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12.3. 내란 사태

탄핵결정문 분석(1)-내란죄 철회 논쟁에 대한 헌재 판단-

박찬운 교수 2025. 4. 5. 10:54

탄핵결정문 분석

-내란죄 철회 논쟁에 대한 헌재 판단-

 

(2025. 4. 4. 역사적인 헌재 선고가 있었다. 헌재는 윤석열에 대해 파면 선고를 했다. 11시 22분. 그 시각부로 윤석열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4개월에 걸친 내란 사태의 가장 중요한 국면은 막을 내렸다. 4. 5. 아침 나는 결정문을 읽으면서 헌재 심리 과정에서 큰 쟁점으로 부각되었던 한 문제에 대해 간단한 논평을 썼다.)

 

어제는 9시부터 취침에 들어가 내리 6시간을 잤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런데도 깨고보니 새벽 3. 파면 선고만 되면 국민으로서의 삶을 당분간 청산하고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했지만 관성 탓인지 탄핵과 관련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우선 탄핵결정문을 찬찬히 일독해야겠다는 마음에 결정문을 읽기 시작했다. 지난 4개월 동안 논란을 빚은 내용에 대한 판단이기에 100쪽이 넘는 결정문이지만 읽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았다. 내가 헌법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니 이 결정문 전체에 대해 평석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몇 부분은 지난 몇 달 간 이 공간에서 일반인을 위해 여러 차례 설명한 것인 만큼 특별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오늘은 이 중 한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헌재 탄핵 심리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국회 측 대리인이 탄핵사유로 국회가 의결한 내란죄를 철회했다는 것이었다. 준비절차 중에 나온 이것 때문에 당장 피청구인 측과 국힘은 국회 의결 없이 대리인이 내란죄를 철회하는 것은 중대한 절차 위반이라고 하면서 헌재에 각하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이에 대해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쉬운 설명을 하고자 했다. 그 설명 하나가 이것이다.

“내란죄를 뺐다” 더 이상 쉬울 수 없는 설명

 

“내란죄를 뺐다” 더 이상 쉬울 수 없는 설명

“내란죄를 뺐다” 더 이상 쉬울 수 없는 설명 https://omn.kr/2br74 '내란죄' 제외 논란, 깔끔하게 정리해드립니다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재 탄핵심판에서 내란죄 부분을 '뺐다', '안 뺐다' 하면서

chanpark.tistory.com

 

, 그럼 이에 대해 헌재는 어떻게 판단했는가. 해당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국회가 탄핵심판을 청구한 뒤 별도의 의결 절차 없이 소추사유를 추가하거나 기존의 소추사유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정도로 소추사유를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헌재 2025. 1. 23. 2024헌나1 참조).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소추의결서에서 그 위반을 주장하는 ‘법규정의 판단’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구속을 받지 않고 청구인이 그 위반을 주장한 법규정 외에 다른 관련 법규정에 근거하여 탄핵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헌재 2004. 5. 14. 2004헌나1; 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동일한 사실에 대하여 단순히 적용법조문을 추가․철회․변경하는 것은 ‘소추사유’의 추가․철회․변경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살피건대, 청구인이 형법 위반 행위로 구성하였던 사실관계를 헌법 위반으로 포섭하는 것은 소추의결서에 기재하였던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그 위반을 주장하는 법조문을 철회 또는 변경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위에서 본 허용되지 않는 소추사유의 철회 내지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전제로 한 특별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

이 판단은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1. 소추사유의 변경은 국회가 의결한 원래의 소추사유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는 국회의 추가 의결 없이도 가능하다.

2. 헌재는 소추의결서 상의 법규정(이 사건에서는 형법상의 내란죄)의 판단에 관해서는 구속되지 않는다(, 국회가 주장하는 법규정 외의 법규정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

3. (따라서) 국회 측 대리인이 국회가 소추의결한 형법 위반을 헌법위반으로 주장하는 것은 원래의 소추사유의 동일성 범위 내에 있는 것이고, 단순히 법조문을 철회, 변경하는 것에 불과해, 국회의 재의결을 거칠 필요가 없다.

