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기로에 선 한국의 민주주의, 청년들이여, 일어서라!

박찬운 교수 2015. 9. 26. 21:34

[기로에 선 한국의 민주주의, 청년들이여, 일어서라!]


결과를 예측 못한 것은 아니지만 어제 보궐선거 결과를 보니 새삼스레 한국의 민주주의가 기로에 서 있음을 절감한다.


여당이 완승을 했다는 그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이런 결과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암울함에 있다.


물론 야당의 선거참패의 일차적 이유는 분열에 있다. 분열만 없었다면 건질 수 있는 곳은 몇 곳 있었다. 하지만 나의 관심은 그것보다는 이런 정치적 국면에서도 여당 후보자가 50% 이상(한곳만 43%)의 지지를 받으며 당선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야권분열을 고려한다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다.


도대체 민심이 선거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최대의 문제다. 어제 평균 투표율이 36%라고 한다. 4곳에서 승자는 대체로 50% 정도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유권자 20% 정도의 지지를 받아 국회에 입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80%의 유권자는 당선자에 대해 투표장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했거나 기권함으로써 소극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런 결과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젊은 층은 투표장에 안 나오고, 상대적으로 노년층이 많이 나온다는 데 있다.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여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노인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 사람은 보수화된다.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그런 일반적 이유에 또 다른 특성이 있다. 경제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절반의 노인은 한마디로 극빈하다. 주변의 도움이 없이는 홀로 설 수 없다.


하지만 이들에겐 투표권이란 무기가 있다. 이들은 언제부터인지 무복지 국가에서 살 수 있는 길이 투표권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유사한 보수적인 여당이 이들에게 다가가 노인복지라는 사탕을 내민다. 노인층과 보수여당은 이렇게 선거에서 연합해서 전체 민심과 동떨어진 선거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런 선거구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에 반해 젊은 층은 생업에 바쁘고 의식이 다양하다. 정치적 성향은 분열되어 있다. 이것은 아이를 가진 젊은 세대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투표장에 잘 나오지 않으며 나와도 표는 분산된다. 그럼에도 이들이 향후 우리 정치를 바꿀 주역인 것만큼은 당연하다. 이들은 그런 잠재 역량이 있으며 발언권을 높여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딱 잘라 말해서 이들은 노인을 부양하는 세대니 발언권이 없다면 그게 이상하지 않은가. 집안에서도 부모를 부양하는 자식은 발언권이 센 법이다.


생각해 보라. 최근 의무급식, 누리과정 유아교육비 등의 문제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전부 손을 들고 있다. 돈이 없다는 것이다. 어찌 이런 문제가 생기는가. 왜 기초노인연금은 지급하면서 아이들 주는 돈은 그리도 인색한가. 왜 노인들은 65세만 되면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데 애들에겐 주던 것도 뺏는단 말인가.


그것은 애들에겐 투표권이 없고, 그 부모마저도 단일한 목소리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는 많지만 정부나 정권이 겁을 내지 않는 존재들이다. 민주국가에서 정권은 표가 창출하는 데, 우리의 젊은 엄마 아빠들이 표로 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사실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중요한 것은 우리 젊은 세대의 정치의식이다. 이들의 정치의식을 높이지 않고서는 우리의 미래가 없다. 이들에게 정치는 그들 자신의 문제라는 사실, 투표가 그들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


스웨덴과 같은 나라는 누구나 원하면 대학을 갈 수 있지만 실상은 절반 정도만 대학을 간다. 그럼에도 그들의 정치의식은 우리보다 훨씬 높다. 복지국가는 국민의 정치수준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고등학교만 가면 각 정당의 정강정책이 무엇인지를 안다. 그게 수업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교실에서 각 정당의 정강정책을 가지고 토론한다. 그래서 그들은 내가 어떤 정당을 지지해야만 나에게 가장 유리한 지를 어린 시절부터 아는 것이다.


우리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래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정당의 정강정책을 가르치고 그것을 비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80%의 청소년이 대학에 간다고 해서 민주주의는 실현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이 자본의 포로가 된 대한민국의 대학은 민주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울 뿐이다. 대학교육과 관계없이 우리의 젊은세대에게 정치교육이 실시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2015.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