 검찰로 보냄) 이 규정이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지 않은가.

따라서 공수처가 수사를 하면서 영장을 청구하는 관할법원은 이 규정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공수처법의 준용 규정(47)에 근거해, 형소법의 일반 관할 원칙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결국 이 문제는 윤의 변호인들이 공수처법을 제대로 읽지 안 한데서 온 쓸데없는 논쟁이었다.

 

하나 더 들어보자. 어제 윤의 법률가들이 한목소리로 공수처 수사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가 윤에 대해 영장을 청구할 때 중앙지법의 영장 기각 내용을 숨겼다는 것이다. 나도 이 기사 제목만 보고, 만일 그랬다면 큰 일이라는 생각에, 매우 긴장된 자세로 기사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것도 윤의 법률가들이 관련 규정을 제대로 읽지 않고 몇 가지 단편적인 사실에 입각해 침소봉대했다는 비난을 면키 힘들다. 그들은 영장을 재청구할 때는 종전 기각 사실을 써줘야 한다고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관련 규정도 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31조다. 이 조문은 규정 그대로 동일한 영장청구를 다시 할 때 지켜야 하는 준칙이다.

윤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는 이 규정에서 말하는 동일 영장의 재청구가 아니다. 공수처는 중앙지법에 윤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압수 수색 영장의 경우, 중앙지법이 공수처의 압수 수색 영장 청구를 기각한 적은 있지만, 그것은 윤이 소지하는 물건에 대한 것이 아니고 다른 피의자(김용현 등)가 소지하는 물건에 대한 것이었다. 따라서 공수처가 다른 물건에 대해 압수 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은 위 준칙 규정에 따른 재청구가 아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가.

윤의 법률가들이 이렇게 관련 조문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는 원인은 하나다. 믿음이 논리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윤은 대통령으로서 야당의 무도한 의회 권력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것은 결코 내란죄가 성립할 수 없다라는 윤의 말을 굳게 믿고 그에 따라 논리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 보니 관련 법률의 조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법률을 본다고 해도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상식에서 벗어난 해석을 내놓는 것이다.

이것은 법률가의 정도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법률가는 평상의 마음으로 법전을 읽고, 평상의 마음으로 법률을 해석해야 한다. 법률가는 죽으나 사나 비판적 이성을 무기로 싸워야지, 믿음이 논리에 앞선다면, 종교적 광신도와 다를 바가 없다. (2025.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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