 

이러한 헌재 판단은 향후 탄핵사건의 처리를 위해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직 깊이 있게 분석한 단계는 아니지만 위의 헌재 판단은 내가 그동안 생각한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내 견해는 위의 3가지 판단 중 12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3의 판단은 전부 동의하기 힘들다.

 

위 판단에 따라 헌재는 국회가 형법 위반(내란죄)로 구성하였던 사실관계를 헌법 위반으로 판단해달라는 국회 측 대리인의 의사표시를 소추사유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의 소추사유의 변경으로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정도의 변경은 통상의 형사재판에서 사용되는 공소장 변경 절차와 달리 소추사실변경서의 제출도 필요 없다(이것은 피청구인 측의 주장)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위의 12를 인정한다고 해서 나오는 논리적 귀결이 되긴 어렵다고 본다. , 소추사유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헌재가 국회 측 법규정 주장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하여, 국회 측 대리인이 자유롭게 국회가 의결한 법규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 본 것은 논리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헌재가 법규정의 적용에 재량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국회 측 대리인까지 법규정의 추가나 철회 변경에 재량을 가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국회가 탄핵을 소추할 때 피청구인의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결의의 주요 요소였다. 그러나 국회 측 대리인이 준비절차에서, 내란 행위의 기초사실은 그대로 둔 채 신속한 파면 결정을 받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헌법적 판단만 받겠다고 한 것을 원 소추사유와 동일성 범위 내에 있는 소추사유의 철회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일 이를 동일성 범위 내의 소추사유의 철회라고 본다면 이것은 형사절차에서의 공소장 변경을 탄핵심판에선 대리인이 구두로만도 쉽게 변경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대리인의 권한과 관련해 국회 측 대리인에게 과도한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일으킬 소지가 있고 피청구인 측이 형사소송에서의 공소장 변경절차를 기초로 주장하는 소추사실변경서 불제출에 대한 반박으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헌재가 이렇게 판단하기 보다는 국회 측이 형법상의 판단보다는 헌법적 판단만 받겠다고 한 의사표시를 아예 ‘ 동일성 범위 내의 소추사유의 일부 철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준비절차에서 오고 간 이야기가 과연 국회 소추 의결 과정에서 중요한 결의 요소였던 내란죄를 공식적으로 철회해 국회 소추의결서를 바꾸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회 측 대리인의 진술은 헌재가 소추의결서상의 법규정의 판단에 관해서는 구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형법상의 내란죄를 판단하지 않고 헌법 위반으로만 판단해도 좋다는 의사표시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것은 공식적 소추사유의 철회가 아니고 당시 속기록 표현대로 사실상의 철회 정도였다. 따지고 보면 국회 측 대리인은 철회라는 말을 아예 쓸 필요도 없었다. 헌재가 내란 행위의 기본적 사실관계에 터잡아 형법상의 내란죄로 판단하든 헌법상의 위반으로 판단하든 그것은 재판부의 몫이므로 그저 재판부의 소송지휘에 따르겠다고 하면 될 일이었다.

 

이와 같이 볼 때 헌재가 이 부분을 판단할 때 소추사유의 동일성 범위 내에서 국회 측이 소추사유의 일부를 철회했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아예 ‘동일성 범위 내의 소추사유의 철회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판단이 중요한 것은 이번 판시가 향후의 탄핵사건에서도 국회 의결 시 중요했던 의결요소(법규정)를 국회 대리인이 독단적으로 철회할 수 있다는 판례로 남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탄핵사건에서 국회 소추의결 과정에서 의결 요소로 들어간 법규정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기 위해선, 그것이 소추사실 동일성 범위 내라고 해도, 대리인의 판단만으로는 부족하고 국회 소추단장(법사위원장)의 결정이나 국회 법사위의 의결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소추의결과 더불어 국회 소추단장에게 소추사건의 수행을 위임한 의사라고 보기 때문이다. (2025.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