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조국론 (II)

박찬운 교수 2019. 8. 23. 09:57

한번만 쓰려했던 조국론을 한 번 더 씁니다. 저에게 조국을 특별히 옹호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제까지 살면서 그에게 무슨 신세를 진적도 없고. 그가 반드시 법무부장관이 되어야 할 이유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의 최소한의 앙가주망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8월 3일 쓴 조국론에서 밝힌 대로, 조국 교수가 현 시점에서 최상의 법무부장관 후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장관 잘 할지에 대해선 사실 불안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의 이력을 잘 아는 저로서는 기대되는 바가 많기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 번 맡아서 멋지게 일해보고 국민의 심판을 받으라는 것입니다.

저는 조국 후보자에 대한 청문이 국회에서 그의 능력과 비전을 중심으로 진지하게 진행되길 기대했습니다. 과연 그는 법무부장관으로서 합당한 능력이 있는지, 그간 알려진 게 부풀려진 것은 없는지, 그가 가지고 있는 검찰개혁, 법무행정의 혁신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가 과연 그 개혁의 적임자인지... 이런 것들을 진짜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청문회는 이제 바랄 수 없습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조국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그의 능력과 비전을 검증할 생각은 안 하고, 사생결단의 자세로 오로지 조국 흠집 내기에 열을 내고 있습니다. 6명의 인사 청문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자한당의 관심은 조국뿐입니다. 당내에 조국 청문 TF를 만들어 조국의 모든 허상을 깨겠다고 합니다. 전례 없는 일입니다. 한 놈만 세게 패겠다는 전략입니다.

저는 조국 후보에게 씌워지고 있는 의혹 하나하나를 언급할 생각이 없습니다. 언론에 나온 것만으론 제가 논평하기 어렵습니다. 의혹 대부분이 추측이고 일부는 억측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것들도 조국 후보자는 청문이 열리는 경우 성실하게 답변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조국은 그런 성정을 가진 인물입니다. 자존심 있는 학자이기에, 자기가 도저히 장관 직책을 맡기 어려운 흠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결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조국 임명을 둘러싼 정국의 흐름과 그 흐름에 우리가 어떤 여론을 형성할 것인가 입니다. 조국 청문은 이제 단순히 일개 학자가 장관이 되느냐 마느냐의 과정이 아닙니다. 불행히도 이것은 정국의 흐름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자한당의 분명한 정치적 전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자한당의 전략은 조국을 주저 앉혀 문재인 정부에 결정타를 안기겠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를 실패한 정권으로 전제하고, 그 실패의 주범을 조국에게 씌우겠다는 것입니다. 조국을 무너뜨리면 문재인 정권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국을 밟고 내년 총선에서 다시 일어서 정권을 가져 오겠다는 것입니다.

불행한 일입니다. 조국이든 누구든 청문절차가 제대로 운용된다면, 거기서 국민들이 그 자격을 판단하고, 그것은 여론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 가능성이 없고 오로지 조국을 쓰러뜨려 문재인 정권을 사실상 무너뜨리겠다는 전략만을 가진 야당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여주어야 할까요. 의혹 제기에 장단을 맞춰 끝까지 캐보자고 해야 하나요? 그래서 자한당의 정국주도 나아가 정권회수를 도와줘야 할까요? 

전적으로 야당이 자초한 싸움이지만, 이젠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되었습니다. 이 싸움은 조국만의 싸움이 아니라, 이 정부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의 싸움입니다. 싸움에선 이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조국 후보자도 이왕 나선 길 불퇴전의 자세로 나아가야 합니다. 법무장관에 임명되면 서울대 교수직을 사직해 폴리페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장관 뒤의 운명은 장관직을 전력투구해 수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보일 겁니다.(2019.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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