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인생/문학 26

마루야마 겐지의 시소설 ... 결연한 문학정신

마루야마 겐지의 시소설 ... 결연한 문학정신 나는 문학을 잘 모른다. 이것이 내 독서의 빈틈이다. 하지만 이 빈틈은 언젠가 채워질 것이다. 그 한 가운데로 걸어가 내 삶을 반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나는 작년 이래 틈만 있으면 시와 소설을 읽어 왔다. 거기에서 얻은 경험은 이제껏 다른 독서에서 얻은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다. 지난 한 주 마루야마 겐지의 책을 읽고 이곳에 몇 차례 그 내용을 포스팅했다. 그동안 읽은 책은 그의 산문이었다. 국내에 번역된 에세이집 5권을 읽으면서 그의 작가정신을 살폈다. 어제 밤 그의 에세이집을 덮고 드디어 마루야마 문학의 정수에 도전했다. . 소설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작품이다. 내용보다도 그 형식, 그 문체가 말이다. 짧은 소설이지만 여운은 강렬하다. 마..

<그리스인 조르바>의 말, 박조르바가 정리하다

의 말, 박조르바가 정리하다. 카잔차키스의 (이윤기 역)를 좋아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의 사진(ㅋㅋ)을 올렸더니, 댓글 중에, 기회가 되면, 조르바의 어록을 올려달라는 페친 들의 요청이 있었다. 작년에 나는 에 나오는 말 중 내게 감명을 준 부분을 정리해 3회에 걸쳐 포스팅한 적이 있다. 오늘 나는 그 글 중 조르바의 어록만을 편집하여 사진과 함께 올린다.(글이 길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읽어볼 지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아래 사진은 크레타에 있는 카잔차키스의 묘지다. 내가 직접 가서 찍은 게 아니라 페친인 김원일 님이 얼마 전 찍은 것이다.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심에 감사드린다. 이 묘비에 조르바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는 유명한 말이 적혀 있다. "나는 아무..

의자놀이

시대의 증언록,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야기 를 읽고 내가 이런 글을 쓸 줄 몰랐다. 나는 오늘 새벽부터 공지영의 2012년 작 를 읽었다. 머리말을 읽은 다음 나는 이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방금 전 마지막 장을 넘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부담스러웠다, 아니 부끄러웠다.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그 가족들이 죽어갈 때, 나는 그들을 위해 한 일이 없다(정확히 말하면 몇 번에 걸쳐 그들을 후원하는 서명에 참여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명색이 대학에서 인권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에게 쌍용자동차 해고사건만큼 충격적 사건이 있을까. 2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거에 해고되고, 그 후 그들과 그 가족들이 하나 둘 죽어갔다. 현재까지 무려 28명! 그런데도 ..

높고 푸른 사다리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더 깊이 절망하겠습니다. 더 높이 희망하기 위해서” 제법 책이란 것을 끼고 살아왔다. 누구 말대로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돋는다는 생각을 갖고 말이다. 호기심도 많아 여러 장르의 책을 읽었다. 나는 그것을 통해 지식을 습득했고, 그것으로 세상을 보아왔다. 그런데 내가 피한 책이 있었다. 동시대의, 동년배의 작가들이 쓰는 소설을 읽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오만과 편견에서 비롯되었다. 소설은 그냥 글재주로 써선 안 되지, 그것은 경험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되지...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내게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아. 뭐, 이런 생각이었을 것이다. 나는 동년배의 작가, 더욱 나보다 나이가 어린 작가의 글에서 그런 감동을 기대하지 않았다. 우연한 인연으로 작가 공지영을..

‘카라마조프적’인 인간들이 사는 세상

‘카라마조프적’인 인간들이 사는 세상 쉽지 않은 독서를 끝냈다. . 학창시절부터 읽기를 원했던 책이었지만 사정상 그 요약본만 읽었던 책이다. 스토리는 대체로 알고 있었지만, 나는 때때로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썼다고 하는 이 책에서, 그가 말하고자 한 인간실존과 영원의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이 책과 마주했다. 올해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틈만 나면 세계명작 중에서 읽기 힘들다고 하는 책만을 골라 읽고 있다. 2주 전 완역본 5권을 끝낸 다음 그 여세를 몰아 이 책을 읽은 것이다. 작년에 절반까지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어 이번만큼은 완독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탔다. 이렇게 해서 나는 지난 한 달간 두 개의 대작 총 4천 쪽이 넘는 책을 읽었다. ..

레 미제라블 완역본(5권)을 완독하고

[레 미제라블 완역본(5권)을 완독하고... 몇 가지 단상] 2015년 4월 4일 낮 12시 50분. 나는 드디어 제5권을 독파했다. 빨리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다섯 권을 읽는데 3주가 걸렸다. 일과시간을 제외하고 내가 확보할 수 있는 대부분 시간(새벽 2시간, 지하철 출퇴근 왕복 1시간, 귀가 후 1시간)을 이 책 읽기에 투자했음에도 총 2,500쪽(민음사)의 이 소설은 그리 호락호락한 게 아니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두어 시간 산책을 했다. 머릿속은 온통 장발장, 코제트, 마리우스, 자베르 등 소설 속 등장인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돌아 와 잠시 생각을 정리할 때다. 방대한 분량의 책을 읽었다는 것 때문만이 아니다. 이 소설은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책이다. 지금 이것을 짧게라도 정리해 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