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기타

일본의 양심, 이가라시 후다바 변호사

박찬운 교수 2023. 3. 21. 15:48

몇 년 전 일본변호사연합회에 강연 갔을 때 이가라시 변호사님과 함께

 
 
제겐 아주 존경할만한 일본인 친구가 여럿 있습니다. 저는 30년 전 국제인권법을 배울 때 일본 법률가에게 많은 빚을 졌습니다. 그중엔 이가라시 후다바(여성)라는 분이 있습니다. 올해 92세. 일본의 대표적 인권 변호사입니다. 이분은 원래 문학을 전공하다가 30이 넘어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신 분입니다. 늦게 출발했지만 변호사 생활을 거의 60년 가까이 해오신 분이지요.
이가라시 변호사님은 일찍이 국제인권법 연구를 하셨고 많은 관련 저서를 내셨습니다. 그의 주된 연구는 일본의 형사절차가 얼마나 국제적으로 후진적인가를 밝히고 그 개선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연세 80이 넘어서도 그 연구는 쉼이 없고 최근까지 저서를 내고 계십니다. 놀라울 일이지요. 원래 문학을 하신 분이라 소설까지 쓰시는데 한국에서도 한 권의 추리소설이 출판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제가 그에 대한 리뷰를 쓴 적이 있지요.
여하튼 이가라시 변호사님은 현존하는 일본의 최고령 변호사 중 한 분으로 일본의 양심입니다. 그분이 저에게 이번 윤대통령의 제3자 변제 건에 대해 메일을 보내 왔습니다. 일본인으로 사죄하는 내용입니다. 제가 오늘 아침에 이 메일을 제 SNS를 통해 공개해도 되겠느냐고 여쭈어보았더니 바로 회신이 왔습니다. 좋다고요. 그래서 제가 번역해(2개 메일) 여기에 올립니다.

일본에도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일본인이 있다는 사실, 거기에서 저는 희망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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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라시 변호사의 메일>
일본인은 정말 나쁜 민족입니다. 기시다-윤 회담 뉴스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그게 다 '한국 나쁘다'라는 욕입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싫습니다.
나쁜 짓을 했으면 사과하는 것입니다. 그분들의 삶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최소한 그 대신에 배상이라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역사 인식이니 뭐니 하기 전에 인간으로서 현대의 만국 공통의 당연한 생각입니다.
일본인은 왜 이런 인간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사실 민주적이라고 하는 자유법조단(일본의 진보적 법률가 단체)의 현 단장과 친분이 있어 그 사람에게 어떻게든 말을 해야겠다 싶어 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습니다. 민주적이라는 게 뭔데?(이 부분은 자유법조단에 대한 실망을 표현한 말) 정말 싫어요.
윤대통령은 바이든의 말을 듣고 일본에 무릎 꿇는 짓을 한 것이겠지만, 정말 의기소침하고 자신의 생존만 생각하는 사람이군요.
한국 사람들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이 싫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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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일합의(2015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인데,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마음대로 좌우할 수 없습니다. 국가에 그런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국제인권이 아닌가요.
일본도 윤대통령도 구시대의 국가관으로 처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가라시 후다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