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욕
이번 주 헌재에서 증인신문이 있었다. 두 사람이 12.3 내란 상황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증언했다. 그들 증언의 진실성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그날 밤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했던 사실이나 의사당의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려고 했던 사실은 탄핵 피청구인이 아무리 발뺌을 하려고 해도 그들의 진술에 의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곽종근 증인은 당시 대통령의 지시는 스피커폰을 통해 부대원들까지 다 들었다고 증언하지 않는가. 그 정도면 사실상 진실게임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어떤 반론을 펴도 백약이 무효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진실게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술하는 두 사람이 탄핵 공작을 시작했다고 역공을 펴고 있는 것이다(도대체 그들이 무슨 이유로 탄핵 공작을 했다는 것인가!).
이것을 지켜본 사람들이 온갖 육두문자를 사용해 피청구인을 욕하고 있다. 나도 심정적으로야 그 대열에 동참하고 싶지만 차마 그런 말을 입에 담기 어려워, 대신 몇 개의 쉬운 사자성어를 생각해 냈다. 선조들이 이럴 때 사용하라고 만들어주신 품격 있는 욕이다.
미셸 오바마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 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이 비열하게 가도 우리는 품격 있게 간다).
인면수심(人面獸心). 겉은 사람이지만 마음은 짐슴과 같다는 말이다. 한자 세대가 아니면 ‘인두껍을 쓰다’라는 표현도 좋다. 지극히 도덕이나 양심이 없는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후안무치(厚顔無恥). 얼굴이 두껍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말이다. 뻔뻔스럽고 부끄러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말이다. 잘못하고서도 오히려 큰소리치며 상대를 비난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 것을 말한다. 뻔한 거짓말을 하면서 권력이나 힘으로 우기고 속이려는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포악무도(暴惡無道). 잔인하고 악하며 도리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몹시 포악하고 무도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 중에서 딱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인면수심을 고르겠다. 당신이 지금 하는 행동은 ‘인면수심’이야!
(2025.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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