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Essays 68

새벽의 작은 결심

또 한 해의 마지막에 섰습니다. 매년 이때가 되면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는 결심을 했지만 언젠가부터 그저 조용히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저를 돌아보면서 마지막 날 새벽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올해 저는 환갑을 넘겼습니다. 육십갑자 한 바퀴를 돌고 새로운 육십갑자를 향해 발을 내딛는 해였습니다. 이제 머리는 반백이 아니라 올백이 되었고 어딜 가나 영감님 소리를 듣습니다. 가끔 다리가 아프면 지하철에서 노약자석에 앉는 것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3년 임기의 인권위원이란 공직도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제 인생에서 일로 인해 몇 번 몰입한 시기가 있었는데, 아마 지난 3년이 그런 시기의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제 능력의 한계가 있었지만 일에 대해선 큰 여한이 없습니다. 그만큼..

이순(耳順)의 의미

이제 제 나이 이순이 되는 게 48시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순(耳順)이란 세상의 어떤 소리를 들어도 크게 놀라지 않는 경지를 말합니다. 얼마나 경천동지할 일들이 많습니까. 얼마나 목불인견의 일들이 많습니까. 그런 것들을 보고 듣는다 해도 이제 판단력이 크게 흐려지지 않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지요. 이 나이가 되면 과연 그럴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60이 된다고 저절로 귀가 순해질 것 같지 않습니다. 그 보다는 이 나이는 좀 더 경계하며 살아가야 할 시기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제 60이 되었으니 조그만 일에 흥분하지 말고 세상사를 있는 그대로 보아야겠습니다. 그런 눈을 갖도록 자제력을 터득해야겠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화가 미칠 수 있는 경계의 나이, 그게 이순입니다. 5년 전 나..

한 해의 마지막... 나이 듦에 대하여

이제 올해가 72시간도 남지 않았다. 그 시간이 지나가면 또 한 살을 먹는다. 50대의 마지막 해에 들어서는 것이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특별하다. 아버지와 형의 잇 달은 죽음, 큰 아이의 결혼...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해였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경험하는 통과의례치곤 강렬하기 그지없다. 과거엔 나이 먹는 게 좋았다. 떡국 한 사발에 나이 한 살이라는 말에 한 살 더 먹으려고 떡 국 두 사발을 먹었던 시절도 있었다. 나는 나이 삼십 이전에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직업 속성상 사십 중반 때까진 나이 콤플렉스가 있었다(변호사는 나이가 어리면 의뢰인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렵다). 무슨 자리에 가도, 무슨 직을 맡아도, 가장 나이 어린 사람 축에 속했으니.... 나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할 땐 무시당하지..

일요단상, 아브라카다브라! Abracadabra!

아브라카다브라. 이 말의 연원에 대해선 확실히 아는 이가 없다. 다만 많은 학자들이 이 말은 고대 히브리어나 아람어에서 왔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 두 언어에 비슷한 발음의 말이 있는데, 그 뜻은 대체로 ‘내가 말한 대로 될지어다’ 정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는지 오래 전부터 서양 마술사들은 관중 앞에서 곧 깜짝 놀랄만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이런 주문을 외운다. 아브라카다브라! 내겐 블로그가 있다. chanpark.tistory.com. 4년 전 이곳 페이스북에 쓴 글 중 버리기가 아까운 글들을 모아 글 창고로 만든 블로그다. 그 이름이 ‘박찬운의 아브라카다브라’. 이 블로그를 만들 때 내 마음은 이런 것이었다. ”나는 말하노니, 이 말이여, 꼭 이루어지라!“ 나는 지금도 이 말을 주문처..

새벽 단상-어떻게 살 것인가-

새벽 4시도 전에 깨 책상 앞에 앉았다. 골똘히 생각했지만 답은 보이지 않는다. 삶이란 무엇인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50대 후반의 한 남자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묻고 또 묻는다. 아주 젊을 때 나는 교조주의에 물든 사람이었다. 원칙주의자였고 그것에 양보함이 없었다. 차 한 대 지나가지 않는 새벽 신호등 앞에서도 나는 언제나 녹색등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불편해도 나는 이런 삶을 내 운명으로 받아들일 것을 추호도 의심치 않았다. 젊음의 본능이 넘칠 때도 나는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면 결코 상남자라 여기지 않았다. 젊은 도덕주의자로서 나는 양심에 가책을 주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는 법률가로서 도덕의 법률화를 찬성했다. 나는 그렇게 20대 30대를 살았다..

