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말을 하겠습니다
여러분, 제가 남에게 모진 말 잘 하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한 것 아십니까? 제가 쓴 글이 수없이 많지만 모진 말을 한 게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도 따지고 보면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뭐가 잘났다고 남을 비판합니까. 그런데 오늘 아침 한번 해야겠습니다. 이 나라 법조의 미래를 위해서 입니다.
이번 내란 사태에서 저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한 것은 법률가, 법학자들의 태도였습니다. 중인환시리에 벌어진 헌법유린 사태를 보고서도 그것을 헌법위반이라 말하지 못하는 법률가, 법학자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저는 법률가이자 법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것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3만 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전국에서 활동하지만 그 중에서 몇 명이 이번 사태에서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아는 한 1천명이 넘지 않습니다. 변호사 단체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들의 태도는 한마디로 뜨뜨미지근했습니다. 3 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대한변협, 2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좀 더 강력하게 이 사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윤석열의 파면을 요구했어야 했습니다.
로스쿨과 법대 교수들은 어땠습니까. 전국에 1천 명이 넘는 법학교수가 있지만 그들이 이번 사태 해결에 앞장섰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물론 일부 법학 교수들이 이 사태 해결을 위해 헌신적 활동을 한 것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일부 헌법 학자들은 모임까지 만들어 집단적 의견을 시시때때로 발표하였습니다. 어떤 법학 교수는 직접 변호사들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고, 막바지에는 단식농성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특히 모 교수는 단기필마지만 수없이 밤을 새며 법률의견서를 작성해 헌재에 제출하는 초유의 일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교수를 다 합해도 그 수는 몇십 명이 안됩니다. 그 많은 교수들은 도대체 어디에 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래의 법률가를 양성하는 선생으로서 크게 부끄러워할 일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일어난 뒤 윤석열 측에 유리한 법률 이론을 제공한 헌법 학자들과 변호사들이 있었습니다. 그 수는 많지 않지만 연일 그들의 소위 전문적 의견이 신문과 방송을 탔습니다. 왕년에 헌법학의 석학이라고 알려진 어느 원로 교수,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는 로스쿨과 법대의 헌법, 행정법 교수들, 헌법연구관 출신의 몇 몇 변호사들. 이들의 주장은 법학이론으론 도저히 상식에 맞지 않았지만, 피청구인에게는 천군만마의 강력한 우군이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선고 몇 시간 전까지 4:4 기각이니, 각하니 하는 예측을 열심히 전파하기도 했습니다.
법률가 중엔 이런 저런 사람이 다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 모두를 다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학교에서 내일의 법률가를 양성하는 일에 종사하는 학자들 중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게 황당할 뿐입니다. 도대체 그들에게서 법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무슨 죄가 있다는 말입니까. 그런 주장을 하고도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헌법이론은 도대체 무엇이라는 말입니까.
저는 이 자리에서 그분들께 조금은 모질지만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당신들이 지난 몇 달 간 해온 일들이 정녕 떳떳한 일이었습니까. (2025. 4. 5)
'나의 주장 > 12.3. 내란 사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탄핵결정문 분석(3)-83쪽 이하를 어떻게 볼 것인가- (0) | 2025.04.07 |
---|---|
탄핵 결정문 분석(2) -알기 쉽게 설명하는 탄핵 전문법칙- (0) | 2025.04.06 |
탄핵결정문 분석(1)-내란죄 철회 논쟁에 대한 헌재 판단- (1) | 2025.04.05 |
헌재 기능 정지 방지법 제안 (0) | 2025.03.31 |
마은혁에 대한 가처분, 어떻게 할 것인가? (1) | 2025.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