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윤석열의 난

시국에 대해 문답하다

박찬운 교수 2025. 2. 18. 16:38

시국에 대해 문답하다

-지식인은 분명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오랜만에 믿을만한 제자가 찾아와 요즘 시국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중 기억나는 것 몇 가지를 여기에 적어봅니다. 저의 시국관이지만 지식인 사회에 호소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문. 김새론이라는 배우가 세상을 떴습니다. 그런 소식을 들으시면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 안타깝고 부끄럽고 미안하다. 대한민국이란 사회가 미쳐가는 것 같다. 자비와 관용이 없는 사회는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제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충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문. 요즘 법률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부끄럽다. 이번 내란 사태는 법률가들이 일으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란 우두머리도, 그를 옹호하는 자들도, 죄다 법률가들이잖은가. 이들은 국가와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반성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이 너무도 비현실적이다. 인면수심, 적반하장 어떤 언어로도 이들의 죄상을 형용하기 어렵다. 법률가들이 이런 수준이 된 것에 대해 우리 모두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법률가는 정의를 실천하는 게 기본적 사명인데 어떻게 이런 괴물들이 출현했는지 법률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그 원인 규명을 하는 게 내 임무다. 다시는 이런 무책임하고 비루한 법률가들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우리 모두 생각해야 한다.
 
문. 그래도 법률가들 중에서 이번 사태에 분노하고 우리 사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답. 물론이다. 그들이 제정신 아닌 법률가들보다 훨씬 많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이렇게 존재하는 것이다. 이 사태에 대해 많은 법학자, 변호사들이 위헌 위법성을 분명히 지적하였고 법학도들도 이에 동참했다. 지금 헌재에서 국회 측 대리인을 맡고 있는 변호사들, 내란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법률적 수단을 강구하는 법률가들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문. 내란 사태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놀라운 일이다. 이 정도가 우리나라 수준이라면 답이 없는 사회다. 명백히 위헌 위법의 계엄선포가 있었고 군대가 국회를 침탈하는 것을 온 국민이 두 눈으로 보았는데 그것을 변명한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인가. 이런 말도 안되는 변명에 호응하는 국민이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온 나라가 제정신이 아니다.
 
문. 헌재 탄핵 심판의 결과는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 헌재는 당연히 인용결정할 것이다. 재판관들이 어떤 배경으로 임명되었든지 이 사건을 기각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서도 헌재는 만장일치로 파면결정을 할 것이라고 본다. 기각한다면 그것은 헌재의 자살행위다. 무슨 이유로 기각 결정문을 쓸 수 있겠는가. 법률가의 견지에서 그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문. 헌법학 석학이란 분이 내란이 아니다, 헌재 절차가 잘못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우리나라 석학의 수준이 그 정도라는 데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 석학이라는 분을 젊을 때부터 잘 안다. 그의 헌법학 교과서를 한때 탐독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그런 학자가 이 사태에 대해서 그런 진단을 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판단 능력도 유효기간이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분의 말을 검토해 보았지만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어느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석학이란 유명세로 내란범을 옹호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분의 주장을 근거로 내란 사태를 옹호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이성적이고 비법률적이다.
 
문. 국민의 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답이 없는 정당이다. 내란 사태 이후 오늘까지 해온 행태로만 보면 위헌 정당으로 백번은 해산을 당해도 마땅한 정당이다. 국힘은 지금 극우세력에 완전히 포위되었다. 이런 정당이 일국의 여당이라면 그 나라의 운명이 위태롭다. 국힘은 내란 우두머리와 그를 동조하는 극우세력에게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리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옹호하는 국민들에 의해 처절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문. 요즘 내란 우두머리를 옹호하고 법원과 헌재를 공격하는 세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심각하다. 이들이 주장과 행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도저히 용인하기 힘든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서구 사회의 극우적 흐름이 시작되지 않았나 심히 걱정스럽다. 특히 젊은 남성들이 이런 대열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극단적으로 경쟁적인 우리 사회가 낳은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선 단호한 법적 조치가 취해져야 하지만 이성 회복과 이런 행위에 이르게 된 원인을 살펴, 보다 본질적 해결책을 찾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문. 마지막으로 지식인의 시국관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합니다.
답. 나는 모든 지식인이 대중 앞에 나서서 나라를 구하는 일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그럴 자신은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친위 쿠데타 세력에 의해 나라가 위태로울 때 침묵하거나 진실을 왜곡하는 일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는 분명한 자기 입장을 가져야 한다. 지식인은 진실을 말할 책임이 있고, 어떤 일이 있어도 불의의 세력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지식인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특히 법률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법률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다. 법률가가 그것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것은 법률가의 기본을 망각한 죄악이다. (2025.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