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정치적 ‘사법기관’인가 사법적 ‘정치기관’인가
-내일 선고는 헌재의 정체성을 판가름하는 시금석이다-
1.
내일(2025. 3. 24) 한덕수 탄핵소추에 대한 헌재 결정이 나온다.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소리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기각을 예상한다. 윤석열의 탄핵을 강력히 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예측은 회의적이다. 내일 그가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2.
나는 이에 대해선 이미 헌재가 인용 결정을 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내가 이렇게 예측하는 것은 그저 내 바람을 자기 최면적으로 말한 게 아니다. 충분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한 말이다. 적어도 헌재가 사법기관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면 그런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사법기관이란 무엇이 법인지를 판단하는 기관을 말한다. 헌재를 사법기관이라고 하는 것은 헌재가 무엇이 헌법인지, 무엇이 헌법에 맞고 틀리는지를 판단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내 예측의 근거는 헌재의 사법기관성에 대한 신뢰이다. 비록 헌재의 판단이 중대한 정치적 효과를 가져 오지만(그래서 헌재를 정치적 사법기관이라고 함),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판단의 목표가 될 수 없다. 헌재는 사법기관답게 우선 사법적 판단에 주력해야 한다. 정치적 효과는 사법적 판단의 결과로서 나올 뿐이다. 이것이 87년 헌법 체제 하에서 지난 40여 년 간 헌재가 보여준 빛나는 전통이다. 이런 헌재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한 한덕수 탄핵심판은 인용될 수밖에 없다.
3.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측은 국회의 한덕수 탄핵소추가 의결정족수를 위반하였다고 각하를 주장한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헌법이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에서 가중다수 의결 정족수(재적의원의 3분의 2)를 정한 것은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함부로 대의기관이 흔들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대통령의 지위에서 나오는 엄격한 절차적 제한이지 대통령의 직무권한만 대행하는 임명직 공무원에게까지 적용될 수 없다.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지위를 승계한 것이 아니다. 만일 권한대행 총리에게 이런 특권적 절차를 적용한다면 대통령의 형사불소추 특권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껏 이런 주장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것은 권한대행 총리(혹은 부총리)는 대통령과 확실히 다른 지위에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4.
헌재가 한덕수 탄핵소추를 인용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적인 것은 그가 헌재 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번 마은혁 임명과 관련한 권한쟁의 사건에서 헌재가 취한 이유만 보더라도 명백한 헌법위반이다. 한덕수는 재판관 임명을 거부함으로써 국회의 헌재 구성권을 침해했다. 헌재가 기억상실증에 빠지지 않은 이상 이런 판단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5.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헌재가 헌법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중대성 판단에서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다. 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아 헌법에는 위반했지만 그 정도만으로는 총리직을 파면할 정도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6.
이에 대해서는 내가 구구절절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오늘(2025. 3. 23) 오전 차성안 교수가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가 이 헌법위반의 중대성에 대해 완벽히 논증했기 때문이다(차교수는 밤을 꼴딱 새우면서 한덕수가 탄핵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서를 작성하여 헌재에 제출했다. 선고 하루를 앞두고 국민의 탄핵 요구를 정치한 법논리로 정리해 헌재에 알린 것이다. 그의 헌신에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차교수는 이번 내란 사태에서 가장 돋보이는 헌법 지킴이 역할을 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 한 구절을 여기에 인용해 보자. “헌재가 한덕수 총리 탄핵을 기각하는 경우 헌법, 법률을 위반해도 헌법재판소를 두려워하지 않을 대통령 또는 그 권한대행을 앞으로도 정치적 동기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는 사태는 장래에 반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한덕수를 탄핵하지 않으면 헌재의 생존과 권위 유지가 결정적으로 위협받을 것이라는 경고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헌법 위반을 인정하면서 중대성 요건을 결여했다고 기각을 한다? 결코 있을 수 없는 판단이다. 따라서 헌재 재판관들이 헌재의 사법기관성을 유지한다면 내일 선고에서 기각 가능성은 없다.
7.
그럼에도 헌재가 내 예측과 달리 한덕수 탄핵소추를 기각한다면 그것은 헌재가 자기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정치기관화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헌재가 정치적 ‘사법기관’이 아니고 사법적 ‘정치기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내일 오전 10시 헌재 선고를 주시할 것이다. 진실로 바라는 것 하나는 헌재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사법의 외피를 두른 정치기관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지 않는 것이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2025.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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