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Essays 68

자유인이 되는 길 -생각은 깊게 삶은 단순하게-

자유인이 되는 길 -생각은 깊게 삶은 단순하게- 2015년 파미르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유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오랜 기간 자유를 찾아 헤맸고, 그것을 삶에 실천해보고자 노력했다. 살다보니 자유는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단순한 내 삶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아래 내용은 매 학기 종강사를 대신하는 말이다. 간단한 말이지만 매우 강렬한 메시지다. 운동해서 건강하자 몸은 정신의 물적 기초다. 몸과 정신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몸이 부실하면 결국 정신도 부실하다. 그러니 강건한 정신을 유지하려면 몸 또한 부단히 강건하게 만들어야 한다. 꼭 몸짱이 될 필요는 없다. 그저 팔다리 튼튼하고 허구한 날 잔병으로 병원 신세 지는 것에선 해방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정도의 건강..

캠퍼스 단상 -놀지 못한 인생-

캠퍼스 단상 -놀지 못한 인생- 지하철에서 나와 연구실로 오는 중 사방을 살펴보니 올해 축제는 유난히 화려합니다. 오늘 캠퍼스는 하루 종일 학생들 행사로 시끌벅적 할 것 같습니다. 밤엔 유명 연예인도 불러 한 바탕 놀 모양입니다. . 어제 수업 시간엔 이런 덕담을 했습니다. “이제 축제 기간이지. 긴장 풀고 마음껏 놀아 봐라. 얼마나 좋은 시절이니, 꽃다운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단다. 친구들과 밤을 새워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춰라. 내 수업만 아니라면 수업 빼먹어도 누가 뭐라 하겠니. ㅎㅎ” .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마음 한 켠이 조금 아려옵니다.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저렇게 놀아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니 한 게 없습니다. 연구실로 들어오는 발걸음이 가볍지만 않습니다. . 여러 페친 들..

독서하는 버릇에 대하여

독서하는 버릇에 대하여 . 2010년 처음으로 대중서를 출판했다. 책에 관한 책이었다. 품격 있는 인생을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독서를 하십시오. 그것 없이는 어떤 품격도 불가능합니다. 그것 없이는 어떤 것도 사상누각입니다. 이 자명한 사실에 어느 누가 토를 달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독서를 제대로 하면서 사는 이는 대단히 적습니다. 독서는 고통이 따르는 것이기에 그것을 즐긴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습니다. . 독서의 즐거움은 다른 즐거움과 달리 일정한 훈련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은 영원히 이 즐거움을 맛보지 못합니다.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는 말입니다. .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면 어린 시절부터 버릇을 들여야 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혹시 상처가 될 말일지 모르..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평생 희랍 철학서를 번역해 온 인문학자 천병희 선생이 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다.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인문학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고 왜 그것을 공부해야 할까. 그저 시·소설, 역사, 철학이 인문학의 전부일 리 없고, 그런 책을 읽는 게 인문학 공부의 전부도 아닐 것이다. . 영어로 인문학은 liberal arts 라고 한다. 이 말 뜻을 새겨 보자. 문자 그대로 인문학은 자유기술(自由技術)이다. 무슨 말일까. 곰곰이 생각하면 그 뜻이 잡힌다. 인문학은 ‘자유를 위한 기술’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자유인이 되는 길’이다. . 구두를 만들려면 그것을 만드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도자기를 만들려면 그것을 만드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유도 그것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

점심단상

점심단상 . 이제 곧 점심시간이다. 나는 일과 중 이 시간을 특별히 좋아한다. 이 시간에 밥도 먹고 차도 한 잔 마시고 산책도 한다. 잘 가는 카페에서 혼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오늘같이 비오는 날은 운치가 있다) 카페라테를 마시면서 카톡도 하고 페북도 한다. 내겐 이게 행복의 시간이다. . 특별히 약속이 있으면 동료 교수들이나 학생들과 함께 나가지만 대부분은 혼자서 나간다. 남들은 혼밥 먹기를 꺼린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것을 즐긴다. . 그런데 나의 이런 소소한 행복을 방해하는 친구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이상한 소리라고 할는지 모르지만... 학교주변 식당에서 만나는 동료교수들이 내 밥값을 내주는 일이 많아 아주 부담스럽다. 우리 학교의 특징인지 모르지만 내 주변엔 밥값 잘 내는 교수들이 ..

