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권영준 대법관 후보가 국회 동의를 받을 경우의 후과에 대하여

박찬운 교수 2023. 7. 20. 19:20
 
(먼저 이번 물난리로 영문 없이 세상을 등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많은 수재민들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이 글이 권대법관 후보 관련 글로서는 마지막이 될 것이다.
 
방금 전 권대법관 후보에 대한 청문 특위의 심사보고서가 여야 합의로 채택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 이어 있을 본회의에서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동의안은 통과되리라 전망된다. 이미 말했지만 권후보가 국회 동의 절차를 통과해 대법관에 임명되는 경우의 후과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해 말한다.
 
1. 대학 교수들, 특히 로스쿨 교수들에게 매우 신나는 소식이 될 것이다.
앞으로 로스쿨 교수들이 로펌 등의 의뢰를 받아 의견서를 써주고 고액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아마도 이 같은 방법은 로스쿨 외에도 다른 전공에서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이 방법의 수입활동이 아주 신박한 것은, 첫째 변호사 개업도 할 필요 없이 사실상 변호사 일을 로펌과 손잡고 할 수 있다는 점(현재 로스쿨 교수 중 변호사 자격자는 변호사 휴업이 강제되어 있음), 둘째, 교수 연봉보다 많은 돈을 지속적으로 벌어도 영리목적의 업무가 아니니 대학 당국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점(현재 일반 교수들은 단 돈 10만원을 외부에 나가 받아도 김영란법에 의해 학교에 신고해야 함), 원래 영리업무로 보면 변호사 개업을 하고 사업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이 경우는 지급자가 원천징수하는 분리과세를 하니 세무적으로도 월등히 이점이 있다는 점, 넷째, 무엇보다 이렇게 돈을 벌어도 변호사법, 국가공무원법(사립대학교수는 사립학교법), 김영란법 등 어떤 법도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 등등이다.
 
2. 앞으로도 특정대학의 특정 전공 교수는 예비 대법관의 예우(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앞으로 이 자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자리 값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 가는 분에게 미리 축하를 보낸다.
 
3. 사실 나도 권대법관이 임명되는 경우 마음만 먹는다면 그보다야 못하겠지만 적잖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렸으니 이번 사태가 나쁜 것만도 아니다.
---여기까진 잘 새겨서 읽어주시고요 ㅎㅎ---
 
이번에 이 절차를 보면서 생각나는 것이 많다. 이것도 후일을 위해 간단하게라도 정리할 필요가 없다.
 
1. 로스쿨 교수들의 목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았다. 몇 몇 교수들만이 이 문제에 자신의 입장을 개진했을 뿐이다. 진정 신박한 돈벌이 수단을 보니 쓸데없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인가?
 
2. 참으로 이상한 것은 변협의 태도다. 권대법관의 행위는 분명 변호사법 제109조 위반(비변호사에 의한 유상의 법률사무)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변호사들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변협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면죄부를 주었다는 점은 길이 기억할만하다. 어차피 대법관이 될텐데, 괜히 척질 필요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인가?
 
3.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변호사들의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것은 자신들의 일이 아니고 변협이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인가, 아니면 이럴 때 나서면 진짜 앞으로 대법원 사건 하기 힘들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는가. 변호사들의 기상이 날로 날로 추락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 그지 없다.
 
4. 이 문제를 제대로 보도한 곳은 경향, 한겨레, 오마이 뉴스 정도였다는 점도 기억할만하다. 그 외의 언론사는 눈치만 보다가 막판에 몇 개 언론사가 작은 음성을 냈을 뿐이다. 이것을 보면서 기자들의 용기에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변협을 취재하고, 교수들의 입장을 물어보고, 관련기관(국세청, 권익위 등)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기자의 본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기 바란다.
 
5. 정치권은 이번에도 변함없이 실망을 주었다. 몇몇 의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청문절차에서 발언을 하고 나름 역할을 했지만 대세를 형성하지 못했다. 나는 민주당이 나름 역할을 해주길 바랐지만 그것도 이룰 수 없는 희망이었다. 도대체 정치가 무엇인가? 여당이야 관심대상이 아니니 야당에게 한마디 한다. 그렇게 해서야 어떻게 다음에 표를 받아 재집권을 한단 말이오!
 
여하튼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내가 할 일을 이 정도에서 끝낸다. 이제 방학이 되었으니 나도 당분간 산천을 주유한 뒤 골방을 찾아 무엇인가에 집중해야겠다. 나는 그것이 나 같은 사람에게 주어진 숙명이라 믿는다. (2023.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