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교육

로스쿨의 미래가 있는가, 하기 힘든 말 한 번 해봅시다

박찬운 교수 2015. 12. 20. 10:46

로스쿨의 미래가 있는가, 하기 힘든 말 한 번 해봅시다



로스쿨 교수로서 요즘처럼 어려울 때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학업을 포기하겠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이런 행동이 진심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만 사태는 위중합니다. 지금 3학년 학생들은 내년 1월 4일부터 예정된 변호사시험을 봐야 하는데, 만일 시험이 그대로 실시되고 시험에 응시하지 않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이들 3학년 학생과 2학년 학생들의 피해는 예상키 힘들 정도로 클 겁니다.


학생들의 주장은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봅니다. 법무부도 이 사태에 대해서 별반 말이 없잖습니까. 그렇게 사시존치를 주장하던 변호사 단체도 조용하잖습니까. 그러니 이 사태는 일단 이 정도에서 정리하고 학업에 복귀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래 주길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로스쿨 반대론자였습니다. 95-96년경 로스쿨이 처음으로 논의될 때 저는 변협에서 그 반대론를 편 젊은 기수였습니다. 변협에서 로스쿨을 반대하는 이론을 만들었고, 그것을 홍보하는 데 전력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도 10년 후 로스쿨이 다시 재론될 때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법시험 폐지론자들의 말씀, 그 중에서도 사법연수원 체제의 문제점을 공감했습니다. 법조계에 만연한 기수문화, 사법관료주의 폐해, 사법의 보수화 등의 배경엔 사법연수원 체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로스쿨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로스쿨이 잘 기획되고 잘 설계되지 않으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불안감도 컸습니다. 저는 애석하게도 그 개혁 논의 구조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로스쿨이 시행된지 이제 7년이 되어 갑니다. 과연 로스쿨은 원래의 목적을 달성했을까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전체적인 평가가 될 것 같습니다. "이상은 좋았다. 하지만 디테일이 부족했다."


제가 보기엔 가장 큰 실수가 법학부를 죽인 것입니다. 지금 로스쿨 교육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이 법대를 죽인 것에서 비롯됩니다. 지금보다는 내년, 후년 아니 그 이후 로스쿨 교육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아직은 로스쿨 학생 절반이 법학부 출신 학생이니 그 심각성을 잘 못 느끼는 교수도 많습니다. 그리고 학교간 온도차도 있습니다.


로스쿨을 도입할 때 일본의 전철을 따르지 않는다고 하면서 법학부를 없앴는데, 그로 인해 법학수학기간의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현재 로스쿨 교육기간이 3년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변호사 시험 때문에 2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무계는 이것을 우려합니다. 미국을 제외하고 이렇게 단기간 교육으로 법률가를 양성하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냐고 묻습니다. 이 반론은 로스쿨이 아무리 강변해도 일리 있는 반론입니다.


로스쿨 체제 이후 학문후속세대의 단절을 가져 오고 있습니다. 일반대학원이 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서울대와 몇 몇 대학은 아직 괜찮은 모양인지 이 문제의 심각성을 그쪽에 계신 분들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한국 대학의 서열체제 때문입니다. 서울대는 다른 대학 다 죽어도 마지막까지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학부가 없는 상황에서 일반대학원이 존속하긴 매우 어렵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로스쿨 체제 이후 교양법학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법학교육이 오로지 직업으로서 변호사 되기 위한 교육일 수는 없습니다. 법학은 많은 사람이 배워야 합니다. 그것을 배경으로 언론계, 기업, 국가공공단체 등에서 일하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혹자는 교양법학 교육은 로스쿨 체제와 관계없이 대학의 의지에 따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법학부 없이 교양법학은 살아남기 힘듭니다. 로스쿨을 가지고 있는 대학 중 어느 대학이 교양법학 교육을 잘 하고 있습니까?


사법시험은 약속대로 이제 막을 내려야 합니다. 다만 로스쿨이 우리 법학교육의 미래를 진짜 담당하려면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로스쿨이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법학교육 전부를 담당할 수 있는가? 이 문제에 답해야 합니다.


로스쿨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서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로스쿨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제가 답답한 것은 양쪽 모두 일방적인 이야기만 하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가지고서는 해결의 전망은 없습니다.


로스쿨이 사법시험을 대체하고, 사법연수원을 대체하려면, 그것은 실무교육형, 심화법학교육형 전문대학원으로 완전히 변신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실무교수비율도 지금의 20프로 수준이 아닌 70-80프로 정도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실무계로부터 로스쿨 교육의 수준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로스쿨의 아킬레스 건입니다. 하지만 로스쿨은 이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로스쿨은 한계를 인정하면서, 때늦은 일이지만 더 늦기 전에, 위에서 지적한 로스쿨 수학기간, 법학후속세대 단절, 교양법학 사멸 등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그 해결을 위해 도와달라고 대사회적으로 호소해야 합니다. 이 호소의 핵심에 법학부 부활이 들어가야 합니다.


로스쿨이 있는 대학에 법학부가 부활되면 해결의 전망은 밝습니다. 현재의 로스쿨은 실무 법률가 중심으로 재편될 겁니다. 현재 로스쿨 교수들 중 상당수는 법학부로 옮겨갈 것입니다. 그럴 때 전국의 로스쿨은 틀을 잡게 될 것이며, 로스쿨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도 당당한 교육기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