Best Essays 2019.06.25

혼인의 자유, 이혼의 자유

A와 B는 부부로 둘 다 독립적인 경제능력이 있으며, 둘 사이엔 성년의 자녀들이 있다. A는 언제부터인가 B에 대한 사랑이 식었다고 느끼고 C와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A는 B와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C와 새 출발을 하려고 B에게 이혼을 제의하였으나 B는 결사반대다. 그러나 A는 B와 별거를 선언하고 C와 동거에 들어갔다. 이런 세월이 어느새 5년이 지났다. A는 B와의 대화를 통해선 도저히 이혼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 설마했는데, 법원은 A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위 유책주의 판례에 입각해 A의 이혼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혼에 원인을 제공한 A는 이혼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4년 전(2015년) 대법원..

행복에 대하여-평온한 삶, 그것이 행복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삶의 만족도가 행복과 직결된다면, 행복의 정의 대신 행복의 조건은 말할 수 있겠지요. ‘이러이러한 조건일 때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다’라고요. 오늘 하루 종일 그 생각을 했습니다. 내겐 그 행복의 조건이 무엇일까? 저녁을 맞이해 이런 결론에 도달합니다. ‘삶의 평온이 깨어지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제가 가장 바라는 행복의 조건입니다. 공기나 물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그것이 없을 때 바로 느끼듯 삶의 평온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의 평온이란 평상시엔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이 어쩜 그 평온 속에 산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그 평온이 깨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달게 되는 것이지요. 한동안 지속되었던 제 삶의 평..

효도에 대한 고백

효도에 대한 고백 내가 요즘 효자 소릴 듣고 있다. 매일 두 세 번씩 병원에 입원하신 아버지를 찾아가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하지 마시라. 나는 아무리 보아도 효자가 아니다. 나는 그저 최소한의 자식 도리를 기계적 습관으로 실천할 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언젠가 부덕의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가슴속에 마냥 간직하고 살 것도 아닌 것 같아 이 자리에 잠시 내 ‘효’의 실체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나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사람들의 ‘효’는 노인복지의 부재가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생각해 왔다. 효란 노인복지가 안 된 사회에서 개인의 노후를 각각의 가정이 책임지도록 정신적으로 강제하는 도덕관념이라는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의 노인들도 북유럽의 노..

우리들이 가야할 미래, 품격 있는 노인

우리들이 가야할 미래, 품격 있는 노인 어쩌다 보니 생노병사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가족을 옆에 두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 숙환으로 시달리고 있으니 본인은 물론 가족도 보통 고생이 아니다. 주말 시내를 나가보면 광장은 태극기로 덮여 있고 노인들이 알 수 없는 함성을 질러댄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곳을 지나가지만 노인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내게 깨달음을 주고 각오를 새롭게 한다. 나는 노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머릿속 뇌를 부드럽게 만들어야겠다. 나이가 먹어 가면 뇌가 굳는다. 머릿속은 과거의 삶에서 만들어진 편견으로 가득 차 있고 성격은 점점 고집불통이 되어 간다. 그런 노인이 젊은이들과 대화가 될 리 없다. 당연 기피 대상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선 뇌를 말랑말..

자존감과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야! 하고 소리 한 번 질러 봐-

자존감과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야! 하고 소리 한 번 질러 봐- 학교에 있다 보니 여러 학생들을 본다. 잘 관찰하면 유난히 성취도가 높은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쉽게도) 매우 낮은 학생이 있다. 그들 사이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게 물어본다면, 단연코 자존감과 자신감을 말하겠다. 자존감은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길을 걷게 하는 원동력이다. 자신감은 적극성과 용기의 근원이다. 이것들을 적절히 갖고 학업에 임하는 학생은, 학교생활도 잘 하지만, 졸업 후에도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다. 반면 이것을 갖지 못한 학생은, 뒤에서 맴돌다가 학창생활을 끝내고, 졸업 후에도 큰 발전이 없다. .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는다고 모두 부자가 되고 출세하는 것은 아니지만,..