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12.3. 내란 사태

헌재의 결단을 촉구하며-도대체 이런 언어도단의 상황이 온 원인은 무엇일까-

박찬운 교수 2025. 3. 16. 09:44

헌재의 결단을 촉구하며

-도대체 이런 언어도단의 상황이 온 원인은 무엇일까-

 
 
12. 3 내란 사태가 조기에 정리되지 않고 진영 간의 세 싸움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내란 주범을 몰아내고 새로운 정부를 세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이 위협받고 있다. 쿠데타 세력을 옹호하는 극우세력의 세 결집이 날이 가면 갈수록 무시 못 할 수준으로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분립을 근간으로 하는 공화국에서 의회를 공격하는 친위 쿠데타가 일어났다면, 명백한 국헌 문란의 대역무도 범죄로 단죄되어야 함에도, 시간이 가면서 정치투쟁의 한 과정으로 희석되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이 같은 상황은 쿠데타 실패 이후 생사를 걱정하던 윤석열과 그 측근들에겐 더할 수 없는 기회다. 마치 구세주가 하늘에서 동아줄을 내려주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도대체 이런 상황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가. 중간 결산하는 마음으로 간단히 정리해 보자.
 
첫째, 내란 사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와 최상묵의 책임이 크다. 이들의 모호하거나 때론 쿠데타 세력을 옹호하는 태도가 사정기관의 내란 세력 소탕을 어렵게 만들었다. 내란 특검법을 거부하고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이들이 내란 세력과 단호하게 결별했더라면 대한민국 사회는 지금쯤 내란의 수렁에서 완전하게 빠져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이들의 출세 배경을 생각하면 쓸데없는 희망고문일 뿐이다.
 
둘째, 코너에 몰린 국힘과 극우세력의 동맹관계는 정국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원래 국힘이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막 가진 않았는데 막상 판이 바뀌어 정권을 내준다고 생각하니 다급한 마음에 극우에 손을 내민 것이다. 이 두 세력의 공동 목표는 야당의 정권 창출을 막고 현 정권을 연장시키는 것이기에, 이들에게 12. 3 계엄은 사소한 정치적 해프닝에 불과하다. 결코 정권을 넘겨줄 정도의 대역무도의 범죄가 될 수 없다.
 
셋째, 내란 사태 수사의 난맥상이 윤석열에게 반격의 빌미를 주었다. 과거 정권이 심혈을 기울여 개혁한 수사절차였지만 그것은 허점투성이었다. 윤석열은 그 약한 고리를 찾아내 집요하게 공격했다. 그 절차에 따른 수사를 불법수사라고 규정하고 마치 자신이 그 희생양이 된 것처럼 연기했다. 이것은 윤석열의 파면과 처벌을 반대하는 세력들에겐 자신들의 주장과 행동을 법적으로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넷째, 윤석열과 극우세력을 돕는 일군의 법률가들의 기상천외한 활동도 분위기 반전에 일정한 기여를 했다. 윤의 변호사들이 연일 마이크를 잡고 궤변을 떠들고, 수는 많지 않지만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쿠데타 세력의 주장을 옹호하는 일들이 일어난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들이 하는 말이란 대부분 괴벨스적 선전선동에 불과하지만 현실은 이런 말에 넘어가는 국민들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가니 헌재의 결론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8대0의 결론으로 피청구인의 파면을 원하고 있지만, 헌재 바깥의 세 대결 양상이, 점점 몸집을 불려가는 극우세력의 압력이, 재판관들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염려한다. 나는 섣부른 예측은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공화국을 정면으로 공격한 공화국의 적에 대해 결코 면죄부를 주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큰, 훨씬 감당하기 힘든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윤석열은 보수세력을 극우화해 자신의 방패막이로 삼는데 일정 부분 성공했다. 그러나 그가 만든 것은 전대미문의 국론분열이다. 가족 내에서도 부모와 자식이 탄핵 문제로 불화를 일으키고 있다. 보수마저 설 자리를 잃고 파탄 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보수의 씨마저 마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이것이 이번 내란 사태의 가장 비극적인 결과이자 윤석열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재판관들이 이런 엄중한 현실을 인식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결단을 전원일치의 판단으로 해주길 기대한다. (2025.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