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삶의 이야기

변호사의 두 가지 문제

박찬운 교수 2015. 9. 28. 06:41

변호사의 두 가지 문제

 

 

내 페친 중 상당수가 변호사들일 것이다. 이 분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기에 오늘은 그에 관해 한 마디 하자.

 

제대로 변호사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는 항상 두 가지를 고민한다.

 

하나는 사무실 유지다.

 

요즘은 돈을 많이 받는 고용변호사들도 적지 않지만 아직도 많은 수는 기본적으로 사무실을 유지 운영해야 하는 개업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사실상 기업의 경영자나 다름 없다.

 

때문에 다른 사업 경영인처럼 적절한 비즈니스를 해서 수입을 얻어 그것으로 직원들 월급, 건물 임대료, 세금 등을 내야 한다. 변호사의 순수입은 그 나머지다.

 

그런데 이런 사무실 운영이 해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옛날 변호사들은 그저 사무실에서 의뢰인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변호사 수가 적으니 사건 수임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물론 그 때도 변호사들 중에는 사건 수임이 제대로 안 된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1990년 개업을 했는데, 당시 전국에 변호사 수가 2천명이 채 안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항상 사건 수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때도 나처럼 학연, 지연, 혈연의 도움 없이 사는 사람은 어려웠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나의 어려움은 실제로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천양지차!. 지금 전국에 변호사가 1만5천명이 넘는다. 서울만 1만명이 넘는다. 나의 개업 시기와 비교하면 7배 이상의 변호사가 탄생한 것이다.

 

사법시험 시대에 합격자 수를 1천명으로 증원한 데다, 최근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앞으로 10년 내에 전국의 변호사 수가 2만5천명 정도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니 변호사들 먹고 사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할까?

 

그럼에도 언론지상에서는 여전히 변호사 수입이 변리사와 함께 최고 수준이라는 뉴스를 내보낸다. 주변 동료 변호사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불가사의한 뉴스라고 한다.

 

내 추측으론, 변호사 사회의 양극화로 인해 대부분 변호사의 수입은 줄었음에도 통계에 잡히는 변호사의 수입은 늘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요즘 잘 나가는 로펌의 변호사들의 수입은 예전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이 말은 법률시장이 성장했음에도 그 과실은 대부분 소수의 잘 나가는 변호사들의 주머니로 들어가지 일반 변호사들의 주머니로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하튼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변호사들의 하루하루는 피곤하다.

또 하나의 문제, 그것은 변호사의 사회적 역할이다.

 

변호사는 어떤 경우에도 일개 장삿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래로 변호사는 사회적 의사라 불린다.

 

의사는 육체를 고치는 의사, 성직자는 마음의 병을 고치는 의사라 하면 법률가는 사회적 병리현상을 고치는 의사라는 말이다. 그런 이유로 서구사회에서는 지난 2천 년 이상 이들 셋을 인류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라고 불러 왔다.

 

사회적 병리현상을 치료해야 하는 변호사의 역할은 변호사들에게 돈만 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돈도 벌어야 하지만 사회 전체의 공익에 관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에 대한 관심은 진정한 변호사가 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공익의무를 정하고 있다. 이런 공익의무는 다른 직종의 직업인에게서는 거의 예를 찾을 수가 없다.

 

변호사회는 이런 법에 따라 매년 일정시간 공익활동을 하도록 세부 규정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정, 공익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그러면 돈이라도 내서 공익활동을 대신해야 한다.

 

변호사들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상은 적절히 사무실도 유지하면서, 또 한편 적절히 공익활동을 하는 변호사이다. 아마도 지금 수 많은 변호사들이 이런 변호사상을 그리면서 활동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다. 돈을 잘 벌면 공익활동은 뒷 전이기 쉽고, 공익활동에 열중하면 돈 버는 것은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자, 이제 글을 맺자.

나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나는 변호사 초년 시절부터 이 두 문제를 항상 고민해 왔다. 이 글을 쓰면서 일기장을 꺼냈다.

 

내 변호사 초년시절의 모습이 생생히 드러나는 일기장 한 쪽을 공개한다.

 

1993년 2월 12일에 쓴 것이니, 내 변호사 생활 만 3년이 되는 시점이다. 나는 그날 이 두 문제에 대해 일기장에 기록해 두었다. 나의 고민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21년이 지난 지금에 보아도 이 두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마도 모든 변호사들이 변호사로 일하는 동안 고민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2014.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