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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글쓰기

지식인의 글쓰기 오늘이 한글날입니다. 솔직하게 말해, 저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자긍심을 갖고 산 적이 별로 없습니다. 해외에 나가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할 때, 한국역사와 문화를 자주 생각해 보았지만, 외국인들에게 딱히 자랑할 만한 게 별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저로 하여금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해 무한 긍지를 가져다주는 게 있습니다. 바로 한글입니다. 인류역사상, 모든 사람들이 알기 쉽게 자신의 언어를 표기할 수 있는 문자를, 인위적으로 만든 예가 한글 외에 또 어디에 있습니까. 그 목적성과 그 과학적 수준을 어느 문자 체계가 따라올 수 있습니까. 그런 이유로 저는 오늘이 5천 년 민족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국경일로 대대손손 경축하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입니..

고카시의 찬사, “공산주의자”

꽈배기 시리즈(3)고카시의 찬사, “공산주의자” 요즘 고카시(고아무개+매카시) 아니 고벨스(고아무개+괴벨스)란 분이 뜬다지요. 5천만이 사는 대한민국에서 ‘뜬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뜨는 분들에겐 분명 그럴만한 능력이나 배경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이 분 이력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음...역시 만만한 인물이 아니군요. 어릴 때 공부깨나 한 모양입니다. 거의 준재들만 들어갔다는 경기고, 거기에다 서울대를 나온 분이군요. 소위 KS라는 것이죠. 더군다나 이 분 법대를 안 나왔으면서도 사법시험을 합격했어요. 이건 공부 잘한 것을 넘어 공부를 필사적으로 했다는 것을 말합니다. 성실성을 입증하는 거지요. 그때 사법시험은 요즘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과는 비교가 안 되거든요. 백 명 중 한 명 뽑힐..

꽈배기시리즈 2015.10.08

두 가지 슬프고도 감사할 일

두 가지 슬프고도 감사할 일 나는 하루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낸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까지. 그렇다보니 보통 점심, 저녁 두 끼를 학교에서 해결하는 일이 많다. 그런 내게, 최근, 아주 슬픈 일이 발생했다. 아마 나만이 아니고 우리 학교에 다니는 많은 학생과 교직원들도 내 마음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슬픈 일은 모두 내가 자주 다니는 식당에서 일어났다. 하나는 학교 뒤에 있는 동네 밥집이다. 이 밥집은 2년 전 개업을 한 테이블 대여섯 개의 조그만 식당이다. 이곳에서 내가 자주 먹는 음식은 된장찌개 백반. 이 집 된장찌개는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어 하루에 두 끼를 먹을 정도였다. 주인 아주머니 올케가 충청도 태안에서 보내오는 된장으로 끓인다는 이 찌개를 먹다보면, 솔직..

무대와 YS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대를 위한 조언

꽈배기 시리즈(2) 무대와 YS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대를 위한 조언 요즘 무대, 그러니까, 무성대장이 여러 가지 어렵다고 하지요. 정치생명 건다고 한 오픈 프라이머리는 이미 물 건너갔지요. 그것 안 되겠다 생각해, 안심번호 국민공천을 들고 나왔는데, 그 마저도 친박들이 들고 일어나니, 며칠 만에, 우선추천인가 뭔가, 이미 한물 간 당헌 당규에 있는 것 꺼내들었다고 하지요. 후퇴에 후퇴... 참, 집권여당 대표 면이 안 섭니다. 더군다나 어제 뉴스를 보니, 서청원 형님이 한 마디 하셨더군요. (앞으로 계속 그러면) “용서하지 않겠다”고요. 국민들 보는 앞에서 무성대장을 한 마디로 개차반을 만들어 버렸군요. 어쩌다가 그 배경 좋은 무대가 이렇게 당하고만 살까요. 한번쯤은 대통령이든 누구든 들이박는 모습을 ..

꽈배기시리즈 2015.10.07

새로운 민주혁명의 희망, SNS

[경향논단] 새로운 민주혁명의 희망, SNS 유럽의 도시를 갈 때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도시마다 있는 광장이다. 고색창연한 역사도시에는 예외없이 도심에 광장이 있고, 성당과 시청 그리고 조그만 가게들이 이를 둘러싸고 있다. 광장에서 두 개의 권력, 즉 교권과 속권이 만나고 이를 경제력이 떠받치는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베네치아는 매우 특이한 역사를 지닌 곳이다. 바다 한가운데 오로지 인간의 힘으로 땅을 만들었고 거기에 찬란한 해양도시 문명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이 물의 도시가 인류 역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공화국이었다는 사실이다. 동시대에 유럽의 다른 지역은 봉건영주 혹은 절대군주가 권력을 행사했지만, 베네치아는 1000년 가까이 공화정을 유지했다. 그 비밀..

