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좀 더 냉철하게, 좀 더 냉철하게... 한일 간 갈등을 푸는 방법에 대해

박찬운 교수 2019. 7. 17. 13:27

2019. 7. 17. 내일신문 인터뷰

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는 우리 역사에서 보기 드문 지도자다. 언제나 겸손하고 의지가 굳고 국민과 역사에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지도자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기간 우리나라가 한 단계 발전되길 학수고대한다.

지금 내외적으로 위기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남북미 그리고 주변열강 간의 관계는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내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양상이다. 거기에다 한일 간의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다. 그동안은 그저 설전에 불과했다면 이제부터는 현실적인 위험이 초래되고 있다. 아베가 선거 국면에서 자신의 정치적 지지도를 끌어올리려고 무모할 정도의 무역규제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태는 불원간 우리 국민의 실생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시간이 가면 국민들은 아우성을 치기 시작할지 모른다. 어떤 언론은 벌써부터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면, 그게 매국이라고 말하면서, 정부의 입장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 국면을 벗어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나는 며칠 전 한일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 1965년 청구권협약의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니, 그 조약의 규정대로 중재절차로 가서, 법적 분쟁을 결판내자고 제안한 바 있다. 오늘 다시 그 문제에 대해 다시 언급하고자 한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것은 아베정권이 바라는 바고, 그 절차로 가서는 우리가 이기기 힘드니 안하는 것만 못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제안의 본질은 법적 배상 문제와 역사적 책임 문제는 분리하자는 것이다. 1990년 대 이후 민간차원에서 일어난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는 기본적으로 법적 배상문제이다. 일본은 완강하게 법적 배상문제는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끝났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도 협정 위반이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우리의 정부의 대응은 크게 논리적이질 못했다.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당당한 논리를 정리하지 못했다.

나는 이 문제는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의 국제법 질서에서 일본의 말이 맞는지, 우리 민간영역이 지난 30여 년 간 주장해온 주장(강제징용 등 배상권은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음)과 최근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의 취지가 맞는지 국제사회에서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것은 1965년 체제의 정리를 뜻한다. 우리에게 불리하든 유리하든 이 문제는 이제 일단락을 지어야 한다. 유리한 중재결정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불리한 결론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정리해야 한다. 그것이 현재 국제법 질서라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재절차나 국제 법적 절차는 일방적으로 일본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 대법원 판결은 사실 지난 반세기 이상 형성되어 온 국제법 질서를 반영한 판결이기도 하다. 일본의 많은 전문가들도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배상 문제가 끝나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다.

법적 배상 문제를 정리한다고 해서 일본의 역사적 책임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매우 특수한 나라다. 역사를 반성할 줄 모르는 부도덕한 국가다. 그러니 우리는 앞으로도 더욱 더 일본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는 분명 도덕적 우위에서 국제사회에서 일본이란 나라를 견인해 나갈 수 있다. 이것은 또 다른 국제질서다. 

그럼 이런 입장을 정부(문재인 대통령)가 갖는다면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게 국론통일이다. 이런 입장을 밀고 갈 수 있도록 대통령과 정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법적 배상 문제를 현재의 국제법적 질서 속에서 판단 받자는 것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기 힘들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며칠 후 여야대표가 대통령을 만난다고 한다. 그 때 이런 문제를 논의하라. 정치권이 문제 해결의 방향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외교력을 발휘해 그런 식으로 정리해 갈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런 다음 대통령은 아베를 만나라. 법적 문제는 중재를 통해 해결하자고 일본 제안을 수락하고 동시에 아베에게 무역규제를 풀 것을 요구해야 한다. 나아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서 원고들에게 인정된 배상청구권은, 그 판결금을 국가가 대신 지불하고, 원고들 권리를 정부가 양도받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후일 중재절차가 모두 끝나고, 그 결과에 따라, 정부는 권리행사 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이다.(2019.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