평창 하늘에 울려 퍼진 <이매진>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존 레논의 ‘이매진’이 울려 퍼졌다. 나는 그 노래를 듣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 했다. 개막식 기획자가 이 노래를 선곡한 것은 이 곡이 평화의 제전에 맞는 평화의 노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으리라. 맞다, 이 만큼 평화를 염원하는 노래를 찾기도 힘들었을 테니 올림픽 이념에 딱 맞는 곡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분단국가 한반도에서 울려 퍼진 ‘이매진’은 분명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만일 박정희 정권의 아류였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계속되었다면 우리가 이 노래를 평창에서 들을 수 있었을까? 이 노래의 의미를 아는 한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매 학기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이 노래를 감상한다. 존 레논이 죽은 지 40년이 되어 가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이매진’을 ..

기! 끼! 깡!

기! 끼! 깡! 페북에 졸업 사진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바야흐로 졸업 시즌입니다. 졸업하시는 분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보냅니다. 이분들에게 축사 한마디 하겠습니다(이 말은 이 공간에서 몇 차례 한 적이 있음). 사실 이 축사는 제 자신을 위한 자기최면입니다. ---------- 친구들아, 자유롭게 살자. 친구들아, 세상에 나가 거침없이 살자. 그리 살기 위해선, 우리 몸과 마음을 기운차게 만들어야 한다. 기! 그리 살기 위해선, 우리 자신을 좀 다르게 바라보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살 필요가 없다. 나만의 길을 가자. 끼! 그리 살기 위해선, 때때로 인생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위험한 것 같아도 마음속에서 무언가 강한 울림이 있을 때 그것에 응답하자. 깡!. 우리 외치자. 기! 끼! 깡! 기, 끼..

우리는 먼저 인간이고, 그 다음이 국민이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고, 그 다음이 국민이다 ㅡ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부쳐ㅡ 오늘이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이다. 지금으로부터 69년 전 오늘 신생 국제연합은 창립 3주년을 맞이해 역사상 가장 의미있는 선언을 한다. 모든 인류는 존엄한 존재이며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정식명칭은 인권에 관한 보편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곧 인권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편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오늘 그 의미를 되새기며 한마디한다. 인권사회를 위한 전제로서 우리가 정립해야 할 '나와 국가와의 관계'에 관해서다. . 송년회 철이 되었다. 요즘 저녁이 되면 송년회에 다녀오는 일이 잦다. 원래 술 마시고 흥청대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니, 잠간 얼굴 보이..

'정상 도덕심리'와 '성층권 밖 우주 도덕심리'

'정상 도덕심리'와 '성층권 밖 우주 도덕심리'-정상사회는 어떻게 가능할까- 지금 우리 사회는 두 개의 도덕심리 모델이 작동한다. 하나는 ‘정상 도덕심리 모델‘(정상모델)이다. 이것은 맹자 말씀하신대로 인의예지를 중시하는 것으로, 약한 자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잘못에 부끄럼을 알며, 겸손의 미덕을 갖고, 옳고 그름에 민감한 심리를 말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인간본성이다. . 그런데 우리 사회엔 이것 말고 또 다른 도덕심리 모델이 있다. 이름하여, ‘성층권 밖 우주 도덕심리 모델’(우주모델)이다. 이것은 정상모델과는 사실 양립불가능한 것이지만 묘하게도 공존하고 있다. 이 모델 속에 속한 자들은 약한 자에 대해 잔인하고, 잘못했음에도 부끄럼을 알지 못하며,..

Best Essays 2017.11.25

조지 오웰을 찾아 -나는 왜 쓰는가-

영국이야기 28 조지 오웰을 찾아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이 살았던 노팅힐의 캐논베리 스퀘어(Canonbury Square) 27번지를 찾아 즉석에서 동영상을 찍으면서 나레이션을 했다. 편집기술이 없어 현장에서 찍은 것을 그대로 올렸다. 나는 지난 5-6년간 많은 글을 써 왔다. 전공인 인권법 관련 글은 물론 그것을 넘어 다양한 내용의 대중적인 글을 썼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전공 관련 글은 의무감에서 큰 재미를 못 느끼며 썼지만 대중적인 글은 그것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고 기쁜 맘으로 썼다. 그렇다 보니 후자의 글이 압도적으로 많아졌고, 그게 책으로 발전해 이미 6권의 교양서를 냈다. 나는 왜 이렇게 글을 쓰는가? 무슨 목적으로 남들 다 자는 이 신새벽에 글을 쓰는가? 무슨 목적으로 SNS을 통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