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Essays 68

걸으면서 생각하다

걸으면서 생각하다 이제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방학이 없는 많은 분들에겐 좀 미안합니다. 놀고먹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땀 흘리는 만큼 책을 보고, 글을 쓰겠습니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생각하고 시야를 넓히겠습니다. 방금 전 밖에 나가 점심을 먹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학교 뒷골목에 있는 조그만 식당에 갑니다. 후배, 제자들과도 가지만 가끔은 혼자도 갑니다. 이제 방학이 되니, 마땅히 같이 갈 밥 친구도 없어, 오늘은 혼자 가서 칼국수 한 그릇을 먹었습니다. 의례히, 저는 점심을 먹은 뒤엔 산책을 합니다. 3킬로미터 정도 학교 주변을 걷지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습니다. 걸으면서, 철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도 느끼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가슴 속에 새겨..

인간존엄성을 모르는 이 사회, 고요한 아침 나는 이렇게 외친다

인간존엄성을 모르는 이 사회, 고요한 아침 나는 이렇게 외친다 나는 이렇게 외친다! 요즘 참 우울하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무엇 하나 맘에 드는 게 없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나야 어떻게든 살겠지만 내 자식들, 앞날이 구만 리 같은 젊은이들...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강남역 근처 화장실에서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어느 젊은 여인, 지하철 역 스크린 도어 고장수리를 하다가 문틈에 끼어 죽은 19살 청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불쌍하고 미안하다. 이 땅에 태어나서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하고, 그렇게 속절없이 갔으니, 무슨 말로 명복을 빌겠는가. 이명박 정권이 벌려놓은 4대강 사업이라는 전대미문의 국토훼절 행위로 전국의 강은 녹조라테로 변한지 오래다. 수천 ..

선물 중의 선물

선물 중의 선물 금요일 오후입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3일 연휴가 시작됩니다. 저희 학교는 오늘이 축제 마지막 날입니다. 학생들의 발랄한 목소리가 캠퍼스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밤엔 노천극장에서 흥겨운 노래와 춤으로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할 겁니다. 오후의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캠퍼스 산책을 마쳤습니다. 조용히 연구실에 들어 왔더니 한 친구로부터 꽃다발이 도착했습니다. 뒤 늦은 스승의 날 선물입니다. 아, 그런데 이 친구가 누구입니까! 바로 그 친구입니다. 한 다발의 꽃이 제 기억을 몇 년 전으로 이끌어 갑니다. 이 빛나는 오후 그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 선생은 학생을 수시로 지도합니다. 그게 직업이니까요.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사실은 그도 자신이 지도하는 그 내용대로..

나는 왜 쓰는가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이 살았던 런던 캐논베리 공원에서 오늘은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오늘은 특정 후보자나 정당을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운동은 못하는 날이니 그런 글은 쓰지 않기로 한다. 대신 나를 성찰하는 시간을 잠시 갖고 싶다. 나는 왜 쓰는가? 나는 지난 5년간 많은 글을 써 왔다. 나의 전공인 인권법 관련 글을 비롯해 그것을 넘어 다양한 내용의 대중적인 글을 썼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전공 글은 의무감에서 억지로 썼지만ㅡ명색이 교수니 연구업적이 없으면 생존키 힘들다ㅡ대중적인 글은 거기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고 기쁜 맘으로 썼다. 그렇다 보니 후자의 글이 압도적으로 많아졌고, 그게 책으로 발전해 이미 5권의 교양서를 냈다. 나는 왜 이렇게 대중적 글을 쓰게 되었는가? 무슨 동기로 이 같은 글을 ..

