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인생 38

반 고흐 그림이야기 제50화(고흐, 인류역사상 최초의 해골 자화상을 그리다)

반 고흐 그림이야기 제50화고흐, 인류역사상 최초의 해골 자화상을 그리다 작년 11월 고흐 그림이야기 연재를 마치고 한동안 고흐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좀 쉬고 싶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쓴다는 게 무언가에 미치지 않고는 힘든 일인데, 내가 계속 미친 상태에서 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또 그 글이 읽기는 쉬어도 쓰는 건 보통 어려웠던 게 아니었다. 나는 고흐 그림과 관련된 유일한 글을 쓰고 싶었다. 여기저기에 있는 글을 짜깁기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아니 세계 어디에서도, 여직 볼 수 없었던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매번 글의 주제와 소재를 새로운 시각에서 선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게 49회 글을 쓰니 더 이상 머리가 돌아가지..

2천 년 시공을 뛰어 넘은 예술감각

2천 년 시공을 뛰어 넘은 예술감각 (Dancing Jugglers), BC 100년경, 서한시대, 위난성 장촨 리쟈산 출토, 높이 12센티미터, 1956년 출토 저 사진 상의 청동 조각품이 언제 적 작품일까요? 편견을 갖지 말고 말해 보십시오. 낡고 빛이 바랬기 때문에 막연히 옛날 것인가 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만일 저 청동상의 금도금이 떨어져 나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어 번쩍번쩍 광채를 발하고 있다고 해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까? 아마도 그 때는 근현대의 어느 최고수준의 조각가가 만든 걸작 예술품이라고 말하지 않을까요?놀라지 마십시오. 저게 지금으로부터 대충 2,000여 년 전 중국 서한시대의 청동 조각상입니다. 제가 저 조각상을 처음 본 것은 제 페친인 심재훈 교수(단국대 사학과)가 번역한 리쉐친..

인문명화산책 11 가난을 그린 예술혼, 무리요의 ‘어린 거지’

인문명화산책 11 가난을 그린 예술혼, 무리요의 ‘어린 거지’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간 60년대 말은 주변 환경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위생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목욕이다. 당시 웬만큼 부자가 아니고서는 집에 목욕탕이나 샤워시설을 갖춘 집은 없었다. 특히 나는 충청도 어느 벽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애당초 구경조차 못했다. 우리 마을에서 가장 잘사는 집이 양조장집이었는데 그 집에 가면 일제시대 때 만든 목욕시설이 하나 있었다.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1617-1682), '어린 거지', 루브르 박물관 소장 큰 무쇠 욕조에 물을 붓고, 아래에서 군불을 지펴 물이 뜨거워지면, 찬물을 부어 온도를 맞추고, 나이 순서에 따라 들어가 때를 불린다. 할아버지..

반 고흐 그림이야기 38화(밀밭에서 삶의 진실을 그리다)

빈센트 반 고흐 그림 이야기 제38화 『한 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입니다. 지금 새벽 4시, 저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심호흡을 한 번 한 다음 자판을 두드립니다. 빈센트 반 고흐,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이길래 2014년 가을을 이렇게 온전히 바치고 있는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합니다. 그는 37세의 나이에 외로이 세상과 이별했습니다. 사람들은 살아있을 때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죽자 사람들은 그를 그리워합니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감동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떻게 그가 죽은 지 120년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의 한 남자는 이 새벽에 일어나 그가 남긴 그림을 보고 감동하면서 그를 추모하는 글을 쓰고 있는가요. 이 자체가 신비함입니다. 여러분도 지금 그 신비함에 동참하고..

사진으로 읽는 인문학--근대의 합리적 이성이 위치한 곳?

사진으로 읽는 인문학--근대의 합리적 이성이 위치한 곳?--학문하는 자여, 종교에 함몰되지 말지니라, 정치에 함몰되지 말지니라 나는 1년 동안 스웨덴에서 연구년을 보냈다. 가족 없이 혼자서 말이다.작년 5월의 일이다. 스톡홀름에서 세미나가 있어 참석했다가 오는 길에 웁살라 대학을 들렀다. 웁살라 대학 박물관, 과거엔 학교 본관이었다. 맨 꼭대기 쿠폴라가 보인다. 이 대학은 1477년 설립된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서 그 학문적 수준은 이미 오래 전에 세계적 대학의 반열에 들어갔다고 평가되는 곳이다. 그런 이유로 내가 스웨덴에서 체류하는 동안 한번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생물 분류법으로 잘 알려진 식물학의 대가 칼 린네가 지금으로부터 250여 년 전 바로 이곳에서 교수로 일했다. 이곳을 방..

