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한일 갈등에 관한 나의 입장

박찬운 교수 2019. 8. 5. 05:16

오늘 아베 내각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함으로써 한일 갈등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법적 책임과 역사적 책임을 분리할 것과 법적 책임을 정리하기 위해선 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절차를 고려하자고 몇 번 말한 것 외에는 특별히 의견을 개진한 바 없다. 이제 이 공간에서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어 내 입장을 아래와 같이 밝히고자 한다.

1. 이번 사태는 강제징용 판결의 강제집행이 빌미가 되어 시작되었지만 결국 한일 경제전쟁이 
되었다. 일본은 이 기회를 이용해 한국의 경제발전을 저지해 동북아에서의 패권을 지속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신제국주의와 신군국주의 부활이다. 우리는 결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2. 경제전쟁이 시작된 이상 그 적절한 해결을 위해서는 일단 싸우는 수밖에 없다. 강 대 강으로 가는 국면을 넘지 않고서는 일본과의 외교적 타협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야의 폐기를 비롯해 우리가 가진 카드를 적절히 활용해 일본에 대응해야 한다.

3. 차제에 종속적 대일무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소재 및 부품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빠른 시간 내에 현저히 낮추도록 국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해외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 이 정책은 말뿐이어서는 안 되고 실제 산업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4. 국민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배일/반일 감정은 자연스런 것이지만 이것이 국가 주도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국가가 배일/반일을 주도하면 결국 사회적 분위기가 국가주의로 빠져 후일 씻을 수 없는 이념적 상처로 남을 수 있다.

5. 배일/반일의 목표는 신제국주의와 신군국주의 꿈을 꾸는 아베 수상을 비롯한 일본의 극우 보수로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베의 정책을 반대하는 일본의 양심세력과는 연대하여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6. 갈등의 직접적 계기가 된 강제징용의 법적 책임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의 유권적 해석으로 종료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동 협정에서 해석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처리방법으로 규정한 중재절차를 이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법적 책임이 정리된다고 해도 역사적 책임은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두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중재결과와 관계없이 우리는 일본의 반인도적 책임을 법적 절차 외의 방법으로 추궁할 수 있다!)

7. 강 대 강 대결국면에서도 위 6항을 준비하고 이를 외교적 카드로 사용해 적어도 잠정적 일괄타결을 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재절차를 수용하면서 수입규제를 푸는 일괄타결은 결코 우리가 일본에 지는 것도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어 가는 것도 아니다.

8. 한일 간 갈등을 극복하는 것은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외교전은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하느니만큼 대통령의 정책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대통령이 몇 개의 카드를 쥐고 외교전을 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이나 일부세력이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무조건’ 반대하고 폄하하는 것은 적전 분열을 기도하는 매국적 행위라고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9. 한일 갈등을 푸는 데 있어 전문가들의 역량이 필요하다. 최고의 전문가들의 식견과 지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공식·비공식의 자문기구를 만들어 볼 것을 정부에 제안한다.

(2019.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