용기에 대한 기억

용기에 대한 기억 -딱 한 번 미친척하고 소리를 질러봐- 광장공포증에 걸려 있는 사람들 학교에 있다 보니 수줍은 학생들을 많이 본다. 이들은 매우 수동적이다. 교수 방은 언제나 열려 있음에도 교수가 일부러 찾기 전엔 졸업할 때까지 절대로 교수 방을 노크하지 않는다. 강의실에선 언제나 맨 뒷자리에 앉는다. 엉덩이를 뒤로 뺀 채 수업을 듣다가 시간이 끝나면 바로 도망치듯 강의실을 빠져나간다. 이들에겐 발표수업이나 토론시간은 고역 중의 고역이다. 나는 강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좋은 학점을 받으려면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을 것을 권한다. 강의 중에 내 눈을 피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수업 중 의문이 있을 때는 언제라도 손을 들고 질문을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교수 연구실로 찾아와 추가적인 질문을 하라고 말한다. ..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경계인으로 살아 온 내 인생- 새해다. 연말에 일본군위안부 한일정부 간 합의 소식이 내 머리를 지배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 부당함을 알리고 싶어 책상을 지켰다. 다행히도 내 글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니 글 쓴 보람이 있다. 신년 벽두,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나는 투사도 연구자도 아니다나는 젊은 날부터 법률가로 살아왔다. 개인적 양심의 발로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에 동참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소속했던 민변의 다른 동료 변호사만큼 내 몸을 던지진 못했다. 어떤 이는 거리로 나가 취루탄을 맞았고, 어떤 이는 길바닥에 누워 민주를 외쳤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투쟁적 언사를 쓴 바 없고 독재자의 하수인에 대해서까지 ..

Best Essays 2016.01.01

한국의 내일, 의존사회에서 독립사회로

[기고]한국의 내일, 의존사회에서 독립사회로 박찬운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스웨덴에 방문연구원으로 온 지 이제 1년이 되어 간다. 짐을 싸 고국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온다. 나는 지난 1년간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에서 그 본질을 탐구하는 관찰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이제 그 관찰 결과를 잠시 공유할 때가 되었다. 나의 관찰은 본질적이고도 근원적인 문제에 닿아 있다. 이곳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가치를 꼭 집어 이야기하라면 나는 서슴없이 자유와 독립을 말하겠다. 그들은 자유롭고 독립적이다.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부모의 역할은 자식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결혼해 가정을 이루면 부부는 사랑으로 연대하지만 상대방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사랑이 깨져 이혼..

비그포르스의 나라 스웨덴에서 깨달은 앎

[정동에세이]비그포르스의 나라 스웨덴에서 깨달은 앎 얼마 전 잠시 한국을 다녀오면서 비행기 내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홍기빈의 를 읽었다. 비그포르스는 20세기 스웨덴 복지국가의 설계자로 불리는 사람이다. 나는 이 책에서 비그포르스가 세상에 대해 분노했고, 그로 인해 꾸게 된 꿈을 발견하였다. 인간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평등한 인간적 연대를 가로막는 사회적 위계와 권력의 문제, 그것이 그의 분노의 뿌리였다. 사람과 사람이 평등하게 연대하고 사랑하면서 서로의 인간적 발전을 일구어내는 공동체의 꿈, 그것이 그가 꿈꾼 세상이었다. 감히 말하건대, 비그포르스의 분노와 꿈, 그것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든 이의 분노이자 꿈이다. 나는 현재 스웨덴의 한 인권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비그포르스의 나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에 대하여

나의 주 관심사 중 하나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다(맑스 말하길 세상의 철학은 세상을 해석만 했지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다 했는데 내가 그 꼴인 것 같다만...). 나는 오래동안 인권의 발전이 어떤 계기를 통해 이루어졌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해 왔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발견한 매우 중요한 하나를 나누고자 한다.(다 들으면 싱겁다 할 것이지만) 복잡한 설명을 쉽게 하는 방법은 예를 드는 것이다. 다음 상황을 잘 읽어 보기 바란다. 이것은 실제 있었던 상황이다. 상황(1990년 초) 변호사 갑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A를 변호하고 있다. 갑은 구치소에 구속되어 있는 A를 만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접견을 신청했다. 그런데 변호인 접견실에 가보니 교도관 을이 입회하여 갑과 A의 대화를 듣고..

Best Essays 2015.09.28

자기 멋대로 살라

자기 멋대로 살라 위 사진은 내가 6년 전 이란을 여행할 때 찍은 사진이다. 나는 저렇게 메모하면서 3천여 킬로미터를 다녔다. 2013년에 책 를 내면서, 나는 나에 대하여 "나는 기록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스스로 소개했다. 우리 사회처럼 개성없는 사회가 세상에 또 있을까. 개성없는 게 개성인 이 사회에서 우리는 정말로 재미없게 살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도, 몸도, 패션도, 모든 게 같아야만 한다. 한 마디로 획일사회! 그래서 아이들은, 젊은이들은 괴롭다. 모두가 일류대학 들어가야 하고, 모두가 제한된 몇 몇 직업에 종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대접 받지 못하니 말이다. "나는 다르다, 누구보다 다르다." 이 말은 르네상스를 연 계관시인 페트라르카의 말이다. 사람은 다름에 의미가 있다. 달라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