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한강을 넘어왔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서울이란 거대도시, 이곳에서 나는 40년을 넘게 살았다. 그럼에도 서울이란 곳은 여전히 내겐 낯선 도시다. 잠시 눈을 감았다. 웬지 오늘은 옛날 생각이 발길을 잡는다.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가을의 일이다. 나는 변호사 초년생으로 그날 밤 한참 선배인 C 변호사님과 연수원 동기인 Y 변호사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다. 거기서 나온 말. “박 변호사, 변협회장 박승서 변호사가 강민창을 변호한 것 알아?” 금새 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라고요. 변협회장이 박종철군 사건 은폐주모자인 강민창 치안본부장을 변호했다고요?” 이 대화는 나의 운명을 바꾸는 계기였다. 그 다음날로 나는 박승서 변협회장의 퇴진 운동을 주도했다. 직접 퇴진 성명문을 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