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영국이야기

영국이야기 8 영국 의사당에 '칼레의 시민'이 있는 이유

박찬운 교수 2016. 8. 29. 04:04

영국이야기 8


영국 의사당 옆에 '칼레의 시민'이 있는 이유




일요일 오후 템즈강변을 걸었습니다. 어느새 시야에 영국 국회의사당과 시계탑 빅벤이 보였습니다.


몇 번 이곳에 왔습니다만 올 때마다 생각이 많아집니다. 이곳이 바로 의회민주주의이 본산이기 때문입니다. 매주 수상과 의원 들이 질문과 답변으로 격렬하게 토론하는 곳이 이곳입니다. 우리의 정치현실을 생각하면 꿈 같은 일이 저곳에서는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영국의사당은 원래 왕이 사는 웨스트민스터궁이었습니다. 700년 전부터 영국의 왕은 국가의 중요한 일을 논의하기 위해 귀족들을 불러 상의했고, 그것이 의회로 발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웨스트민스터 궁의 용도는 국왕거처가 아닌 국회의사당으로 변해버린 것이지요.


영국의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이 무엇일까요? 영국의 정치인들은 정말 우리와는 종자가 다른 것일까요? 왜 우리는 저들의 의회민주주의를 흉내도 내지 못하는 것일까요.


제도적 차이만으론 이해가 안 됩니다. 사회적 문제를 토론과 논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구한 세월 사람들이 만들어낸 문화와 역사에 기인한 것입니다. 경제에는 '압축성장'이 있을지 모르지만 문화와 역사에는 '압축문화', '압축역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영국이란 사회는 위로 올라갈수록 사회에 봉사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아마도 그것은 오랜 세월 신분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지배층의 윤리의식에서 비롯되었을 겁니다.

산책을 하면서 그 생각을 뒷받침해 주는 한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의사당 옆 공원의 '칼레의 시민'. 이 조각상은 14세기 영국과 프랑스가 전쟁을 벌릴 때 프랑스 칼레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한 로댕의 걸작입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일컫습니다.


이 작품이 이곳에 놓인 것은 1914년, 지금으로부터 102년 전입니다. 이 작품이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놓였을까요?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것으로 영국사회가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있습니다. 그것은 책임과 헌신입니다. 시민들은 국회의원들에게 당당하게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요구하고, 의원들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이 이 조각상이 여기에 있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 있습니다. 삼성이 가지고 있지요. 삼성에게 이런 제안 하나 해볼까요?

그 '칼레의 시민'을 혼자만 보지 말고(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것을 전시했던 플라토 미술관이 문을 닫는 다고 함) 대한민국에 기증해 모든 사람이 함께 보자는 것입니다.

그 조각상을 여의도 국회의사당 뜰 한 가운데에 전시하도록 합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매일같이 그것을 보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가슴에 담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제가 저 작품을 보는 순간 즉석 동영상을 제작했습니다. 핸드폰에 저장한 것을 편집없이 유투브에 올린 다음 여기에 옮깁니다.(편집을 해보려 했는데... 아직 실력이 못미치는군요. ㅜㅜ) 조악한 영상일지라도 저의 뜨거운 맘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2016.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