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어리석은 반일감정 조장에 대해

박찬운 교수 2019. 8. 8. 06:06

며칠 전 한일갈등에 관한 내 입장을 밝히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배일/반일 감정은 자연스런 것이지만 이것이 국가 주도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국가가 배일/반일을 주도하면 결국 사회적 분위기가 국가주의로 빠져 후일 씻을 수 없는 이념적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서울 중구청에서 광복절을 맞이해 거리에 태극기를 게양하면서 노 저팬기 (배너)도 함께 꽂는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일고 있는 강한 반일 정서를 그런 식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호응할지 모르는데, 나는 단호하게 반대한다.

그런 식의 반일감정 조장은 일본 전체를 잃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마저 한국을 멀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자칫 일본인 전체에 대한 혐오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하루에도 수천 수 만 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찾는 명동 한 가운데서, 노 저팬기가 펄럭일 때, 그들이 갖는 감정을 생각해 보았는가. 

입장을 바꿔 대한민국 관광객들이 동경 한 복판에서 노 코리아 기가 펄럭이는 것을 발견했다고 생각해 보라. 생각만 해도 섬찟하지 않은가. 그런 일본에 우리가 다시 갈 수 있겠는가.

우리 시민이 지금 반일감정을 표시하는 것은 일본인 전체를 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일본 극우 세력을 대표하는 아베의 무리하고 무도한 행동에 분노하는 것이다. 

정부(자치단체 포함)가 이런 정서를 외교의 장에서 활용하는 것은 있을 수 있으나(당연하나), 그것을 넘어 직접적으로 조장하는 것은, 일본과 경제전쟁을 넘어 진짜 전쟁을 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중구청은 당장 계획을 변경하기 바란다.

(2019.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