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결과 어떻게 볼 것인가
잠시 눈 붙이고 일어났더니 개표결과는 그야말로 선거혁명이다. 몇 가지만 정리해 보자.
[선거 결과에 대한 단상]
1. 현재의 소선거구제, 야권분열 그것도 막판까지 선거연대도 못한 상황에서 새누리가 제2당, 더민주가 제1당이 되고, 거기에 40석 가까운 국민의당이 탄생했다. 이런 결과는 어떤 전문가, 어떤 여론조사기관도 예측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기적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2. 전체적으론 새누리의 참패다. 전체 투표자의 60% 이상이 현 정권에 등을 돌렸다. 국민이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철저히 심판한 것이다. 이 결과는 결코 야당이 선거전략 잘 세우고, 선거운동 잘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3. 더민주가 원내 제1당이 되고, 국민의당이 제3당이 된 것은 유권자(특히 수도권 유권자)의 전략투표에 기인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 국민의 정치인식이 경우에 따라서는 선거구조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심이 야권을 승리시키고 더 나아가 제3당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4. 안철수의 제3당 실험을 인정해야 한다. 일단 성공했다. 폄하할 필요는 없다. 물론 선거연대만 했더라면 새누리를 더 초토화시킬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5. 진보정당이 약진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정당투표에선 다소 기대했는데 그게 이뤄지지 못했다. 내 표도 사표가 되었다.
6. 이번 선거에서 정치적 운명을 가른 몇 몇 여권 정치인들이 있는데, 한국 정치의 내일을 위해서도 매우 고무적이다. 오세훈, 이인제, 김문수, 김을동 등은 아웃이다. 반면 김부겸, 홍의락, 김영춘, 김종민, 전현희 등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앞으로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향후 전망]
7. 우리 정치사에서 이루기 힘든 정치지형을 만들어 냈으니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다. 3당 체제는 타협의 정치가 가능한 구도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대로 정치를 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정치인들에게선 희망이 없다.
8. 많은 사람들이 국민의당이 새누리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불안한 예측을 하는데, 나는 크게 우려하진 않는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었으니, 사안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크게 보면 국민의당은 야당의 길을 걸을 것이라 본다. 왜냐하면 국민의당을 만들어준 것은 호남이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무슨 흑심을 갖고 새누리에 접근하는 순간 국민의당은 깨질 수밖에 없다. 안철수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9. 안철수의 장래? 나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당분간 그는 당대표로서의 지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남의원들을 제대로 콘트롤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그들은 언제든지 안철수를 흔들 수 있다. 천정배 대표의 입김이 세어질 것이다. 안철수의 장래는 그의 능력에 따라 그가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그가 타협의 정치를 제대로 이끌어 나가면 지지도가 올라갈 것이고, 대선가도에 탄력을 받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호남의원들은 이탈해 더민주로 갈 공산이 크다.
10. 더민주의 장래? 복잡하다. 일단 문재인 책임론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의석수로만 보면 호남에선 참패했지만 문재인의 말대로 호남인들이 그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인 것으로 볼 수는 없지 않을까? 더욱 수도권 선거혁명을 만들어냈고, 부산, 경남 등지에서 선전한 것을 고려하면 그에 대한 비판은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더민주의 선거결과가 문재인 때문이라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차기 대선 주자로 나가는 것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다. 잠룡들이 서서히 몸을 드러낼 것이고 그들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더민주의 장래를 위해서도 나쁘진 않다.
11. 김종인의 장래? 당분간은 영향력을 지속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김종인은 자세를 낮추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소속 의원들을 다루기 어려울 것이다. 김종인이 킹메이커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그 하기 나름이다. 그의 정치력이 이제 실험대에 올려졌다. 어떻게 해 나갈까? 내가 보기엔 쉽지 않을 것이다.
12. 마지막으로 새누리? 쑥대밭이 되었다. 그런데 용케도 친박 핵심들이 거의 살았다. 서청원, 최경환, 원유철 등등. 아마 당권은 그들이 가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마 발호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공방이 이뤄질 텐데, 그들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이 동네가 당분간 복잡해질 것 같다. 유승민의 복귀도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고... 꽤나 진통을 겪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렇게 가다보면 대선도 물 건너갔다 생각하면 다른 묘수를 만들어 내려고 할 텐데 그게 무엇일까? 아마 썩 좋은 대안은 아닐 것이다. 두고 볼 일이다.
(2016.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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