반 고흐그림이야기 30화(고흐와 에로티시즘)

빈센트 반 고흐 그림이야기 제30화(특집) 오늘로 고흐 그림 이야기 30화를 맞는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열심히 써 왔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생각하여 특별한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에로티시즘! 고흐 그림 이야기를 하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주제일 것이다. 나도 어디서 들어 보지도 읽어 보지도 못했다. 에로티시즘? 이게 과연 무엇일까. 내 나름대로 정의하면 그것은 성적 감정(sexual feeling)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성적 본능을 예술이라는 수단으로 표현하여 아름다움(美)의 영역으로 끌어 올린 것이 에로티시즘이다. 그럼 포르노그래피는 무엇일까? 그것은 보는 이를 오로지 성적으로 흥분시킬 목적으로 인체의 특정부위나 성적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도..

반 고흐그림이야기 33화(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빈센트 반 고흐 그림이야기 제33화 고흐를 연구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료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가 남긴 그림이다. 그는 십여 년 간 집중적으로 그림을 그려 놀랄 만큼 많은 작품을 남겼다. 유화 900여점, 드로잉 1,100여점! 그것을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연구하려면 그것도 꽤나 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또 다른 자료는 오늘 내가 설명할 고흐가 남긴 편지다. 고흐는 37세라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아마도 인생을 쉼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하는 사람이 60, 70세에서야 이룰 수 있는 업적을, 그는 나이 40 이전에 다 이루고 홀연히 갔다. 만일 그가 남긴 편지가 없었다면 그 고독한 천재의 불꽃같은 삶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겨지지 못한 채 ..

반 고흐그림이야기 37화(고흐 파리에서 새 여인을 만나다)

고흐 그림 이야기 제37화 이번 주 5일간 연속으로 글을 썼다. 나 스스로도 놀랍다.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글을 썼으니...... 나에게 어떻게 이런 힘이 있다는 말인가. 회를 거듭할수록 내겐 뚜렷한 목표가 만들어지고 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글을 써보자는 것이다. 단언하건대, 이글은 이제까지 나온 그 어떤 고흐 이야기와도 다른 종류의 글이다. 물론 글 여기저기에서 다른 이들이 쓴 글들을 참고했지만 글의 주제나 내용 그리고 형식은 전적으로 나의 창조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이 가을 나의 모든 지적 역량을 발휘하여,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아니 세계에서 유일한, 고흐 그림 이야기를 페친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자, 이제 한 주일을 마감하는 금요일 아침의 주제로 들어가 보자.지난 번 제28화 ..

반 고흐그림이야기 43화(고뇌하는 사람들이여, 당신의 자화상을 발견하라)

빈센트 반 고흐 그림이야기 제43화 내가 고흐의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계기는 그의 인물화를 통해서다. 그가 그린 인물화는 미술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대번에 무엇인가 다른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만큼 특이했고 울림이 강했다. 인물화 중에서도 그의 자화상은 나의 눈을 사로잡은 자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가 남긴 자화상은 그 어떤 것도 인상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내 고흐 그림이야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두 달 이상 고흐 그림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자화상도 두 번(제4화, 제11화)이나 다루었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쉽다. 내가 고흐의 자화상에서 느낀 것 중 극히 일부만 건드린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이 시리즈가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다루어..

반고흐 그림이야기 44화(의자로 그린 두 천재의 초상화)

빈센트 반 고흐 그림이야기 제44화 미술 작품을 감상함에 있어 를 해독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그림의 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실제 의미에 다가가는 해석을 말한다. 원래 알레고리라는 말 자체가 ‘다른 것으로 말하기’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알레고리’적 그림에서는 작가가 어떤 것을 형상화했더라도 그것은 비유에 불과하고 실제 의도는 다른 것에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알레고리 기법으로 그린 작품을 볼 때는 그림의 이면에 숨어있는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는 게 감상 포인트다. 이런 그림은 겉보기에는 의외로 평범한 게 많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소품 몇 개를 캔버스에 그리기도 하고, 일반적인 인물화나 정물화의 한 귀퉁이에 소품 하나를 살짝 얹어 놓는 경우도 있다. 이런 그림을 보면 사람들은 통상 이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