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법률가는 글을 못 쓴다?

박찬운 교수 2015. 9. 26. 21:47

[법률가는 글을 못 쓴다?]


법률가는 글을 못 쓴다? 이런 말씀을 종종 듣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대체로 그렇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곰곰이 생각하면, 그것은 법률가들의 독선적 성격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에게 있어 잘쓴 글은 미문이 아닙니다. 무슨 현란한 수식어를 붙이고, 말끝마다 고사성어를 사용하고, 여기저기에 세계적인 명사들의 어록을 들먹이면서 쓴 글이 아닙니다.


잘 쓴 글은 쉬운 글입니다.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알 수 있는) 글입니다.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타자의 입장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쓴 글이, 그 글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대로 이해가 될까? 이것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 합니다. 법률가, 법학자들이 대체로 이런 데에 약합니다.


판결문이 어렵다? 이것은 판사가 자신의 판결문을 독자(이해당사자나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할 것인 지를 생각하지 않고 쓰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정 법률용어 혹은 법률이론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가 있기 때문에, 판사가 쉽게 판결문을 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이해해야 합니다)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뱉아 낼 뿐이지요. 상대의 이해여부, 그것은 자기 소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 글을 남의 입장에서 점검을 하지 않는 것이지요.


이런 말은 자칫 제 얼굴에 침뱉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감히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적어도 지난 30년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매 학기 우리 로스쿨 학생들 앞에서 합니다.


"제발 읽는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글을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