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3년 전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라는 제목의 책을 낸 바 있다. 이 책은 이 시대에 읽어야 할 명저를 소개하면서 그 책을 통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문제)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쓴 책이었다.
나는 그 책을 출판한 이후 기회가 되면 또 다른 명저를 골라 제2탄, 제3탄을 쓰고 싶었다. <책으로 문명을 말하다> <책으로 인생을 말하다> <책으로 예술을 말하다> 등등의 이름으로...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그 후속작을 아직 못내고 있다.
후속작이 언제 나올까? 나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것을 위한 준비, 독서는 꾸준히 하고 있다. 오늘 향후 나의 후속작에 소개될 한 권을, 간단히, 아주 간단히, 소개한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이안 모리스 지음, 최파일 옮김)
이 책은 작년 여름에 우리 말로 번역 발간되었으니 이미 많은 독서가들에게 알려진 책이다. 이 책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이안 모리스의 최근작이다. 그는 이 책에서 빙하기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사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제라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도 그런 부류의 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유사한 책이다!
이 책은 대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이 책에 대해 '역사의 통일장 이론'을 제시한 대작이라고 극찬한다.그만큼 저자의 독창적 역사분석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 책은 읽기가 만만한 책이 아니다. 1천 쪽이 넘는 책이다. 책을 읽다가 잠이 오면 베개대신 쓰면 좋은 책이다. ㅎㅎ
아마도 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제대로 간파하려면, 책을 좀 읽는다는 사람이라도, 족히 1주일 이상은 걸릴 것 같다. 그만큼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을 이번 여름에 사서 지난 한 주를 투자하여 방금 전에 완독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완벽히 정리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시간을 두고, 몇 몇 부분은 다시 읽으면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싶다.
이 책의 내용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기원전 1만4천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를 조망하면서, 동서양 문명을 비교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저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서양이 세계를 지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양은 동양을 언제, 어떻게 앞섰는가?
위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 study)를 동원한다. 저자가 이 연구를 하기 위해 동원한 가장 중요한 학문영역은 생물학, 사회학, 지리학이다.
저자는 말하길, "생물학과 사회학은 한 사회가 왜, 어떻게 발전하는가에 대하여 답을 주었으며, 지리학은 사회 간에 발전의 차가 왜 발생했는가에 대하여 답을 주었다."
이 책의 주요한 특징 하나는 '사회발전지수'라는 독창적 아이디어다.
이 책이 그동안 동서 문명을 비교한 책들과 확연히 다른 것은 '사회발전지수'라는 틀을 고안하여 서양문명 및 동양문명을 수량화하여 비교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한 사회의 역량을 다른 사회와 비교할 때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4가지를 선정한다. 에너지, 도시화, 정보, 전쟁수행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네가지 역량을 2000년을 기준으로 각 요소에 최고 250점을 부여하여 전체 1,000점을 만든 다음 시대별로 동서양의 각 요소별 점수를 계산한다. 그리고 4요소 점수를 합하는 방법으로 문명 역량의 계량화를 시도하였다.
이해를 위해 도시화라는 요소의 계량화를 어떻게 했는지 그 예를 들어 보자.
기준점인 2000년의 경우 동양에서 가장 큰 도시는 토쿄로 2670만명이다. 여기에 최고 배점 250점을 부여한다. 이렇게 하면 106,800명이 1점에 해당한다.
2000년 서양에서 가장 큰 도시는 뉴욕으로 1670만명이다. 따라서 위 기준으로 계산하면 156.37점을 받는다. 이 같은 방법으로 1900년을 계산하면 그 당시 서양에서 가장 큰 도시는 런던의 660만명이었으므로 61.80점, 동양에서 가장 큰 도시는 토쿄 175만명이었으므로 16.39점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4가지 역량을 계량화하면 저자가 조사한 1만 6천년의 역사에서 서양은 동양을 기원후 6세기 중반까지 앞서다가 그 후 1200년간 동양에 뒤진다. 그러다가 산업혁명 후 서양은 동양을 앞서 현재까지 그 추세가 이어진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동양은 맹렬히 서양을 추격하는데 이 추세를 감안하면 2103년 동양은 서양을 추월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위와 같이 지난 1만6천년의 역사를 위와 같은 사회발전지수로 계산한 다음 그것을 그래프로 표시하고 그와 같은 그래프가 만들어진 이유에 대하여 설명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 정도로 이 책의 안내를 마친다. 이 이상 설명하면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설명은 1천여쪽 책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계량화로 동서양을 비교하다! 그게 가능할까? 이런 의문을 품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답을 찾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번역한 최파일 선생의 노고에 감사한다. 벼개만한 책을 이 정도로 번역한다는 것은 초인적인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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