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공동체로서 살만한 세상이 되기 위해선 횡행하는 혐오표현을 시급히 추방해야 합니다. 한국 사람들의 특질인지, 최근의 특이한 풍조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너무나 많은 혐오 표현이 우리들 언어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제까진 이 혐오표현은 주로 여성, 장애인, 외국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바탕으로 그들을 모욕, 비하, 멸시하거나 차별하는 행위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눈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정치적 언어 속에 들어 있는 혐오표현도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공간을 포함해 온라인 공간 어디에서라도 부정적인 편견을 바탕으로 특정 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노빠, 문빠, 개딸, 수박 등의 표현이 그것들입니다. 저는 이런 용어를 너무도 쉽게 쓰는 풍조가 우리 정치 문화를 극한의 싸움판으로 만들어 가는 데에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저런 말로 상대를 공격하면 그 해당자들은 또 다른 혐오적 표현을 만들어 대응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런 말싸움은 계속 이어져 결국 우리 사회를 온통 증오의 세상으로 만들어 갈 겁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굳이 저런 용어를 꼭 써야 합니까? 저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정치적 비판을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싸잡아서 비하적 용어로 그룹핑을 하는 것은 분열로 나가는 첩경이 아니겠습니까? 이미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합리적 대화를 시도하고 싶어도 어려워집니다. 저런 용어로 상대를 낙인찍는 것은 대화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 말을 언필칭 진보를 자칭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습니다. 보수는 부패해서 망하고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진보가 이번 선거에서 정녕 승리하길 원한다면 말부터 조심해서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상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 되지, 상대를 혐오적 집단으로 그루핑한 다음 그것을 기초로 비판을 가하는 것은 반발만 초래할 뿐입니다.
이 시기 우리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면서 시급히 해야 할 것은 바로 혐오적 표현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를 구별하거나 낙인찍지 않고서도 충분히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민주사회에서 진보가 승리하는 현명한 자세라고 믿습니다.
미셸 오바마의 이 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격을 갖고 가자) (202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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