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법원 민주화, 그 청사에서 본다

박찬운 교수 2015. 9. 26. 21:38

법원 민주화, 그 청사에서 본다


페북에 온통 세월호 이야기군요. 저도 그 충격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딴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건축물은 한 시대의 사람들의 생각을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상징이라고 합니다. 소위 문화유전자가 가장 잘 계승되는 분야죠.

서초동 법원청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오래전부터 이 건물의 비민주성에 대해 비판해 왔습니다. 문명화된 민주주의 국가의 법원 청사 중 이 건물과 필적할만한게 있을까요. 한 마디로 서초동에 가면 가슴이 꽉 막힙니다.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말은 서초동 교대역을 나가는 순간 허상이란 걸 깨닫죠.

이 건물은 우리나라 건축사에서 한 획을 긋는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인데 저는 왜 이분을 그리도 칭송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이 분이 사실 과거 박종철군이 교문 받다 사망한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도 설계한 분이거든요.

서초동 청사는 십여년 전까지는 법정동에 승강기도 없었어요. 5층까지 그냥 걸어 올라 오라는 것이었지요. 판사들은 자신들의 사무실에서 전용 승강기로 내려오면서요. 또 내부는 완전 미로입니다. 몇년 전까지 가정법원으로 쓴 건물동 가보세요. 처음 가면 십중팔구 길을 잃을 겁니다.

제가 변호사로 일할 때 외국손님 오면 이 청사를 안내 했는데 그 때마다 참 곤혹스러웠어요. 제가 그분들 나라 법원을 여러 번 가보았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양재동 행정법원.가정법원을 가보았어요. 보는 순간 한마디로 이렇게 외쳤어요.

발상의 전환!

주변의 건물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오피스 건물이 법원이더군요.

사법의 민주화, 이런 건물의 변화에서 느낄 수 있답니다. 법원에도 민주화의 봄은 오나봅니다.

이 사진들을 한번 감상해 보십시다.(2014.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