로마문명의 살아있는 박물관, 폼페이를 가다

로마문명의 살아있는 박물관, 폼페이를 가다 2008년 나는 사흘간 로마에 머물면서 로마의 이곳저곳을 돌아본 적이 있다. 그 때 로마를 떠나면서 다시 올 것을 결심했다. 로마를 그 정도로 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로마는 세계 최대의 야외 유적박물관이다. 피렌체와는 또 다른 맛이 나는 도시다. 그곳엔 로마문명의 유적도, 르네상스의 유적도 즐비하다. 때문에 로마에 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부를 해야 한다. 적어도 로마문명에 대한 기초지식과 르네상스에 대한 일정한 지식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들 없이는 로마를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다. 제우스 신전 하지만 2012년 로마행의 주된 목적은 로마가 아닌 폼페이었다. 폼페이는 오래 전부터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로마문명의 정수를 보고 느..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가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가다 2012년 1월 29일 오후 베로나를 떠난 기차는 베네치아를 향해 달렸다. 저녁 무렵 기차는 중세 이후 대학도시로 유명했던 파도바를 거쳐 베네치아로 이어지는 바다로 들어섰다. 석양에 비치는 베네치아 섬들이 눈앞에 들어왔다. 한 마디로 충격이다. 어찌하여 인간이 저런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베네치아는 어쩜 인간을 교만하게 만드는 곳이다. 도시 자체가 불가능에 도전하여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인간 위업의 상징이다! 5세기 말 서로마 제국이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탈리아 반도는 혼란에 휩싸인다. 그 때 북쪽에서 또 다른 거친 민족이 이탈리아로 다가온다. 훈족이다. 이 훈족 중 아틸라가 지휘하는 부족이 가장 강력하고, 가장 야만스러웠다. 사람들은 이들을..

대통령을 못 믿을 이유가 없습니다

꽈배기 시리즈(1) 대통령을 못 믿을 이유가 없습니다 요즘 보아하니 집권 여당 내부 사정이 별로 좋지 않군요. 분란의 배경은 다음 총선을 겨냥한 권력암투라는 겁니다. 오픈 프라이머리, 안심번호 국민공천... 공부깨나 했다 하는 저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별로 관심도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지요. 그것을 대통령이 원치 않는다는 것, 그런데도 당대표라 사람이 그걸 해보겠다고, 때만 되면 한 마디씩 해서,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른다는 것 정도 말입니다. 이 싸움의 결과야 뻔한 것이지요. 김무성이란 분 허우대는 멀쩡하고 뭔가를 보여줄 것 같긴 해도 결국에는 납작 엎드릴 겁니다. 이 나라에서 어떤 정치인도 대통령을 이길 순 없습니다. 대통령은 총칼에, 당근에, 모든 걸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꽈배기시리즈 2015.10.02

꿈의 도시 피렌체를 가다

르네상스의 수도 피렌체를 가다 르네상스의 수도 피렌체 피렌체! 사람들은 그곳을 르네상스의 수도라 부른다. 나는 오래 전부터 피렌체에 가는 꿈을 꾸어 왔다. 내 머리 속에 피렌체는 가장 완벽한 도시, 인간의 이상이 현실화된 도시 등으로 각인되어 왔다. 왜일까. 아마도 이런 피렌체관을 갖게 된 것은 박홍규 교수의 르네상스 관련 서적이나 미국의 도시학자 루이스 멈퍼드의 도시관의 영향이 크리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갖는 도시의 이상은 자율적 자치가 가능한 작은 규모의 공동체, 그러면서도 있을 것이 다 있는 자족적 도시다. 그런 면에서 피렌체는 모든 것이 충족된 도시였다. 교회와 정청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경제력이 가장 이상적으로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2012년 1월 31일 오후 나는 산타루치아 역을 통해 베네..

신 서유견문(4)(워싱턴 디시를 활보하다)

신 서유견문(4)워싱턴 디시를 활보하다 며칠 전 신 서유견문(1)을 포스팅하면서 1995년 9월 뉴욕이야기를 포스팅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그 전 날 갔던 워싱턴 디시(이하 디시)에 관한 것입니다. 20년 전 제가 디시를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일기를 한번 읽어 보십시오. 이 글은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여행 중 메모한 것을 기초로 작성된 것입니다. 지금 읽어보니 아주 피상적입니다. 웃음이 나옵니다. 워싱턴 디시에 가서 많은 것을 보았을 텐데, 써놓은 것은, 고작 교통체증, 주차난, 알링턴 국립묘지, 디시의 도시배치 정도입니다. 간단히 인상 깊었던 것만 썼던 모양인데, 지금 쓰라고 하면 이렇게 쓰진 않을 겁니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저는 어디를 가든 공부를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